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칠판에 기대서라" 총격…범행서 도주까지 6분
2007년 제2의 조승희 사건을 연상시키는 오이코스 대학 총기난사 사건은 범행에서 도주까지 불과 6분이 걸렸지만 앞길이 창창한 7명의 청춘이 스러졌다.2일 오전 10시30분쯤. 지난 1월 간호학과를 자퇴한 고수남(43)씨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카키색 점퍼 차림의 고씨는 45구경 권총을 꺼내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여직원 케이틀린 핑씨를 인질로 잡고 간호학과 강의실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 그의 동급생이던 학생 14명이 보충수업을 받고 있었다. 고씨는 "모두 일어서서 칠판에 기대 서라"고 명령했다. 어리둥절하던 학생들은 고씨의 권총을 보자 패닉에 빠졌다.
고씨가 핑씨에 이어 학생들에게 차례로 총격을 가하자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총성과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학생들은 교실을 뛰쳐나갔다. 일부는 어깨와 등 팔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면서 달아났다. 고씨가 조준 사격한 총에 가슴과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학생들도 있었다. 총성은 계속 울렸다.
고씨는 총을 재장전하고 강의실을 나왔다. 옆 강의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패닉에 빠졌다. 데첸 양좀은 총성을 듣고 재빨리 문을 잠그고 불을 껐다.
고씨는 잠긴 문 손잡이를 열려고 수차례 시도하다 문에 3발의 총격을 가한 뒤 건물을 나섰다. 또 다른 강의실에선 강사가 학생들을 급히 인솔해 차를 몰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양좀과 강사의 기지로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고씨는 차를 주차하던 여성에게 총을 쏜 뒤 차를 훔쳐 달아났다.
총격이 발생하고 3분 뒤 911로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3분 뒤 근처에 있던 가주고속도로 순찰대가 현장에 먼저 도착했다. 한 여성이 총상을 입은 채 담벼락에 기대 있었다. 지원요청이 접수됐다. 사건발생 10여 분 뒤 경찰과 구급차 경찰 스왓팀이 출동했다. 그러나 고씨는 이미 달아난 뒤였다.
경찰은 강의실 문을 잠그고 떨고 있는 학생들과 곳곳에 쓰러져 있는 부상자들을 구조했다.
고씨가 발견된 것은 사건 발생 약 1시간 뒤. 학교에서 5마일 떨어진 알라메다의 세이프웨이 앞에서 경비원에게 "내가 총으로 사람들을 쐈다. 경찰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도주 중 아버지 고영남씨에게도 전화해 범행 사실을 알렸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를 체포해 알라메다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사건 발생 1시간30분 만이었다.
새로운 사실들
45구경 반자동 권총 6주 전 구입
오클랜드 경찰국의 총기 난사 사건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용의자 고수남씨는 6주 전 샌프란시스코 인근 캐스트로 밸리에서 권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현지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총기상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45구경 반자동 권총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 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이 권총을 난사하면서 적어도 한차례는 탄창을 교체했다. 고씨가 총격을 멈추고 달아난 것은 누군가가 911에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고씨에겐 살인 살인미수 자동차 절도 납치 등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고씨의 모친 남동생이 모두 사망했다는 2일 오클랜드 현지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고씨의 어머니는 한국에 생존해 있으며 지난해 세상을 뜬 이는 고씨의 친할머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모저모]
한인 희생자 페이스북 추도 메시지
오이코스 대학 총격사건의 한인 사망자 심현주 김은혜씨의 비보가 알려지자 이들의 페이스북엔 추도 메시지가 잇따라 달리고 있다.
북가주 프리몬트에 거주하던 김씨와 헤이워드에 살던 심씨는 페이스북 친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플레즌튼의 풋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뉴워크의 BJ레스토랑에서 근무했다. BJ레스토랑측은 3일 오후 김씨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항상 쾌할하게 일하던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상했다.800여 명에 달하는 김씨의 페북 친구들중 일부는 김씨를 추모하는 사진이나 함께 찍었던 사진을 올려 놓기 시작했다. 현재 김씨의 페이스북에는 "사랑해 은혜야. 모든 천사들의 날개가 널 장식해 주길…" "믿을 수 없어… 활기찬 너의 모습에 항상 힘을 얻었었는데…" 등 추모 글이 올라 오고 있다.
버지니아 출신…워싱턴 한인사회 술렁
오클랜드 총기난사 사건 용의자 고원일씨가 버지니아 출신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워싱턴 한인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고씨는 1987년 워싱턴으로 이주, 오클랜드로 이사하기 전까지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와 페닌슐라 지역의 헤이스에서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버지니아텍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또 버지니아 한인이 범인이라니 충격"이라라며 "버지니아가 터가 안 좋은 탓인지, 한국 사람들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업·일 병행하며 소아과 의사 되려던 누나인데…"
심현주씨 동생 다니엘 심
"매일 새벽에 출근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도 소아과 의사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누나인데…."
오클랜드시 오이코스대학 총기난사 사건으로 절명한 리디아 심(21.한국명 심현주)씨의 동생 다니엘 심(19.대학생)씨는 3일 누나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오이코스 대학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심씨의 집에는 동생 다니엘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이웃들과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 심영민(52)씨 등 부모는 심씨의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해 외출한 상태였다.
다니엘은 집에 서둘러 돌아와 보니 어머니 영순(51)씨가 오열하고 있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고 전하면서 허공만 쳐다봤다.
그는 "누나가 거의 매일 아침 6시께 오이코스 학교에 등교해 간호학과 공부를 한 뒤 오후 4시부터 4시간 인근 안과에서 의사의 비서로 일해 왔다"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일을 해오면서도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 장래에 꼭 소아과의사가 되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낙희·백정환·유승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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