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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우주선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그러나 기초는…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마침내 그런대로 쓸만한 헛간을 완성했다. 바닥면적 기준 250스퀘어피트짜리이다. 바닥 고르기 한쪽 벽 만들기 등의 후속 작업이 남아 있지만 외형은 헛간의 틀을 갖췄다. 마당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던 잡동사니와 농기구 등이 머잖아 헛간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헛간은 또 작업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김장은 물론 생활비 마련을 위해 된장 간장 고추장과 장아찌 류를 담그는 작업장 역할도 할 것이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시골 생활을 한다지만 내 생활을 도시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자영업이다. 그러니까 헛간은 자영업자로 치면 내게 창고이며 동시에 매장쯤이 된다고도 할 수 있다.

헛간을 만들면서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 "기초가 튼튼해야 크게 성공한다"는 류의 얘기는 어렸을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기초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헛간 설치는 실전적인 차원에서 기초의 의미를 일깨워 줬다. 헛간은 6개의 철 파이프 기둥에 밋밋한 경사의 지붕을 올리는 단순 작업이었다. 그래서 헛간을 짓는데 처음에는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길어야 이틀 정도 걸릴 줄 알았다. 헌데 막상 해보니 이게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모양은 우습게 생긴 헛간이지만 건축물의 핵심 요소는 다 갖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기초와 지붕이 바로 그 것이다. 2009년 바로 이 계절에 현재의 집을 내 손으로 지었는데 그 때 지붕 작업과 바닥 작업이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다. 당시 집을 지을 때는 기술자들을 고용하고 나는 혼자서 잡일과 막일을 전적으로 도맡아 했다. 그 때 옆에서 지켜보니 가장 철저히 해야 하면서도 고난도의 작업이 지붕 올리기와 터 닦기였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기초는 기반과 수직 수평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6개의 기둥 밑자리에 콘크리트를 부어 주초를 만드는 게 기반 작업이다.

또 기둥이 똑바로 서는 게 수직 세워놓은 기둥의 높이가 일정한 게 수평이다. 헌데 막상 해보니 기둥을 똑바로 세우고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반나절이면 될 것 같았는데 해보니 처음 2개의 기둥을 세우는 데만 이틀이 꼬박 걸렸다. 물론 내가 상당한 결벽증이 있어서 1~2mm의 오차만 생겨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탓에 더디게 작업이 이뤄진 측면이 있다. 대충대충 기반 작업을 하고 수평과 수직을 잡았다면 서너 시간이면 족했을 것이다. 고치고 또 고치는 수정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한 탓에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길이가 두 뼘쯤 되는 앵커 볼트를 콘크리트 기초에 박아 넣어 굳히는 일 또한 역시 쉽지 않았다.

3개의 기둥을 나란히 2줄로 세워야 했던 탓에 사흘 나흘 째는 더 애를 먹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옆에서 "첨단 우주선을 만드는 작업도 아닌데 뭐 그렇게 정밀하게 하느냐"고 훈수를 그치지 않았다. 헌데 조금이라도 눈에 비뚤비뚤한 게 들어오면 참지 못하는 예의 성격 탓에 기둥을 세웠다가 내린 후 다시 수직과 수평을 잡는 작업을 수없이 되풀이 해야 했다.

그러나 지붕 작업을 하면서 내가 까다롭게 군 게 역시 잘했다는 점을 실감했다. 기둥 위에 보와 가름대를 16개 정도 올렸는데 기둥의 수직과 수평이 맞지 않았다면 이 작업이 한결 어려울 뻔했다. 보와 가름대 위로 철판 지붕과 플라스틱 지붕을 올리는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기초를 잘 잡는 작업은 그러니까 첫 단추를 튼실하게 꿰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대충대충 기초 공사를 했다면 작업이 진행되면서 계속 애를 먹게 돼 있고 시간도 그만큼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작업 중간에 설계 변경 등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사람으로 치면 기초가 부족할 경우 발전 가능성이 크게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번 헛간 공사를 하면서 체감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덕분에 200만~300만원의 돈을 아낀 것보다 나로써는 더 큰 교훈을 얻은 헛간 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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