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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 기자의 시시각각] 이지훈 연방판사의 인준

이지훈(존 리) 연방판사가 7일 연방상원에 의해 인준을 받았다.

연방법원에서 대형 이슈가 되는 재판을 직접 진행하기 위해서 걸맞는 법률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춰야 하는 직책에 시카고 한인이 임명됐다는 사실은 경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인회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 시카고 한인 이민역사에도 큰 자랑거리다.

이번 인준 소식을 접하고 이민역사가 성숙되면서 한인들의 공직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판사에 앞서 김영배 판사 역시 2010년부터 시카고에서 연방판사로 재임하고 있다.

많고 많은 변호사 중에서 판사가 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한국의 경우에는 사법연수원 성적이나 취향에 따라 판사와 검사로 진로가 결정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변호사나 검사로 충분한 법조 경험을 쌓은 뒤 선거에 출마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방법이 있다. 카운티나 항소법원, 주대법원 판사 등이 그렇다. 아니면 이 판사의 경우와 같이 연방상원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의 지명, 상원 표결로 최종 인준을 받아야 판사가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임명을 받으려면 판사로서의 수행 자질이 여러 단계를 통해 촘촘히 검증된다. 단순히 법률적인 지식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이 판사의 경우에도 하버드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대형로펌에 근무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기도 했지만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등 지역사회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연방 상원으로부터 추천을 받게 된 주요한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법전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함께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주요한 가치들을 충분히 공유해야 판사라는 직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직책에 한인이 임명됐다는 것은 이민 역사의 결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판사의 인준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크리스토퍼 강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의 역할이다. 강 고문은 최근 타계한 강영우 박사의 아들로 시카고대학을 나와 백악관에서 대통령에게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법률자문의 주요한 임무가 연방대법원 판사 등의 임명에 관련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존 리 판사의 지명에도 강 고문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연방판사의 인준 1단계인 연방상원의 추천을 받았더라도 백악관으로부터 낙점받지 못하면 안된다는 점에서 연방판사 인준절차상 강 고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지난 1월 백악관은 복수의 추천자 중에서 이 판사를 지명한 바 있다. 워싱턴 D.C.에서 연방정부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한인에 따르면 강 고문은 소냐 소토마이요 연방대법관의 의회 인준을 무난하게 처리하며 백악관의 신임을 얻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이 판사의 인준에도 강 고문의 능력이 발휘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인 공직자가 늘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한인사회의 역량도 이에 버금가게 증가하는 것 역시 관찰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자녀들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후원하는 부모의 역할이 있을 것이고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후원하는 한인사회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렇게 성장한 한인 공직자들이 서로 힘을 합치면 한인 정치력 신장이라는 원대한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제 2, 제 3의 이지훈 판사가 배출되기를 기원한다.

polipch@koreadaily.com·편집국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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