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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광우병과 '윤리 먹거리'

'도무지 먹을 게 없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핑크 슬라임'(부위 별로 살을 발라내고 남은 쇠고기에 화약제를 섞어 만든 분홍색의 가공식품) 파동에 이어 이번엔 광우병 젖소 논란으로 먹거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별의별 다이어트가 다 등장하고 있다. 인류의 먼 조상을 닮자고 해서 나온 것이 '유인원 다이어트(ape diet)'다. 원숭이들이 주로 먹는 과일과 넛 종류 콩 단백질 잎이 넓은 푸성귀 등이 주 메뉴다.

몇해 전 미국의학협회 저널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코코(Koko) 식단을 권장 화제가 된 다이어트다. 코코는 영어 2000단어를 이해하고 수화 1000가지를 구사할 수 있다는 '말하는 고릴라'다. 저널은 코코가 먹는대로 따라하면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바람에 너도나도 '원숭이' 붐이 일어났다.

이른바 '100피트 다이어트'란 우스개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뒤뜰 100보 이내에 텃밭을 만들어 무공해 식품을 길러 먹자는 캠페인이다. 담장엔 각종 유실수 햇볕이 종일 드는 곳엔 채소를 가꿔 '그린 밥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급기야 '태양광선 다이어트'라는 기상천외한 식이요법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빛엔 태초의 자양분이 듬뿍 들어있어 태양 에너지를 섭취하면 무병장수한다는 내용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고 에너지를 오물오물 씹어먹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영양분은 무슨… 피부암에 걸리기 십상이다. 엊그제는 태양광선을 주식으로 삼은 스위스 여성이 굶어죽는 사례가 발생했다. 인도의 요가 수행자가 이 요법으로 90년을 훨씬 넘게 살았다는 인터넷 괴담을 믿고는 따라 하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 다이어트가 효험이 있다면 늘 태양에 노출돼 살고 있는 아프리카 주민들도 장수를 누릴텐데….

영국과 호주 독일 등지에서도 태양을 먹거리로 삼았다가 사망한 케이스가 적지 않다니 식탁에 대한 현대인들의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만 하겠다.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윤리 먹거리'다.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교수의 '동물해방론'에서 비롯된 다이어트다. 그가 쓴 베스트셀러 '죽음의 밥상'은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또 음식에 대한 금기를 둘 필요도 없다. 다만 동물학대 식품과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풍성한 식탁 속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에 메스를 들이댔다.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와 학대에 시달리며 사육되는 가축의 고기를 식탁에서 추방해야 된다고 주장한 저자는 소비자들도 이젠 먹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가공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역설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일은 한국서 광우병 촛불시위 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어 시위가 반미감정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 이번 광우병이 미국산 수입쇠고기와 연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느니 차라리 학대 당한 가축은 먹지 말자는 윤리적 소비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설득력을 얻을 것 같다.

우리 식탁이 얼마나 안전한지 진정으로 건강한 밥상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되는지 소비자들도 이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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