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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모든 것이 다른 아버지와 나의 첫번째 언쟁은 반찬 때문에…

이스트 밸리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6개월이 조금 넘었다. 지난해 9월 LA에서 삶을 일단 접고 자연의 이치 혹은 섭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는 삶을 살아보겠다며 이 곳 이스트 밸리에 새롭게 발을 내디뎠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게 보기에 따라서는 아주 단순한 일일 수도 있고 정반대로 아주 거창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우 아주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사는 걸 꿈꿔왔기 때문에 별다른 충격 없이 새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간 몸이 으스러질 정도의 중노동을 하루 8~9시간씩 한 날도 적지 않았다. 주말이면 이스트 밸리를 찾는 아이 엄마나 서울서 항암치료 중 잠시 내려와 있는 옆 방의 어머니 말로는 내가 잘 때 끙끙 앓는 날도 많다는 것이었다. 손목이며 무릎 관절이 부어 오르는 걸 봐서 그럴 만도 한데 정작 잠에 깊이 빠져들기 때문에 내 자신은 앓는지 어쩌는지도 모른다.

시골 생활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억지 춘향이 같은 삶을 살수는 없는 법이다. 이스트 밸리 생활이 불만스러웠다면 진즉 후회스러운 생각이 들었겠지만 다행인지 지금까지는 한번도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날이 갈수록 희망에 부풀어 오르거나 불끈불끈 힘이 솟는 것도 아니다. 강물이 바위와 자갈에 부딪히며 흘러가듯 그냥 이런 저런 작은 변화와 재미 실망 등을 경험하며 시간 속을 흘러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극히 최근 들어 이스트 밸리 생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큰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인생관 차이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루 세끼 식사를 두고 벌어진 두 차례의 가벼운 언쟁이 이스트 밸리 생활의 계속 여부에 적신호를 켜놨다. 우리 부자는 친아버지 친아들 관계가 분명한데 사고 방식은 180도 다르다. 아버지도 나도 그걸 인정하고 동생과 주변 친지들도 다 안다.

99세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차치하고 이스트 밸리에서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고 했을 때 아이 엄마도 동생들도 우려의 말들을 쏟아냈다. 요컨대 "서로 상처를 내느니 미리부터 같이 살지 않도록 방법을 모색해보는 게 좋다"는 요지의 말들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는 성격이 맞지 않았는데 수십 년이 흘렀어도 아버지나 나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요즘 절감한다.

정치적으로 아버지는 강경 보수이고 나는 극렬 진보 쪽이다. 정치 문제만 나오면 두 사람 목이 쉴 정도로 격렬하게 논쟁을 벌인다. 아버지는 추운 날씨를 싫어하고 나는 더운 날씨를 혐오 한다. 아버지는 도시에서 삶을 선호하고 나는 시골을 좋아한다. 일일이 꼽자면 밤을 세워가며 얘기해도 다 못할 만큼 우리 부자는 다르다.

그런 우리 부자가 한달 여전 처음 언쟁을 벌이게 된 것은 반찬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매 끼니 새로운 음식이 그 것도 맛있게 여러 종류가 조리돼 나오길 바라는 편이다. 나는 감히 말하건대 굶지만 않으면 먹는 것에는 초월했다. 그냥 하루 세끼 뭔가가 입으로 들어가면 그걸로 만족이다. 한달 여전 어느 날인가 아침 밥상에서 반찬을 국을 포함해 여섯 가지 내놓았는데 하나 더 놓자고 아버지가 얘기했다. 나는 반대했다. 그까짓 반찬 한 가지를 더 놓고 덜 놓고가 사실 중요하거나 큰 문제는 아니다.

하루 세끼 일주일 아니 한달 아니 일년 내내 매 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입맛에 맞춰 음식을 한다는 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다음 끼니에 똑 같은 반찬이 나오면 얼굴 빛이 달라지는 아버지이다. 그래서 반찬에 변화를 주기 위해 즉 같은 종류를 연이어 내놓지 않기 위해 무척 신경을 쓴다. 어찌 신경을 쓰는지 끼니 때면 긴장해 아랫배가 단단해진다. 나는 끼니 문제 때문에 그간 힘이 들었고 속으로 불만이 차오르고 있었는데 반대 입장에서 아버지 또한 나름의 불만이 쌓여 왔었던 것 같다. 그 것이 반찬 하나를 놓고 벌어진 첫 번째 언쟁이었다. 급기야 참았던 말들을 서로 내뱉으며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생겼는데 그 것이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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