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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0년…그녀는 죽지 않았다

마릴린 먼로 사망 50주년

"이젠 먼로를 다시 볼 수 있겠군."

프로야구계의 전설이자 마릴린 먼로의 두 번째 남편이었던 조 디마지오가 1999년 세상을 떠나며 했던 말이다.

그에게 먼로는 '영원한 연인'이었다. 대중에게도 마찬가지다. 은막 위 그녀의 모습은 판타지이자 탈출구이자 욕망이자 순수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꼭 50해가 지났다. 살아 있었다면, 먼로는 오늘로 86세를 맞았을 터다. 그렇지 못하기에, 그녀는 우리에게 영원히 서른 여섯의 싱그러운 젊음이다. 참으로 슬픈 위안이다.

"마릴린 먼로의 신화가 그녀의 '불행'에서 비롯되고 또다시 그 '불행'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은 할리우드의 지독한 아이러니다.

1926년 오늘(6월 1일) 노마 진 베이커란 이름으로 태어났던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다. 출생 신고서에 기록돼 있던 아버지도 그녀의 생부가 아니었고 훗날 알게 된 진짜 아버지는 딸을 여러 차례 외면했다. 어머니 역시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그나마 그 어머니마저 정신분열증세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고 먼로는 여기저기를 떠도는 고아신세가 됐다.

첫 결혼도 그 무렵이었다. 만 열여섯때였다. 남편은 해병으로 그녀는 공장 노동자로 살았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름다운 '몸뚱어리'뿐. 그 어린 시절부터 길거리를 지나가면 남자들이 경적을 울리고 휘파람을 불어댔을 정도였다.

그러다 그 몸을 알아봐 주는 사진작가를 만나 모델의 길에 접어든다. 태어나 처음으로 꾸게 된 또 다른 세상을 향한 꿈. 하지만 남편은 그런 꿈 따위는 하찮게 여겼고 둘은 결국 이혼하게 된다.

노마 진 베이커가 마릴린 먼로란 이름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하게 된 것이 바로 그 무렵 1946년이다. 먼로는 애초부터 섹스 심벌이 되기 위해 기획된 '상품'이었다. 'MM'이란 약자로 불리는 이름마저 키스를 위해 동그랗게 입을 모으는 여성의 입술모양에서 따왔을 정도다. 마침 50년대의 미국은 개방적 성적 담론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섹시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즐기는 것을 자연스럽고 편안한 인간의 본성으로 받아들였다. 먼로는 그 중심에 있었다. 그녀의 풍성한 금발 관능적으로 벌어진 입술 살짝 감긴 눈 터질듯한 가슴과 엉덩이에 할리우드는 사정없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맹한 말투와 순수한 감미로운 목소리에도 열광했다. 섹시한 여성의 몸과 순결한 소녀의 이미지가 묘하게 결합하며 그녀를 향한 남성들의 판타지는 극에 이르렀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은 그녀의 성적 매력과 백치미를 극대화시키는 장치였다. 말하자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불우한 과거에서 비롯된 애정결핍과 그로 인한 연애편력 또한 먼로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해주는 역할을 했다. 조 디마지오와 두 번째 결혼과 이혼을 극작가 아서 밀러와 세 번째 결혼과 이혼을 하고나서도 프랭크 시나트라 이브 몽탕 케네디 형제와도 염문을 뿌렸다. 사람들은 그마저도 섹시하게 받아들였다.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은 그렇게 완성돼 나갔다.

그러나 간극이 너무 컸다. 대중이 원하는 마릴린 먼로의 삶과 이미지는 불행했던 소녀 노마 진 베이커가 꿈꾸던 장미빛 인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실제 먼로는 백치도 아니었고 꽉 끼는 드레스차림에 웃음이나 흘리는 섹시 코미디 배우로 남는 데 만족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UCLA에서 문학 특강을 듣고 톨스토이와 밀턴의 장서를 수집하고 유명 연기 지도자에게서 개인 강습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왕자와 무희'를 찍으며 진지한 연기에 도전하자 대중은 곧장 그녀의 영화를 외면했다. 개인의 삶은 파멸로 치달았다. 약물과 수면제에 중독됐고 몸은 자궁내막증으로 엉망이 됐다. 진지한 사랑과 가정을 원했지만 연이어 실패했고 아기마저 낳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서른 여섯의 나이에 그녀는 삶의 끊을 놓았다. 그것이 자의이건 타의이건 의도된 사고였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이 죽음은 다시 마릴린 먼로를 '신화'로 만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 요절해버린 불행했던 미녀 스타는 할리우드의 구미에 딱 맞는 이야깃거리였다. 그녀는 죽음 마저 상품이 됐다. 그것도 아주 섹시하게.

먼로의 신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망 50주년을 맞은 올해 그녀의 기일 무렵이면 분명 마릴린 먼로를 기억하는 수많은 특집과 이벤트가 쏟아져 나올 터다. 대중은 또 다시 열광할 것이다. 하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먼로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

◇ 이브에 관한 모든 것 (All About Eve)

브로드웨이 연극계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암투를 다루는 영화. 1950년 작으로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먼로는 이 영화에서 출세를 위해 은인을 배신하는 역할을 맡아 인상적 연기를 펼쳐 할리우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나이아가라 (Niagara)

마릴린 먼로의 신화가 시작된 첫 작품. 치정과 살인이 얽힌 미스터리물로 1953년에 개봉됐다. 파격적 노출과 선정적 의상에 독특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먼로의 모습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일명 '먼로 워크'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Gentlemen Prefer Blondes)

부와 명성을 좇아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두 쇼걸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코미디와 뮤지컬, 멜로가 적절히 혼합된 1953년 작이다. 마릴린 먼로의 멋진 노래와 춤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s'를 공연하는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 7년만의 외출 (The Seven Years Itch)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1955년 작. 지하철 환풍기 위에 서 있던 먼로의 흰색 치마가 바람에 날려 올라가는 명장면이 담긴 영화다. '중년 남자는 결혼 7년을 고비로 바람을 피울 확률이 가장 높다'는 메시지가 담긴 풍자적 작품이다.

◇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코미디 중 하나로 꼽히는 1959년 작. 갱의 추적에 쫓기는 두 남자가 여장을 한 채 도망을 다니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먼로는 늘상 술에 취해있는 절망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매혹적 가수를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다.

덧칠하고·풍자하고…예술가들이 사랑한 그녀
마릴린 먼로의 Art Code

◆앤디 워홀 작 '마릴린 먼로'
형광색으로 물든 앤디 워홀의 먼로는 관능적이면서도 발랄하다. 대중적인 스타를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기계적 예술로 완성한 것. 워홀은 화려하고 당당한 먼로의 표면적인 가치보단 미디어 플레이와 명성 뒤에 고독한 그를 부각시키며 물질만능주의 세태를 조롱했다. 반쯤 뜬 눈 새빨간 입술 샛노란 금발까지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의 먼로가 오히려 마네킹처럼 보인다. '섹스 심벌'로 굳어진 이미지를 탈피할 수 없어 허상이 현실이 되는 혼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지함과 공허함을 실크스크린 제작법으로 그렸다. 미술작품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엄숙주의 대신 상업문화 즉 TV만 틀면 볼 수 있는 먼로를 팝아트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킨 것. "예술은 비즈니스 비즈니스는 예술"이란 말은 남긴 워홀은 반복적으로 먼로의 얼굴을 찍어내며 예술과 일상을 벽을 허물었다. 1962년 먼로의 죽음을 시작으로 워홀은 죽음과 파멸이란 주제에 빠져든다. 먼로의 입술을 찍어낸 그의 명작(1964) 제목은 '먼로 당신의 키스를 영원히 사랑해.' 팔려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연약한 먼로에 대한 아티스트의 답이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사이먼 커티스 감독의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011)은 아무도 몰랐던 알려지지 않은 노마 진 베이커의 사랑과 일을 그린다. 이 영화는 영화 왕자와 무희(1957)의 조감독이었던 콜린 클락이 먼로와 함께 영국 지방 일대를 돌며 추억으로 남긴 1주일을 집중 조명한다. 세계가 열광했던 금발의 섹시 미녀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을 떠나갈까 항상 두려워 약에 의지하고 아이처럼 웃는 먼로와 그를 지켜주고 싶은 클락의 모습이 신선하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인 클락의 회고록을 토대로 지어 한없이 외롭고 연약했던 먼로가 실재했음을 증명해준다. 먼로라 불리는 한 여자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어떤 삶을 원했는지 담담하게 그려내는 촬영기법이 오히려 슬프다. 극중 먼로는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갈증과 불안감에 심히 지쳐있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고 손가락질하는 게 두려워 촬영현장에서 도망치고 대사 한 줄을 외우지 못해 쩔쩔맨다. 특히 먼로 역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가 쓸쓸한 표정 외로운 말투 아스라한 눈길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릴린 먼로라는 허상을 봐"란 대사를 띄울 때 한 여자의 고뇌와 먹먹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할리우드 먼로 전시회
먼로가 세상을 떠난 지 꼭 50년.
그의 생일을 맞아 오늘부터 '전설을 바라보는 친근한 눈길(Marilyn Monroe: The Exhibit- An intimate look at the legend)'이란 제목의 먼로 전시회가 할리우드 뮤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전국에서 먼로를 기념하는 여러 전시회 중 가장 큰 규모로 한 여배우의 삶과 죽음을 깊이 있게 다룬다.
화려한 볼거리도 많다.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의 허니문에서 먼로가 입었던 것으로 한국방문 당시 유명세를 일으켰던 100만 달러 상당의 드레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먼로가 착용했던 액세서리 영화 촬영용 무대 의상 그가 숨을 거둘 때 침대맡에 두었던 약통 노마 진 베이커로서 찍은 해맑은 사진 등 먼로를 느낄 만한 전시품들이 다양하다.
먼로의 전설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도넬 대디건 박물관장은 "실제 먼로의 풍성한 금발 머리는 이 맥스 팩터 빌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금발만 입장가능(For Blondes only)'이란 팻말을 보면 먼로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 말했다.
전시회는 9월 2일까지 계속되며 세계적인 사진작가 조지 배리스가 찍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먼로의 희귀사진(never-before-seen photos)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15달러.
▶주소: 1660 N. Highland Ave Hollywood CA 90028
수요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
◆마릴린 먼로 동상 in 팜 스프링스
'먼로'하면 생각나는 한 장면. 영화 '7년만의 외출(1955)'중 지하철 통풍구 위에 선 그가 바람에 날리는 새하얀 치마를 살짝 누르는 모습일 것이다. 시카고 한복판 미시간 애비뉴 파이어니어 코트에 있던 무게 15톤 높이 8m의 대형 동상이 최근 팜스프링스에 도착했다. 조형 예술가 슈워드 존슨(80)은 '먼로여 영원하여라(Forever Marilyn)'란 이름을 붙이고 먼로의 캐릭터를 입체화했다. 동상은 흩날리는 치맛자락과 속옷 몸의 윤곽 등을 섬세하게 표현 마릴린 먼로만의 장난스럽지만 섹시한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설치된 이후 선정성.상업성.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이 동상은 수많은 혹평과 페인트 세례 등을 받기도 했다. 설치 당시 존슨은 "동상에 대해 이런저런 감상을 나누는 것이 좋다"라며 "공공예술품에 대한 시카고의 관대함을 믿는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구혜영·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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