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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미스터 MBC 청룡' 김상훈

‘미스터 청룡’이라고 불리며 청룡의 간판타자로 김재박, 이광은과 클린업 트리오로 팀 타선을 이끌었던 1루수 김상훈. 그는 1번 타자 김재박, 2번 김인식에 이어 정교한 타격으로 3번 타자로 MBC 청룡에 이어 LG 트윈스에서 서울 야구의 자존심을 지켰던 선수였다.

 1984년 MBC 청룡 입단. 첫 해 75안타 이후 1985년부터 6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88년에는 3할5푼4리의 타율로 타격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 여세를 몰아 9번째 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통산 5번째로1000 안타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그는 체격이 큰 타자들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워풀한 스윙보다 공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쳐내는 전형적인 중거리타자로 그래서 홈런보다는 2루타에 더 능한 타자였다.
 
그 결과 입단 7시즌 만에 통산 100개 2루타를 때려댔다. 신장이 185 센티미터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키였던 김상훈은 구부정한 타격폼과 오른발을 들었다가 나가는 특유의 스윙을 했던 타자였다.
 
그런 친구가 타격할 때 스윙은 파워풀할 것 같은데 의외로 정제된 스윙을 했다. 깔끔한 외모와는 달리 한 터프(Tough) 하는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곧 잘 판정시비로 심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는 친구였다.
 
그런 깔끔한 외모로 서울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김상훈은 93년 은퇴하기까지 미스터 LG로 사랑 받으면서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타자로 이름을 날렸고 90년 MBC 청룡에서 LG 트윈스로 팀 이름을 바꾼 첫 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시즌 1위로 플레이오프에 나가 삼성을 제치고 우승을 한다. 아울러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끼게 되는 영광스러운 한해를 보낸다.
 
그때 이승엽을 길러내서 ‘이승엽의 사부’로 통하는 박흥식과 윤덕규 등 좌타 라인의 눈부신 활약은 많은 화제를 낳았고 지금의 LG 트윈스가 전통적으로 강한 좌타자들을 보유하게 되는 시발점이 된다.
 
동대문상고를 나와 동아대 4번 타자 활약하던 김상훈은 만만치 않았던 선배들인 김용달과 김바위를 밀어내고 팀의 새로운 1루수로 자리를 굳힌다. 기량도 뛰어났지만 어우홍 감독이 부임 전까지 동아대 감독이었던 만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MBC 청룡에 들어오면서 홈구장인 잠실을 의식해서 중장거리 타격폼으로 바꾼 것이 먹혀들었던 것이다.
 
김상훈은 시즌초반 4할 대의 타력을 보이면서 타격랭킹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중반이후부터 타격폼이 흔들리면서 결국 2할 7푼대로 시즌을 마감한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프로야구의 맛을 알아 가면서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 당시 MBC 청룡의 중심타선은 82년 같이 국가 대표팀에서 뛰었던 김재박, 이해창, 이광은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로 짜여져 있었다. 그런 틈에서 3번 타자의 자리를 쟁취해 찬스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해내면서 서두루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를 서서히 부각시켜 나갔다.
 
자신의 체격 조건으로 보거나 대학시절의 실력으로 보거나 충분히 장거리포 타자로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었겠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자기에게 충실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 나갔기 때문에 훌륭한 기록들을 남기면서 팬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았던 것이다. 물론 정확 하면서 한 방이 있는 선수라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과유불급 (過猶不及)' 이라는 말과 같이 지나치지 않고 자신에게 맞게 선수 생활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고 그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런 김상훈의 선수생활 스타일이 우리에게도 의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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