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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으로 판단하는 당신 인간적이네요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김영사 556쪽


대형투자회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저자에게 자랑했다. "포드자동차 주식을 수천만 달러어치 사들였어요." "왜요?" "최근 모터쇼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거든요." 저런! 그 CIO는 포드차 주식이 저평가됐나 아닌가 향후 전망 따위는 꼼꼼히 따지지 않았다. 평소 포드차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래서 묻지마 대형투자를 감행한 그는 미친 투자자일까? 아니다. 대부분 인간이 그렇게 쉽게 판단하고 멋대로 움직인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 따르면 인간 자체가 이성적 동물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이후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란 신념이 와르르 무너진다.

 괴상한 학자의 헛소리일까. 저자 카너먼(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심리학자가 경제학상을 받은 것인데 1970년대부터 그는 학계의 스타였다. 인간의 사고는 시스템적 오류투성이임을 증명한 탁월한 논문 내용 때문이다.



 그건 폭탄선언에 가깝다. 근대 서양철학의 도그마를 뒤집기 때문인데 실은 인간이라는 수수께끼 세상이라는 요지경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 아닐까. 인간이 이성적이라면 편견과 고정관념은 왜 여전할까. 주식시장은 왜 요동치며 전쟁은 왜 터질까. 맞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안에는 '이성적 그 분(A)'말고 '동물적 충동의 그 분(B)'도 함께 있다.

 저자는 A를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라고 이름 붙였다. B는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인데 우리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B에 의존하고 있다.(97쪽) 어쩌면 B가 주인이다. 즉 첫인상.느낌.직관이 이성보다 힘이 세다. 나중에 A의 승인을 거치면 B는 믿음-확신으로 발전한다. (원서 제목이 'Thinking Fast and Slow'다.)

 이 책 간단치 않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동급이다"는 극찬(나심 탈레브)도 있는데 가능한 평가다. 경제학의 고전 '국부론' 인간의 무의식을 발견한 '꿈의 해석'의 패러다임을 또 한 번 뒤집은 공로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이란 학문도 이후 생겨났다.

 이성이 해체된 소위 포스트모던 시대 지금 '이성의 화신(化身)'인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인기가 없다. 실로 거대하고 실로 수수께끼인 사람 마음을 의식 하나로 좁혀버린 실수 탓이다. 그걸 재확인해준 이 신간은 철학서에 가깝다. 읽기 쉽진 않다. 내용은 심플한데 표현이 어렵다. 번역이 서툰 탓이다. 어쨌거나 이 책의 명대사 하나. "세상은 생각보다 미스터리하다." 여기에 붙은 진짜 명대사 또 하나. "인간이야말로 생각보다 미스터리하다."

조우석 기자 wow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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