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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 읽고, 또 읽어라.

우리 가족이 페어팩스 카운티로 이사를 오자마자 한 일 가운데 하나가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이용 카드를 만든 일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아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보다는 서점에서 가서 새 책을 구입하여 읽기를 좋아했지만, 수시로 읽을 그 많은 책들을 모두 사서 볼 필요는 없기에 대개는 도서관의 책을 대출해서 읽도록 했다.

원하는 책이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집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한 후, 도서관의 위치를 확인하고 아들과 찾아나서는 길은 늘 즐거웠다. 아주 바빠서 필요한 책만을 빌려나올 때가 아니라면, 우리 가족은 도서관에 도착하여 책을 찾고나면 이산 가족이 되곤 했다. 보통 한시간 이상을 머무르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과 잡지 등을 읽었다. 책이 꼽혀 있는 서가에서 이 책 저 책을 찾으면서 아들과 나지막하게 수다를 떨 때, 나는 어린 아들이 평생 도서관을 가까이 하고 책을 사랑하기를 원했다.

오랜 책들에서 나는 냄새를 편하게 여기고, 한번 읽고 난 책들도 짐으로만 여기지 않으며, 자신에게 기쁨을 준 책을 친구에게도 권하고, 나는 줄 수 없는 지혜를 항상 책으로부터 찾기를 바랬다.

언제였던가, 아빠를 이기기 위해 '체스에서 이기는 법,' '체스 고수되는 법' 등 몇권의 책을 빌려서 수일 동안 읽고난 후부터 다시는 나를 상대로 지지 않았던 일을 통해 아들은 책이 공부나 지적인 발전만을 위함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많은 일에서도 유용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 읽기로부터 즐거움과 더불어 '정보'의 활용 방법을 익힌 아들은 점점 몰랐던 것을 아는 기쁨으로부터 나아가 무엇이든 '더 잘 하기 위해' 새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들에게 책 읽기가 준 가장 큰 선물은 아무래도 작문 능력의 향상이라 하겠다.

아들은 학교 공부를 내가 바라는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은 반면, 독서는 비교적 꾸준하게 했다. 한 분야의 책을 집중하여 읽기보다는 두루 두루 가리지 않고 책을 읽은 덕에 고교생이 되어서는 글쓰는데 가졌던 두려움을 제법 없애기 시작했다. 아주 빼어나게 글을 잘 쓰지는 못했지만, 전에 읽은 것들을 토대로 다양한 근거와 예를 제시하여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끄는데에는 그 전에 읽었던 책들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인상적이었던 일은 고전을 한참 읽을 때 아들이 썼던 글과 흥미 위주의 논픽션등을 읽을 때 썼던 글들의 문장과 깊이가 현격하게 달랐던 점이다. 무엇을 읽는가가 작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는 그 때 생생하게 보았다.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읽는이를 공감하게 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설득력있게 제시하여야 한다. 당장에는 소용없어 보이는 다른 나라의 역사와 고전 소설들, 세계 경제의 변화와 지구 곳곳의 소식들도 알아야 하고 다가오는 선거에 관하여도 읽어야 한다.

한국, 일본, 중국의 위치만 아는 사람과 그 나라들의 역사를 아는 사람, 그리고 현재의 상황도 아는 사람이 쓴 글의 깊이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잡지를 수년간 구독한 가정의 어린 아들이 세계 곳곳의 자연과 문화를 자세히 아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세계와 인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또 고교시절에 저명한 언론인들이 쓴 책을 계속 읽은 후, 세계 문제를 보는 눈을 키운 딸이 대학에서도 꾸준하게 시사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혀서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모습도 보았다.

많이 읽는 것은 이처럼 발전적이면서도 정직하게 결과를 만든다. 오늘 많이 읽는 것이 내일 잘 쓰게 되는 길임을 안다면, 도서관으로 가야한다. 서점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읽고 또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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