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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청년' 이 유엔서 전하는 희망…지적장애인 데니스 한씨, 'With' 전

어릴 적 뇌막염 앓아…반기문 총장이 주선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유엔본부가 이색적인 전시로 들썩거려 화제다. ‘다섯 살 청년’의 그림을 보기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각국 유엔 대사들이 찾은 것.

9일 유엔본부를 떠들썩하게 한 이색적인 전시의 주인공은 바로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다섯 살 청년’ 데니스 한씨다. 몸은 서른다섯이지만 생각은 다섯 살 어린아이인 한씨는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림에 담는다.

1977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한씨는 생후 1년4개월 만에 뇌막염을 앓아 지적장애인이 됐다. 그림을 그리기는커녕 손과 발을 제대로 움직이기도 벅찼다. 그런 한씨가 그림이라는 도구를 얻게 된 계기는 재불 화가로 활동하는 이모 심현지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98년 심씨가 살고 있던 파리로 간 한씨는 거기에서 이모와 ‘그림 훈련’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고 집에 오면 심씨는 한씨에게 스케치북을 쥐어주며 ‘느낀 대로 그려보라’고 했다. 마커로 시작한 그림이 수채화로, 아크릴 물감으로, 유화로 점점 다양해졌다. 그림이 다양해지면서 한씨의 실력도 날로 늘었다. 그림을 배운 지 4년 만에 서울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주선해 더욱 특별하다. 지난해 2월 반 총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한씨의 사연을 담은 이 편지는 반 총장을 사로잡았다.

반 총장은 “편지를 읽고 너무 감동 받아 꼭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데니스를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아직도 그 편지를 사무실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지금의 한씨를 만든 이모 심씨는 뜻 깊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대신 어머니 한영란씨와 동생 데보라, 사촌 해리 심씨 등이 함께 했다. 뉴욕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씨를 비롯한 가족은 다소 설레고 긴장되는 모습이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함께(With)’. 사람들이 모이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상징한다. 한씨의 그림에는 순수한 감정 표현이 돋보인다. 주로 여행 가서 찍어 온 사진이나 길에서 본 풍경과 사람 등을 화폭에 담는다. 피카소·마티스 등 대가들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과정을 묻기도 하며 한씨와 가족과 함께 전시를 둘러본 반 총장 내외는 “감동적”이라고 연발했다. 비록 한씨와 원활하게 언어 소통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림을 보는 마음만은 통했다. 반 총장은 “그림 세계가 아주 순수하고 자기가 보는 것 그대로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를 둘러 본 각국 대사들도 입을 모아 칭찬했다. 특히 이사벨 피코 주유엔 모나코대표부 대사의 경우 한씨를 모나코로 초청해 작품을 꼭 한번 전시하고 싶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장애는 ‘할 수 없다’는 게 아니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일 뿐”이라며 “한씨의 작품을 통해 한 개인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구상 70억 명 중 1억명을 차지하는 장애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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