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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이 되고 싶었다, 동유럽이 불렀다

유럽.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 곳에서 프랑스의 낭만을, 이탈리아의 도도함을, 영국의 품위나 스위스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길 우리는 꿈꾼다. 그래서 유럽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더 깊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유럽엔 있다. 동유럽. 이제 유럽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는 동유럽을 향해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우아함과 비엔나의 위풍당당함,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차갑고도 애잔한 정취, 슬로바키아 타트라 산맥의 고요하고도 웅장한 풍경, 폴란드 크라코우가 숨기고 있는 서글픈 역사의 한 장면, 체코 프라하의 아기자기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 독일 하이델베르크와 프랑크푸르트의 지적이고도 기개 넘치는 에너지를 담뿍 받아 올 수 있는, 바로 그 여정 말이다. 마침, 지금이 제 때다. 얼어붙었던 도시에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앙상했던 나무들에 초록이 돋기 시작하는 이 때. 떠나자, 동유럽의 봄을 느낄 때다. 새로운 유럽,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다.

1. 잘츠부르크·비엔나

동유럽 8박9일 여정의 첫 시작은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야 말로 동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던 그 전성시대의 찬란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다.



독일 뮌헨 공항으로 입국해 3시간 정도만 이동하면 첫 목적지인 잘츠부르크에 닿는다. 8박 9일 여정의 시작을 기품 넘치고도 우아한 이 도시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그마한 도시 어디에서나 작곡가 모차르트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문화를 사랑하는 여행객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넘친다.

20세기를 호령했던 명지휘자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의 생가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첫 관광지로 쉬어 간 미라벨 정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를 위해 지은 미라벨 궁전의 정원이란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이 들려온다. 하지만 모두의 탄성을 자아낸 것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에서도 도레미 송을 부르며 신나게 뛰놀던 마리아와 어린이들의 모습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는 설명이 이어지면서부터다. 다들 '아~'를 외치며 '그래 그래' 하고 곳곳을 누비며 영화 속 명장면의 흔적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 분수대 그 담쟁이 넝쿨 아치 그 동상과 그 계단이 펼쳐진다.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마법의 정원과도 같다.

다시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기자 고요히 흐르는 잘차흐 강을 사이에 두고 탁 트인 도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정갈하고도 세련됐다. 전세계 최고 부호들이 휴가지로 이 도시를 즐겨 찾는다는 이유가 단번에 설명되는 풍경이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불린다는 게트라이데 거리가 펼쳐진다. 활기 넘치는 거리의 풍경도 인상적이지만 그 한가운데 노란 건물 3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기 때문이다.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던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더 아름답게 들렸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젠 더 높은 곳에서 잘츠부르크를 한눈에 담을 시간. 케이블 카를 타고 호헨잘츠부르크 성에 오른다. 11세기부터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도시와 시민들을 수호해 온 성이다. 성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진정한 하일라이트는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모습이다. 아기자기한 구시가지의 전경 아늑한 호수와 초록의 포근함이 동시에 눈에 들어오며 그저 한없이 바라보고만 싶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곳이다. 해 질 녘 호헨잘츠부르크 성에서 바라본 잘츠부르크의 풍경은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절경의 한 페이지로 모두에게 기억될 것이 분명했다.

이튿날은 하루 종일 비엔나를 만끽하는 시간. 이 도시를 설명하는 최고의 키워드는 '위풍당당함'이었다. 600년 동안 오스트리아 왕실을 쥐락펴락 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흔적을 찾아가는 멋진 테마로 진행된 도시 관광이라 더욱 그랬을 터. 도시 전체가 문화 유적과도 같은 비엔나 시내를 버스로 이동 도착한 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이기도 한 쉔부른 궁전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궁전이자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지극히 아껴왔던 궁으로 유명한 곳으로 바로크 건축양식의 최정점에 있다는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서유럽에 베르사이유가 있다면 동유럽엔 쉔부른이 있다고 할 만큼 그 위용과 호화로움에 있어 달리 비할 데가 없어 보였다. 모두를 더욱 기쁘게 했던 것은 쉔부른 궁전을 즐길 시간을 충분히 선물해줬던 아주관광 측의 배려였다. 숨막히게 펼쳐진 궁전의 전경 앞에서 사진 한 장만 찍고 이동하겠거니 걱정했던 것과 달리 궁 안팎을 마음껏 누비며 산책도 해보고 풍경도 감상할 수 있을 충분한 여유가 허락됐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차를 즐기며 도시 전체를 내려다봤다는 자리에서 그녀와 같은 시선으로 비엔나를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이어진 시내관광은 한 시대를 호령했던 오스트리아 왕실의 오만하도록 빛났던 자부심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였다. 게다가 버스 이동과 도보 이동이 적절히 조화된 동선의 세심함이 돋보여 함께하는 여행객들의 컨디션도 줄곧 '최상'으로 유지됐다. 비엔나 시내 곳곳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오페라하우스 시청을 일일이 한 곳 한 곳 방문해 화려하면서도 기개 넘치는 외관과 디테일한 장식들을 주의 깊게 살펴 볼 수 있었다. 쉔부른 궁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품위와 웅장함이 녹아있던 호프부르크 왕궁을 둘러보는 기회 또한 비엔나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엔나 관광의 마무리는 게트라이데 거리였다. 번화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쇼핑의 천국인 동시에 그 한가운데마저 슈테판 성당과 삼위일체탑 등 유서깊은 명소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페스트가 창궐했던 17세기 말 덧없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졌던 10만 명을 추모하며 지어진 삼위일체탑에선 거룩한 후광이 빛나는 듯했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양식 건물인 슈테판 성당의 압도적 건축미는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유약한 인간의 한계와 신을 향한 경건함을 느끼게 했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곳이라는 설명은 슈테판 성당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더하기 충분했다.

고맙게도 이 멋진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또 한 번의 여유가 허락됐다. 가이드가 잠시 짬을 내 비엔나에서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커피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 것. 그 사이 가까워진 모두가 모여 그윽한 맛의 비엔나 커피맛을 만끽했다. 그마저도 위풍당당한 아쉬움을 남기며 떠나면서도 절대 잊을 수 없을 듯한 비엔나의 맛이었다.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고…
먼지도 쌓이면 두께를 갖는다
자유로운 영혼의 내가 역사가 되는 여행


2. 부다페스트

동유럽의 색다른 정취를 느끼고 싶어 여행길에 나서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비엔나에서 버스로 저녁 길을 가르며 달려 부다페스트의 도착했을 때만 해도 모두에게 큰 기대는 없었다. 아주관광 피터 박 부사장을 비롯해 북미 전지역에서 모여든 소위 '여행 전문가'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헝가리 현지식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에 바삭한 감자가 곁들여 스테이크를 즐기면서부터 조금씩 이 도시에 대한 마음이 열렸다. 아마도 거기엔 기타 바이올린 아코디언과 한 몸이 된 듯 애수 가득한 집시풍 선율을 연주해주던 뮤지션들의 공도 컸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여행객들을 위해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연주해주는 센스까지 겸했으니 모두의 기분이 '업'되고 어깨가 으쓱해진 것은 물론이다.

만족스런 식사 후 부다페스트 야경 감상을 위해 작은 유람선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 유람선 위에서의 1시간은 조금은 생경했던 이 도시에 모두가 흠뻑 빠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마법의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 시간 만난 헝가리 그리고 부다페스트는 '시간이 정체된 곳'이 아니라 '과거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도나우강을 유유히 헤치며 좌우로 펼쳐진 헝가리 왕국의 유적들은 곳곳에서 쏘아 올리는 조명을 받아 찬란한 금빛으로 빛났다. 그 중에서도 정교하게 반복되던 외벽의 장식이 순금으로 지은 듯 빛을 발하던 국회의사당 건물의 아름다움은 헝가리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도 남을만한 절경이었다. 숙소로 돌아가서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의 여운이 가슴에 요동쳤다. 그 밤 깊고 진한 맛이 유명하다는 토카이 와인 한 잔을 음미하려 호텔 바에 하나 둘 모여든 일행이 늦도록 나눈 이야기도 야경을 감상한 흥분뿐이었다.

다음날 어둠이 걷힌 부다페스트는 또 다른 탄성의 연속이었다. 서유럽 어디에서도 심지어 바로 전 날 본 비엔나 시내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그만의 정취가 있었다. 옷 깃 사이로 불어오는 도시의 바람처럼 차가웠지만 힘과 배포가 있었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견뎌낸 만큼 닳고 깎여진 건물의 외벽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마저도 그대로 보존하고 역사의 일부로 품어 온 헝가리인들의 의식과 감성 또한 느껴졌다.

부다페스트만을 위해 초빙된 가이드는 헝가리 현지에서도 최고로 꼽혀 한국의 각계 인사가 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안내를 맡아 온 분으로 경험과 지식 유머와 교양을 모두 겸비한 분이었다. 최고의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시작한 첫 관광지는 겔레르트 순교 언덕. 서울의 남산처럼 부다페스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포인트가 널려 있는 관광의 요지다.

11세기 가톨릭 신앙을 전파하다 순교한 이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의 웅장함도 탁 트인 시가지 풍경과 함께 겔레르트 언덕에서 마음에 담아가야 할 보물이었다.

부다 왕궁에서 내려다보는 세체니 다리와 그 밑으로 보이는 국회의사당의 낮 풍경은 전날 밤 야경으로 만났던 부다페스트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낮과 밤의 매력이 다른 도시가 바로 이 곳 부다페스트였다.

성 외곽과 베토벤이 즐겨 찾았다던 생가 대통령궁을 지나 또 다른 부다페스트의 관광명소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로 이동했다. 13세기에 처음 건립됐다가 첨탑의 증축 터키의 점령 가톨릭으로의 회귀 과정을 거치면서도 그 품위와 화려함을 잃지 않은 성당의 아찔한 아름다움이 그 주변을 거듭 맴돌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뾰족한 지붕 아름다운 회랑들로 독특한 성벽을 이루고 있는 어부의 요새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조차 힘찬 낭만을 지니고 있으니 그 또한 '부다페스트적' '헝가리틱' 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마침 구름이 하늘을 덮고 안개가 강 위로 두텁게 내려앉은 날씨였다. 덕분에 도시와 너무나도 어울리는 최고의 분위기까지 조성된 듯 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패키지 여행의 단점이 단점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사진만 찍고 이동하는 촉박한 일정이라고들 하지만 다행히도 요소요소에서 많은 시간이 허락됐다. 돌이켜 생각하면 기억조차 안날만큼 성급한 일정이 아니라 하나하나 기억에 남고 마음에 새길 수 있을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가장 완벽하고도 효율적인 동유럽 8박 9일 일정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과 업그레이드했는지 상품 개발에 힘쓴 여행사의 노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의 애수 어린 정취는 안드라시 거리 끝자락에 자리한 영웅광장에서 잠시 정차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의 광화문과도 같은 느낌이었지만 좌우로 넓게 퍼져 광장을 수호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상들에서 그 누구도 거스르지 못할 듯한 위엄이 배어나왔다. 전날 헝가리의 맛과 향을 맘껏 느낄 수 있는 현지식을 한 만큼 이날의 점심은 한식을 준비한 배려도 감사했다. 최근엔 헝가리에도 한류 열풍이 드높고 한국문화원마저 들어서며 한식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고 했다. 또다시 어깨를 으쓱하며 부다페스트를 떠날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미리 보고 가면 감동 100배
사운드 오브 뮤직
프라하의 연인
아마데우스…


동유럽 여행에 앞서 미리 보고 가면 좋을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다. 먼저 오스트리아를 여행하기 전에는 잘츠부르크의 아름다움이 담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과 18세기 비엔나의 생활상이 잘 담긴 '아마데우스'를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 된다.

부다페스트를 방문하기 전에는 김태희 이병헌 주연의 드라마 '아이리스' 초반부를 보고 가면 반가움을 더할 수 있다. 착 가라앉은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 '글루미 선데이'도 추천할 만 하다.

아이슈비츠에 가기 전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리암 니슨 주연의 '쉰들러 리스트'를 본다면 역사의식을 한층 더 고취할 수 있을 것.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영화 '프라하의 봄'은 물론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도 도시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 있다.

하이델베르크는 고전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이 된 곳이다. 영화를 통해 미리 예습하고 간다면 아는 만큼 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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