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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온갖 맛의 집합 '간장 게장'

난, 솔직히
너만 먹고도
평생을 살겠다!

살이 제법 통통하게 오른 봄 꽃게 한 마리를 두 손으로 쫙 벌리니 오렌지색 알이 올록볼록.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마다 알알이 꽉 찬 게살이며 참기름을 바른 듯 고소한 내장이 콧속을 간지럽힌다. 꽃게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는 3~5월 암게. 통통한 살과 알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아 마음이 급하다. 크게 한 숟가락 알만 건져 입에 넣으니 고소함이 한 가득. '아, 드디어 봄이 왔구나'하며 음미할라치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달콤하고 아쉬운 게 꼭 봄과 닮았다.

작은 게 다리 한 손에 잡고 와작. 미끄덩한 속살이 벌써 목구멍에 닿아 짭짤한 간장에 살짝 물든 바다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쪽쪽 소리를 내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 이때가 바로 클라이맥스. 속을 훤히 내놓고 누워있는 게딱지에 밥 두 젓가락 올리고 쓱쓱 휘젓는다. 구석구석 숨어있던 진짜 속살이 하얀 쌀밥에 녹아든다. 크게 한입 아~. 게장은 맛있다.

◆JJ그랜드호텔 일식 간장게장

시도 때도 없이 졸린 4월의 오후 뭘 먹어도 입안이 꺼끌꺼끌하다. 혓바닥도 봄을 타는지 요새 통 힘이 없다. 혹시 게장에 비빈 밥 한 숟가락이면 잃어버린 입맛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까운 JJ그랜드 호텔 2층을 찾았다. 레몬향 나는 일식 간장게장으로 비리지 않고 담백하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편안하다. 테이블마다 싱그러운 봄 냄새가 난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일식 간장게장과 봄나물 정식을 주문했다.

10여 분쯤 지나자 게장과 봄나물이 함께 나왔다. 한 상 가득 푸짐하다. 게장에선 실제로 레몬향이 난다. 거무튀튀하지 않고 옅은 황토색을 띄는 게장국물을 한 수저 떠서 맛을 보니 딱 그 맛이다. 가츠오부시와 쯔유로 맛을 낸 진한 우동국물 맛. 거기에 레몬즙을 넣어 상큼함을 더했다. 뭔가 보통 알고 있던 게장보단 연하고 부드럽다. 지나가는 소리로 이유를 묻자 "한국에서 들여온 게를 이틀 반만 숙성시킨다"는 답이 돌아왔다. 짭짤하고 달착지근해 밥 없이 게만 먹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연거푸 세 숟가락이나 국물을 떠먹었지만 혀가 마비될 만큼 짜진 않았다.

사실 게장이 나올 때부터 두 눈은 알에 고정돼있었다. 붉은 오렌지빛 알. 게가 크진 않지만 조금만 건들이면 쏟아 내릴 것 같은 알이 탱글탱글 먹음직스럽다. 조각조각 잘라진 게 다리를 하나 잡고 입가에 대기만 했을 뿐인데 고소함이 느껴진다. 와작와작 씹을 때마다 맑은 간장과 통통한 살이 함께 빨려들어 온다. 흐물흐물하지 않고 알알이 살아있다. 젓가락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뜯기 시작. 단단하고 꽉 찬 살이 달콤하다. 비린내는 거의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위로 잘린 몸통이나 잔 다리와는 달리 집게가 반으로 잘려있지 않는 것. 마지막 살점 하나까지도 버리고 싶지 않다.

게딱지를 열자 푸르스름하고도 노란 내장이 반겨준다. 흰 쌀밥 꽉꽉 눌러 살살 비볐다. 이 맛을 뭐라 설명해야 할까. 고소하고도 씁쓸했다가 짭짤하지만 단맛 핑 도는 이 맛. 젓가락을 왼쪽 오른쪽으로 휘저을 때마다 게딱지를 벗어나는 밥알이 아까울 정도의 맛이다. 끝 맛은 담백하고 깔끔했다. 간장 자체도 맑았지만 살도 내장도 신선했다. 간장의 저린 맛이 입안에 오래 남지 않아 좋았다.

레몬즙에 적셔둔 티슈에 손가락을 닦고 톳나물을 입에 넣었다. 씁쓸하지만 풋풋한 이 맛이 게딱지 비빔밥의 흔적을 지웠다. 싱그럽다. 쑥갓 달래 톳 민들레 미나리는 초록색이란 공통점을 제외하고 같은 것이 없었다. 제 향과 맛이 살아있고 모양도 각기 달랐다. 살짝 데쳐 무친 민들레는 시금치와 비슷한 맛이 났고 쑥갓은 무청처럼 시원했다. 혹 마늘에 싹 난 것처럼 보이는 달래는 이름처럼 달콤했고 미나리는 고추장에 무쳐 입맛을 돋웠다. 하얀 쌀밥에 초록 나물 한 점 올리니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삼삼하다.

"나물 비빔밥 한 수저 어떠세요?"하며 고추장과 참기름 잡곡밥이 나왔다. 배가 불러 사양하고 싶었지만 막상 나물과 밥 고추장이 쓱쓱 비벼지니 숟가락이 먼저 올라간다.

진한 시골 된장찌개 한두 숟가락 떠서 비빔밥 위에 뿌리고 한 입. 익숙하지만 항상 그리운 맛. 이 맛을 뿌리칠 수 있는 한국 사람은 없을 거다.오랜만에 즐거운 식사를 했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입맛은 제자리를 찾았다. 역시 '밥도둑'이란 애칭은 거짓이 아니었다. 입맛이 없다면 속는 셈치고 봄철 게장 한 숟가락 하면 좋겠다. 짠 바다의 향기가 닫혀있던 눈 코 입을 동시에 열어준다.

게딱지에 밥 몇 숟가락 비벼먹고 끝내기엔 너무도 아쉽다.

말랑한 게살이 녹아둔 짭조름한 간장국물이나 여러 번 우려내도 시원할 게 껍데기, 집게 구석구석 아직 남아있는 속살까지 게장은 버릴 것이 없는 귀한 몸이다.

맛을 살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그의 두 번째 변신, 후회는 없다.

◇ 게장라면

젓가락이나 꼬챙이를 사용해 게장 속살을 긁어 모은다. 살이 별로 없는 다리는 따로 모아둔다. 평소 끓이는 양보다 물을 0.5배 더 넣고 팔팔 끓이다가 게 다리와 게살을 넣어준다. 맛을 보고 라면 수프의 양을 조절한다. 보통 수프 반개 양이면 충분하다. 국물이 우러나면 면과 어묵·파·팽이버섯 등을 넣는다. 미나리를 곁들이면 진한 국물에 향긋함이 더해진다. 구수하고 진한 맛.

◇ 메추리알 장조림

소금 한 큰술 넣고 삶은 메추리알을 찬물에 식혀 껍질을 깐다. 마늘, 꽈리고추, 홍고추, 새송이버섯은 깨끗이 씻어 먹기 좋게 잘라둔다. 게장국물 2컵 반을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다가 김이 살짝 올라오면 마늘과 버섯, 메추리알을 넣는다. 거품이 나면 걷어내고 설탕이나 꿀을 첨가해 단맛을 살린다. 매콤한 향을 더해줄 꽈리고추와 홍고추는 어슷썰기 해 마지막에 넣어준다. 센 불로 조리지 않고 상온에서 식히는 것이 포인트. 간단한 밑반찬 메뉴로 추천한다.

◇ 닭고기 볶음밥

미리 삶아둔 닭 가슴살을 잘게 찢는다. 멸치·다시마·대파를 넣고 끓인 육수와 게장국물을 5:5 비율로 섞고, 프라이팬에 올린 닭고기가 살짝 잠길 정도로 부어준다. 양파나 쪽파를 쫑쫑 썰어 함께 볶으면 향이 좋다. 눌어붙지 않을 정도로 볶아 한소끔 식힌 밥 위에 올려 먹는다. 부드럽고 포근한 맛이 입안에 착 감긴다. 리조또 느낌. 팽이버섯이나 김가루를 더해도 좋다.

Try This

◇ 뉴신정

▶ 주소: 3450 W 6th St Los Angeles, CA 90020-2566, (213) 386-9552

◇ 소반

▶ 주소:4001 W Olympic Blvd, Los Angeles, CA 90019, (323)936-9106

◇ 청해진: 신사동 간장게장

▶ 주소: 3470 W 6th St Los Angeles, CA 90020, (213) 384-5825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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