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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의 감성코드] 게으름

게으름 통해 상대방에게 복수 꿈꾼다

게으름은 현대인의 적이다.

최근 한 헤드헌팅 업체가 출세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의 76%가 '게으름'이란 답을 했다고 한다. 올 초 한국의 한 취업포털이 새해계획 실천을 방해하는 가장 치명적 요소에 대해 물은 설문조사에서 역시 절대 다수의 응답자가 '게으름'을 원인으로 꼽았다.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게으름은 공공의 적이다. 미리미리 숙제를 하지 않는 아들 꼭 지각할 것만 같은 마지막 순간까지 등교에 늑장을 피우는 딸 휴일이면 침대에 들러 붙어 꼼짝도 안 하는 남편 꼼지락거리느라 현관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 아내까지 서로가 서로의 복장을 터지게 한다. 단순한 습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게으름 뒤에 감춰진 인간의 심리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속 마음을 들킨 듯 뜨끔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게으름을 설명하는 감성코드 속에 우리 모두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형 핑계
절박한 상황서 집중력 발휘
게으름 통해 얻게되는 '보상'
수동 공격성
유악한 자신 보호 위한
숨겨진 인간의 방어 태도


◆완벽주의와 보상 그리고 충동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게으름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는 작가나 만화가들이다. 일을 처리해야 하는 기한이 명확한 이들은 '마감이 임박하고 마음이 급해져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들 한다. 극한에 부딪혔을 때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평소보다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업무 처리 능력도 빨라진다는 전형적인 핑계다. '너무 잘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돼서 오히려 일을 미루게 된다'는 완벽주의형 핑계도 있다. 실제로 저명한 심리학자인 닐 피오레 박사는 '지금 바로 실행하라-나우' 라는 저서를 통해 "누구나 일의 결과가 좋게 나오길 바라는데 이런 욕구가 위협받거나 억압받을 때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게으름을 통해 얻게 되는 또 다른 '보상'에 대한 기대가 게으름을 부른다는 해석도 있다. 조삼모사 격이지만 일을 미룸으로써 잠깐이나마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끔은 그 사이 해야 하는 일이 소용없어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어감으로써 부담을 덜어버리는 뜻밖의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점이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는 설명이다.

게으름의 핵심은 높은 충동성과 낮은 자기조절 능력의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캘거리대 피어스 스틸 교수는 '미루는 버릇 방정식'이라는 저서에서 충동적이고 자기조절 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흥미로운 일에 한 눈을 팔아 정작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게으름을 부리게 된다고 해석했다.

◆수동공격 : 게으름으로 하는 복수

최근 들어 게으름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가장 흥미롭게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은 '수동 공격성(Passive Aggressive)'에 관한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수동적 행동 즉 게으름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게으름으로 상대방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대상을 보며 "쟤는 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있다면 수동 공격성 이론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터. 예를 들어 아버지가 기뻐하는 것이 보기 싫어 일부러 공부를 하지 않는 아들 어머니가 혈압이 오르고 애가 타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고서야 미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딸 아내가 즐거워하는 꼴이 보기 싫어 휴일이면 아프다고 방구석에만 들어앉아 있는 남편 치근대는 남편이 싫어 허구헌 날 화장조차 안하고 지내는 아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자주 적대감과 공격충동을 느끼면서도 감정을 직접적으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고의적으로 행동을 지연시키거나 계획적으로 비능률적이고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겉으로는 공손한 것처럼 보이지만 늘 꾸물거리는 것으로 무의식적 공격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본다면 자신의 인생을 서서히 실패로 몰아감으로써 상대방을 화나게 하고 같은 방식으로 상대의 삶도 자신의 삶도 파괴해버리는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동 공격성 게으름을 무결점의 완벽한 모습과 행동을 강요당하거나 지나친 권위주의로 인해 억눌린 자아를 가진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행동 패턴이라고 설명한다.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질투나 반항심이 많은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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