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병기' 5년 뒤로, IHO 개정 논의 연기…일본해 단독표기 연장은 막아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의 동해 표기 개정 논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해 5년 뒤로 미뤄졌다.IHO는 제18차 총회 4일째인 26일(현지시간) 동해 표기 채택을 위한 국제 바다지명 해도집 개정을 위한 논의를 속개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이 안건에 대한 논의 종결을 선언했다.
이로써 IHO의 국제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개정을 통해 동해를 현행 일본해 지명에 병기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은 차기 총회인 2017년으로 넘어갔다.
IHO가 지난 2002년과 2007년에 이어 이번 총회에서도 해도집 개정 문제를 타결하지 못하면서 국제 바다지명 표준 해도집에 동해를 병기하는 문제는 장기적인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 동해 표기 채택이 걸린 S-23의 개정이 3회 연속 무산됨에 따라 1953년 이후 개정판을 못내고 있는 이 해도집은 사실상 사문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IHO는 해도집 개정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첨예한 대립으로 다른 총회 일정에 차질을 빚자 이날 오전 서둘러 논의를 종결하고 이 안건에 대한 논의를 차기 총회로 넘겼다.
한국 대표단은 현행판을 부분적으로 개정하자는 일본의 제안이 전날 회의에서 부결되고, 오늘 회의에서도 특별한 결정이 나오지 않아 일본해 단독 표기 개정은 영원히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일본의 제안이 부결됨으로써 일본해 단독 표기 방식의 S-23 개정안이 폐기된 것을 이번 회의의 최대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백지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은 “일본해 단독 표기를 연장하려는 일본의 제안이 부결되고 한국 측 입장을 지지하는 회원국이 늘어나 해도집 개정을 통한 동해 병기만이 타당하다는 우리의 주장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국제적으로 동해를 병기한 지도의 보급이 계속 늘고, 지지여론도 확산 추세여서 시간이 지날수록 동해 병기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HO는 이날 회의를 종결하면서 실무그룹 구성 등 추가 논의를 위한 향후 플랜을 제시하지 않아 S-23 무용론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S-23 3판은 오류가 많은 데다 발행된 지 59년이 지나 국제표준 지침서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 대표단이 “국제 표준 지침서로서 기능을 상실한 S-23 규정을 폐지하자”고 발언하는 등 일본해 표기를 쓰고 있는 S-23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표단은 “이번 총회 결과는 전자해도가 발전하는 상항에서 S-23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S-23은 사실상 의미를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자신들의 제안을 표결에 붙인데 비해 우리 측이 동해 병기를 위한 제안을 공격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대표단은 이에 대해 “찬성표만 집계하는 표결 여건을 고려해 승리가 확실할 때까지 동해 병기안을 계속 남기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측은 전날 현행 3판에 기초해 부분적인 개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찬성표를 단 한표도 얻지 못해 이 제안은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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