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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세상] 광우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송기원/연세대 교수·생화학과

캘리포니아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되면서 광우병 논란이 다시 뜨겁게 일고 있다. 광우병은 소의 뇌가 스폰지 형태로 변하는 뇌병증이다. 전염성 뇌질환으로 이 병에 걸린 소는 갑자기 미친 듯이 포악해지고 정신이상과 거동불안 난폭성을 드러내며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쓰러져 죽는 특징을 보인다.

프리온은 스크래피라고 불리는 양(羊)의 퇴행성 신경질환에서 분리된 감염물질이다. 이전까지 알려진 감염물질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인 DNA나 RNA 형태의 '핵산'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감염물질은 단백질로만 구성돼 있어 프리온이라 불리게 됐다.

프리온을 처음 분리한 UC샌프란시스코의 프루지너 박사는 단백질로만 구성된 프리온 성분이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프리온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이 연구 결과로 97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프리온 가설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고 광우병의 원인이 정말 프리온인지조차 과학적으로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프리온은 원래 각 개체의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아직 정확한 기능은 모르지만 뇌와 척수 등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



프리온은 단백질에 유전적 변이가 생기거나 외부 감염으로 인해 주변에 감염성 프리온이 존재하게 되면 빠르게 감염성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감염성 프리온은 면역성이 없는 데다 바이러스나 세균과는 다르게 고온 가열 소독을 해도 감염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광우병 논란이 된 캘리포니아주 젖소의 경우 다행히 자체적인 유전자 변이에 의한 것으로 발표돼 외부 감염에 의한 것보다는 덜 위협적이다.

그런데 양의 스크래피나 소의 광우병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프리온에 의한 퇴행성 뇌질환이 인간에게도 있다고 보고되면서 프리온 질환은 주요한 관심사로 등장했다. 사람의 프리온 질환으로는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의 '쿠루병'이 1950년대 처음으로 알려졌다. 쿠루병은 '떤다'는 환자의 증세를 원주민어로 표현한 것인데 죽은 사람의 뇌를 먹는 식인(食人) 의식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가이듀섹 박사는 쿠루병 희생자의 뇌 조직을 침팬지의 뇌에 주입하는 실험을 통해 쿠루병의 전염성을 규명한 공로로 76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쿠루병이 프리온 질환이란 사실은 앞서 언급한 프루지너 박사가 나중에 밝혀냈다.

인간에게 나타나는 프리온 질환은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다. 인간광우병으로 알려진 이 병은 100만 명 중 한 명 정도에게 발생할 정도지만 프리온 질환이다. 6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발생하며 치매 증세로 나타난다. 광우병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 단백질의 화학구조가 야콥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1996년 영국 의학전문가위원회는 광우병과의 접촉으로 인간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종의 야콥병은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병이라고 생각돼 왔던 야콥병과는 달리 젊은이들도 걸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광우병은 인간이 초식동물인 소에게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동물의 뼈와 부산물을 넣은 사료를 먹인 것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과학자가 할 이야기가 아닌지 모르지만 어쩌면 너무 잘 먹고 잘살려는 욕심 때문에 생긴 질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를 도살한 후 털을 비롯한 모든 부산물들을 산업재료로 이용하는 현실에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다고 해서 모든 위험을 피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가 먹는 약의 캡슐을 만드는 젤라틴 성분은 거의 모두 소의 부산물에서 추출해 만든 것이다. 다행히 걸릴 확률은 매우 낮은 질병이니 소머리국밥이나 양 대창구이 꼬리곰탕 햄버거 등을 조심하면서 심리적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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