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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쌍둥이 곰돌이 구천서·구재서

 프로야구에서 형제가 같은 구단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삼미 슈퍼 스타즈에서 활약했던 양승관·양승후 형제 역시 삼미와 청보에서 같이 활약했던 김상기·김동기 형제 등이 있었다. 그러나 쌍둥이 형제가 프로야구에서 그것도 같은 구단에서 플레이를 한 형제간은 구천서·구재서 형제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사람은 대구에서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경운중학교에서 선수로 뛰다가 청운의 꿈을 안고 새로 창단된 신일고로 둥지를 옮겨 새로운 야구인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신일고는 전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인 한동화 감독 밑에서 피나는 훈련 끝에 76년 황금사자기 우승을 시작으로 화랑대기 우승 등 전국대회 최강팀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들 멤버 중에 두 쌍둥이 형제도 이름을 올리게 된다. 두 형제는 걸출한 야구선수를 많이 배출한 그 유명한 81학번 선수인데 대구야구의 몰락을 가져온 주인공이 바로 81학번이란 점도 흥미롭다.

 1978년 대구야구 미래의 주역들이 대구를 떠나 서울로 대거 진출하던 때 구천서·구재서는 박흥식과 함께 서울 신일고로, 고 안언학, 주대중이 서울 중앙고로 진학하면서 대구야구가 한 동안 침체기를 겪게 됐다.

 구천서는 1981년 선동렬과 함께 세계청소년 대표팀으로 태극마크를 달기도한 장래가 촉망된 선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로야구가 창단하기 전에 상업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잠시 하다가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OB 베어스 창단 멤버로 지명되어 선수생활을 마칠 때까지 OB맨으로 활약했다.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에 입문했는데도 뛰어난 타격과 1루를 뺀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낼 정도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펼쳤다.

 유격수 유지훤, 3루수 양세종, 2루수 김광수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하며 프로 원년 OB 우승에 한 몫을 했다. 그 당시 OB는 박철순 외에도 김우열, 윤동균 등 30대에 접어든 국내 최고령 노장들이 중심타선에 포진해서 공격을 이끌었고 신경식과 같이 고졸 실업출신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맹위를 떨쳐 어지간히 뒤진 게임은 막판 역전승을 장식하는 등 팀 별칭답게 반달곰의 끈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면 입단 동기인 쌍둥이 동생 구재서는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과 같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주로 대타나 대주자로 활약하면서 6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했다.

 한번은 앙숙인 삼성과의 시합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삼성 감독 자리를 김영덕 감독에게 빼앗긴 김성근 감독과 이러한 사실을 안 베어스 선수들이 김영덕 감독에게 야유를 보내 것이 화근이 되어 서로가 앙숙이 됐다. 대구 경기에서 양세종이 3루 주자를 견제하는 과정해서 주자의 머리를 치고 말았는데 이 행동이 발단이 되어 벤치 클리어링(Bench Clearing)이 되면서 선수들 간에 주먹이 오가고 삼성 관중도 여기에 동조해 술병을 던져 1루에 있던 구천서는 이마가 찢어지는 애꿎은 부상을 입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 그 당시에는 자주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도 이 두 팀은 별로 사이가 안 좋은 팀으로 알려져 있다.

 구천서는 역대 고졸 타자들 가운데 3할대 타율을 최단시간에 올린 선수로도 유명하다. 그는 신일고를 졸업했던 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타율 0.308로 타격 9위까지 올랐다. 만 19살에 3할 타율 고지를 점령한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이승엽도 프로 데뷔 2년 만에 도달할 수 있었던 대기록이다.

 82년 구천서는 66경기 출장해서 타율 0.279로 263타석에 들어서서 61안타와 4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데뷔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동생인 구재서는 16경기에 대주자나 대타로 출전해 3타수1안타 밖에 기록하지 못하면서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구천서는 12시즌을 끝으로 반달곰 둥지를 떠나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화 이글스에서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프로야구에 남아있는 원년 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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