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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명운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

신승우/OC총국 취재팀 차장

"국가정책에 대적하는 것으로 보여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성애 교육 반대를 위한 주민발의안을 상정하기 위해 OC지역 기독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딱딱했던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교회 식당에 마련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긴장감이 조금 풀어지자 목사들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대부분 동성애 교육의 심각성을 비탄하는 내용이었다.

"자녀의 교육이 심히 걱정됩니다." "동부지역에서는 벌써 초등학교에서 동성애를 가르치는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요." "부모들이 먼저 심각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던 중 한 목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은 교회 내부적으로도 서명운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 귀를 쫑긋 귀울였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교회가 앞장 서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걸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연방법원에서 '프로포지션8'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 이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는데 교회가 나서서 그 결정을 뒤집으려고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내부적인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교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교회가 나서서 법안을 뒤집는 것이 잘못됐다는 시각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었다.

입법기관이 법을 만들고 국민들은 그대로 따르기만 하는 한국과 달리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법을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주민발의안 프로포지션이라는 것이다.

주민발의안은 동성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재산세를 연간 최대 2%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하는 주민발의안 13이란 것도 있다. 정부가 필요에 의해 세금을 걷지만 주민들이 그 상한선을 스스로 정해 놓은 것이다. 풀러턴에서는 개발업자와 시정부가 코요테힐스 주택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이를 막겠다며 주민들이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LA에서는 시립도서관 예산을 늘리자는 주민발의안이 통과돼 토요일에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오렌지카운티 바닷가 도시들은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주민발의안으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발의안은 우리 삶에 밀접한 다양한 부분에 대해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따라서 동성결혼이나 동성애 교육의 문제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연방법원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시키고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도 동성애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고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다르다면 당당히 그것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동성애 옹호론자들이 법적인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았다면 동성애 반대론자 역시 주민발의안을 통해 자녀를 보호하고 더 나아가서는 보수적인 가치를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테두리에서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는 그게 바로 민주주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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