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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한국 최고의 제구력 투수 임호균 (2)

 한국 사람들은 둘 이상 모이면 아래위를 따지고 셋 이상 모이면 편을 가르기를 좋아하고 그 무리 중에 으뜸이 되기를 좋아한다. 그로 인해 많은 부작용과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그러한 불미스러운 일 중에는 자신이 머리가 되기 위해 상대를 모함해서 설 자리를 빼앗거나 해를 가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야구 현장을 뛰어본 선수이자 기자로서 그 중의 한 사람이 장명부였고 그로 인한 피해자가 임호균이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 창설 당시 가장 팀 전력이 약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장명부는 선수들에게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니 자연히 투수들은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선배는 임호균이었고 모두가 그를 형같이 따랐고 연습 때나 불펜에서도 그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 그러니 최고참 선수였고 일본프로야구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장명부는 자존심이 무척 상할 수밖에 없었다.

 장명부는 이러한 일을 허욱 사장에게 바로 고하고 임호균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해줄 것을 요구하게 된다. 영원한 인천 맨이 되고 싶었던 임호균이었다. 그러나 구단은 삼미에서 가장 강한 입김을 가지고 있는 장명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래서 생긴 사건이 프로야구 최초의 1대 4 트레이드다. 삼미는 임호균을 내주고 롯데에서 우경하, 권두조, 김정수, 박정후를 데려오게 된다. 그 정도로 당시 임호균의 몸값은 대단했었다.

 이제 그는 허탈한 심정으로 두 번째로 부산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복수의 칼을 갈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삼미전만큼은 이를 악물고 던져 7번 선발에서 3번을 내리 완투하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을 버렸던 팀에 시원하게 복수를 했다. 특히나 1984년 5월2일 인천 삼미 전에서 장명부와 10회 완투 접전을 벌인 끝에 4-2로 승리한 건 명승부 가운데 명승부로 꼽힌다.

 이 같은 트레이드가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되어 롯데 유니폼을 갈아입은 첫해에 최약체 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를 최동원과 함께 역투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되었다. 최동원이 구원투수로 나가면 꼭 루상의 주자를 다 불러들인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이야 그러고 싶어서 그러진 않았겠지만 1승이 아쉬운 무명 투수들에겐 금싸라기 같은 1승이었다. 이런 식으로 구원승을 하면서 선발 투수의 승리를 무산시키는 일이 여러 번 생기게 되자 임호균이 최동원을 불러 이런 이야기까지 했었다. “넌 대선수인데 왜 동료들 승을 자꾸 빼았느냐”고 말이다.

 임호균은 롯데에서 3시즌을 뛰고 다시 고향 팀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삼미가 아닌 주인 새로 바뀐 청보 핀토스의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1986년 부산을 떠나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청보에선 연고지를 대표할 간판이 필요해서 그를 불러들이게 된다. 1987년 또 하나의 기록이 이루어지는데 바로 8월25일 인천-해태 전에서 73개의 공으로 5대 0 완봉승을 거두며 역대 9이닝 최소투구 완봉승 기록을 세운다. 그날 해태 타순은 백인호, 송일섭, 김봉연, 김성한, 김종모, 한대화, 이순철, 장채근, 서정환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한다는 타자들을 상대로 73개로 경기를 끝냈다는 믿기지 않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의 프로야구 전적은 44승56패3 세이브 평균 자책점은 3.32이다. 비록 화려한 기록은 아니지만 아주 빠른 스피드의 볼도 아닌 칼 같은 제구력을 무기로 평균 자책점 3.32를 기록했다는 것은 상대 타자의 수를 간파하면서 얼마나 훌륭한 투구를 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투수들에게 평균 자책점은 승수만큼이나 높이 평가되는 부문이다. 그만큼 상대 팀에게 점수를 내 주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어떤 감독이나 야구 전문가들은 평균 자책점이 낮은 투수를 더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어쨌든 임호균은 투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제구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투수로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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