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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스 아프가니 레스토랑 (Azeen's Afghani Restaurant)

아프가니스탄을 '먹는다'
낯설지만 익숙한듯 오묘한 맛

속이 꽉찬 만두닮은 '만투'
씹을 수록 고소한 맛 배
톰양쿵(태국)과 커리 사이
새콤·부드러운 스마록 찰라오


어떤 맛일까 어떤 재료로 만들까 상상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상은 오직 전쟁뿐. 무엇을 먹든지 호기심만은 충족해줄 거라 믿고 '아진스 아프가니 레스토랑'(Azeen's Afghani Restaurant)으로 향했다. 고풍스런 올드 패서디나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식당. 전면 유리창 사이로 오렌지빛 조명이 은은하게 새어나온다. 문은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흐-' '알라쿰-'하는 아랍어 노랫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테이블은 약 20개. 아라비아 어느 사막을 그린 벽화나 장식품을 빼면 프렌치 레스토랑 같은 아늑한 분위기다.

자리에 앉자마자 키 큰 주인장이 다가와 "처음이세요?" 하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것저것 추천해달라고 하자 (처음이라면) 모둠 케밥이 좋겠다는 말을 건넨다. 사실 케밥은 지난해 12월 아르메니안 식당에서 먹어봤을 뿐더러 이미 맛을 알기 때문에 PASS. 메뉴판을 잡고 씨름하길 10여 분 후 인기가 좋다는 만투(Mantu)와 쿠빌리 팔라오(Quabili Pallaw) 스마록 찰라오(Smarooq Challaw) 그리고 향이 좋은 아프간 티를 주문했다.

오후 7시10분 저녁 시간치곤 여유롭다. 자리를 채운 다섯 테이블에선 맛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창 밖으로 한산한 거리를 구경하길 10분쯤 지났을까 첫 메뉴가 등장한다. 아프간 티와 만투. 만투는 발음도 생김새도 우리네 만두와 흡사했다. 다른 점은 다진고기를 감싼 얇은 만두피가 네모났고 그 위에 요구르트와 토마토소스가 올려져 있다는 정도. 한입 베어 무니 다진 쇠고기가 덩어리째 씹힌다.

목이 메 저절로 찻잔에 손이 간다. 만두피 속엔 고기만 들어있기 때문에 소스에 버무려진 옥수수 콩 피망 등은 적당히 묻혀 먹어야 한다. 다시 시도.

시큼한 요구르트와 토마토 소스의 만남이 조금 이상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궁합이 좋다. 고기와 양념 채소와 향이 모두 입속에서 완성되는 느낌이랄까. 식초를 많이 섞은 간장에 찍어먹는 만두 맛이다. 처음엔 상큼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가 된다. 반면 만투 옆에 나온 실란트로 살사는 흔히 말하는 '화장품 스킨 로션' 향이 났다. 만투와 곁들여 먹으면 확실히 고기 본연의 냄새는 잡아주지만 양념의 맛과 향이 너무 진해 뭘 먹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다. 아프간 티로 입을 헹궈낼 정도.

민트향이 강한 아프간 티는 개운했다. 소두구(小豆寇 Cardamon)라는 비싼 향신료로 맛을 냈는데 내 맘대로 평하자면 아주 진한 카모마일 티 같다.

닭고기 스마록 찰라오는 양송이 버섯을 듬뿍 넣은 오렌지빛 커리다. 새콤하지만 깔끔하다. 하얀 쌀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Good. 맛은 한 마디로 태국의 톰양쿵과 인도 커리의 만남이다. 커리보단 묽지만 톰양쿵보단 끈기도 있고 단맛이 난다. 전혀 맵지 않고 부드럽다. 쌀은 일명 '날리는 쌀'이라 불리는 인남미. 소스로 밥알을 뭉친다는 느낌보단 적셔서 비빈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뼈가 붙어있는 닭고기 조각은 오랜시간 끓인 결과 조금만 힘을 줘도 살코기만 발라진다. 온몸으로 라임주스를 빨아들인 통통한 양송이 버섯은 씹는 동시에 톡톡 새콤함이 터진다. 닭고기와 버섯외 별다른 채소가 들어있지 않은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양고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주문하기 꺼렸던 쿠빌리 팔라오 등장. "진짜 맛있어요. 날 믿어요. 우리집에 왔으면 이건 꼭 먹고 가야해요"라며 주인장이 적극 추천한 요리다. 반쯤 포기하는(?)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었는데 모양새가 좀 특이하다. 양고기는 보이지 않고 채 썬 당근과 건포도만이 황토색 밥 위에 잔뜩 뿌려져 있다. 접시의 바깥쪽부터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오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카레가루를 넣고 볶은 밥에 계피와 설탕을 넣은 맛. 향이 좋다. 밥 위에 고명처럼 올려진 당근은 설탕물에 살짝 데쳐 단맛을 더했다. 점점 접시의 정중앙을 향해 숟가락을 옮기던 찰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엄지손가락 두 개를 붙여놓은 것 같은 양고기 덩어리. 사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 별로 씹을 필요도 없다. 특유의 양 냄새가 나지 않는 다곤 말할 수 없지만 매우 약하다. 고기에는 별다른 양념이 없지만 밥에 스며든 향신료들이 소스역할을 한다. 양이 너무 많고 단맛이 계속 돼 질릴 수 있다는 것이 마이너스 포인트. 중간 중간 아프간 티를 마셔가며 입안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식당내부에 붙어있는 스티브 맥커리의 '푸른 눈의 아프간 소녀' 때문일까. 처음 맛 본 아프간 음식도 올드 패서디나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기분이 든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새콤함을 잃지 않는 플레인 요구르트맛 같다. 부드럽고 깔끔한 끝 맛. 점심보단 저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보단 연인끼리 함께 가면 좋을 것 같다. 맛과 분위기가 근사하게 어울린다.

▶주소: 110 East Union St Pasadena 91103 (626) 683-3310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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