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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시커먼·새하얀…거짓말

만우절 앞두고 살펴보는 거짓말의 세계

새빨간 거짓말
"차가 밀려 지각했어"
위기 모면 위한 방어
새하얀 거짓말
"세상서 당신이 제일 멋져"
타인을 돕고자 하는 배려
시커먼 거짓말
정치인 대국민 사기극


악의로 가득한 악성


작가 마크 트웨인은 '얼간이 윌슨의 캘린더'에서 거짓말하는 방법에는 869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유명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먼은 우리 모두가 양치기 소년의 후예라며 '인간은 10분에 3번꼴로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 폴 에그먼은 '사람은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하루에 약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고 정신과 의사 제럴드 젤리슨 역시 '사람은 8분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전 김수환 추기경도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나는 두 가지 말을 아주 잘 합니다. 하나는 참 말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오늘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장사꾼들은 '밑지고 판다'고 노인들은 '더 살아서 뭐하냐'고 옷가게에선 '너무 잘 어울린다'고 정치인들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연예인들은 '자연산'이라고 혹은 '친한 동료 사이일 뿐'이라고 밥 먹듯이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그건 거짓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이다.

◆새빨간 거짓말

흔히들 '새빨간 거짓말' 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이는 빨갛게 타오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뜻에서 유래된 표현이라는 설명도 있고 붉은색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주로 새빨간 거짓말은 위기 모면을 위한 방어적 거짓말이나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꾸미고 싶어하는 허풍이나 허세에서 비롯된 거짓말들이 많다. 전래동화 '토끼전'에서 죽음의 위기 앞에 간을 빼놓고 왔다는 거짓말로 목숨을 건진 토끼나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사소한 거짓말로 재벌가 남자를 만나게 되자 끊임없이 거짓말을 보태가는 주인공 리플리가 전형적인 '새빨간 거짓말쟁이'다.

순간적이고도 즉흥적이라는 점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위협할 의도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새빨간 거짓말'의 특징이다. 대표적으로는 '차가 너무 밀려 지각했다'고 둘러대는 직장인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전화를 못 받았다'고 여자친구를 속이는 남자 새로 산 명품 백을 '싸구려 가짜야'라고 속이는 여자 혹은 그 반대의 경우 그리고 음식 배달이 늦다는 고객의 독촉 전화에 '벌써 출발했어요 5분 안에 도착합니다'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음식점 주인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시커먼 거짓말

악의로 가득 차 있는 '시커먼 거짓말'도 있다. 그야말로 악성 거짓말 혹은 사기에 해당한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것쯤은 아랑곳도 않는 범죄자들 눈 하나 깜빡 않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정치인들이 '시커먼 거짓말쟁이'들이다.

이 같은 악성 거짓말은 일종의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죄의식 없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은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전형적 행동 특징이다. 책임감이나 준법정신이 전혀 없는데다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물건을 훔치는데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인 범법행위에 연루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적절한 도덕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부모에게 거짓말로 관심을 사고자 했을 때 이 같은 병적 거짓말이 인격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쓰건 돈 벌고 출세만 하면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시커먼 거짓말'을 방조하는 현대 사회의 집단 무의식이다. 또한 모호한 변명과 말 뒤집기를 밥 먹듯 하는 이들도 돈과 권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처벌 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짓말에 둔감하고 무기력해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결국 사회악으로 번져 세상을 갉아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새하얀 거짓말

그런가 하면 좋은 의도로 하게 되는 선의의 거짓말 색깔로 치면 '새하얀 거짓말'도 있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혹은 용기를 북돋기 위해 하게 되는 거짓말이다. 이웃의 아기를 보고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참 예쁘군요'라고 하는 것이나 연인이나 부부끼리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아름답고 멋있어'라고 하는 것 맛없는 음식을 먹고도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맛있네요'라고 하는 것등이 이에 해당한다. 덕담이나 격려의 의미로 종종 쓰이는 '새하얀 거짓말'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 좋게 속아주는 척을 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새하얀 거짓말'에는 교육이나 치유의 효과도 있다.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어 병이 낫는 현상인 플라시보 효과가 대표적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도 있다. 공부를 조금 못하는 자녀나 학생에게도 '잘하고 있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해준다면 그 기대와 관심으로 실제 성적이 오르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불치병이나 말기암 환자에게 의사나 가족들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줘 삶에 대한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것도 비슷한 선의의 거짓말이다. 이타적 거짓말도 '새하얀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거짓말이다. 포로가 되어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동료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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