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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가족이 힘이다'] 노인

자식들 떠나 쓸쓸한 둥지…사무치는 외로움

예산삭감에 성인학교 문닫고
메디칼 등 복지혜택도 축소
홀로 된 노인들은 더 힘겨워


#.오전 11시 LA한인타운 윌셔가에 위치한 킹슬리 양로보건센터. 머리가 희끗한 50~60명의 한인들이 책상에 앉아 퍼즐을 하고 숨은그림을 찾으며 저마다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10여 명의 한인들이 간병인들의 도움을 받아 화기애애하게 미니볼링을 즐긴다.

#. 오후 1시30분. 즐겁던 시간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가야하는 한인들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또 다시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강성열(83) 할머니는 "집에 가봐야 할 일도 없고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한다"며 "자녀 손주들과 자주 또 오래 전화하고 싶지만 바쁜 아이들 괴롭히고 싶지 않다"며 돌아섰다. 뒷모습이 우울해 보였다.

대다수 노인들이 첫 손에 꼽는 고충은 '외로움'이다. 자녀들은 장성하거나 결혼해 독립했고 바빠서 부모를 자주 찾지 못한다.

그나마 늘그막에 배우자라도 있으면 행복한 편. 남편 부인과 사별한 한인들의 외로움은 사무치는 강도가 다르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몸도 더 아프다. 눈과 귀가 어둡고 심장과 폐 위 등 좋지 않은 곳 투성이다. 치매로 고생하는 한인도 상상 외로 많다.

명훈숙(87) 할머니는 "보건센터에 오면 친구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게임도 하고 밥도 먹고 좋은 점이 많다"며 "그런데 정부가 돈이 없어 자꾸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예산 삭감은 많은 노인들에게서 성인교육학교에 나가는 즐거움도 머지 않아 뺏어갈 전망이다. 노인들에게 만학의 장소는 물론 사랑방 역할까지 맡아왔던 수많은 학교들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한 것.

설상가상으로 병원 약국 출입이 잦은 노인을 위한 메디칼 메디케어 혜택도 갈 수록 축소되고 있다. 변경된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절차 역시 노인들에겐 큰 스트레스를 준다.

자녀가 함께 또는 가까이 사는 경우엔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일주일에 1~2회 찾는 도우미의 손을 빌려야 한다.

제이 박 보험 에이전트는 "재정적자로 노인들의 복지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이고 변경되는 신청방법도 어려워진다"면서 "이와 관련된 세미나를 열고 상담을 할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녀가 도와주는 것 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민 1세들의 자부심은 위축되지 않는다. 오늘날의 한인타운을 일구는데 기여했던 만큼 한인사회에 대해 할 말도 많다.

김모 할머니는 "우리 소일거리 중 하나가 라디오 듣기 신문 보기라 요즘 돌아가는 것은 웬만한 젊은이보다 많이 알 것"이라며 "노인회관 하나 놓고 아직도 이전투구를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한인회장 나온 사람들은 언제나 공약만 앞세우고 표만 달라고 한다. 정말로 시니어들을 위해 작은 정성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고단한 이민생활을 꾸려오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하고 쉬어야 할 노인 가운데는 자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사례가 많다.

내년 가정의달에는 땅거미가 지는 올림픽 길가를 걸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근심 많은 얼굴들이 환하게 펴지기를 기대해본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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