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4.29 폭동] 4.언론인 이경원씨
흑인 언론 평소 왜곡보도
서로 불신 커져 사태 악화
후세 위해 기록 보존 필요
당당히 정부 사과 받아야
한인 1세대 영어권 기자로 활약한 이경원(84)씨는 20년 전 4.29 LA폭동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보도한 언론인 중 한명이다.
그가 본 LA폭동의 원인은 단순히 로드니 킹을 폭행한 경찰들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흑인 소녀 나탸사 할린스를 사망케 한 두순자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기 때문은 아니다.
이씨는 "80년대 초부터 흑인 커뮤니티에서 발행하는 신문들마다 '한인 상인들이 흑인지역을 점령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꾸준히 보도됐었다"며 "심지어 일부 신문에선 정부에서 한인들에게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루머성 기사도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백인들의 노예로 살아왔던 삶에 대한 아픔을 다 치유하지 못했던 흑인들은 이런 기사들을 통해 한인들에 대한 반감을 차곡차곡 쌓았다"며 "하지만 영어구사 문제 등의 이유로 커뮤니티간의 대화는 없었고 서로간의 불신만 커지다보니 폭동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폭동으로 불탄 상점들은 재개발 등의 이유로 복구됐지만 커뮤니티간의 골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한 그는 "사이구의 역사를 기록하고 남기는 일 만이 미래의 한인사회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예로 나치 전범을 아직도 추적해 처벌하고 피해자를 위한 기념관을 건립하는 유대인들의 역사보존 활동을 들었다.
또 이씨는 "연방의회도 2차 대전 당시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강제수용시켰던 과거를 사과했다. 또 일본 커뮤니티는 LA다운타운에 박물관을 건립해 당시 역사를 후손들에게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이같은 절차를 밟아 사이구에 대한 역사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이제 LA시의 주인은 이민자 커뮤니티다. 백인과 흑인으로 나뉘던 패러다임은 없어졌다"며 "우리의 역사를 미국 사회에 올바르게 전달해 당당하게 정부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은 2세와 3세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한인사회가 4.29 LA폭동을 다각도로 되돌아보는 행사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하지만 행사로만 그치면 안됩니다. 책임을 묻고 역사를 바로잡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합니다."
장연화 기자 yhch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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