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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미국을 움직이는 힘

장호준 목사
유콘스토어스 한인교회

며칠전 오전에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던 중에 무전을 받았습니다.

"운행 끝나고 사무실로 와라"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디스패쳐인 베일리가 나를 보고는 '너 오늘 아침에 정지신호에서 우회전 했었어?'하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도 '숨은 것이 장차 드러나지 아니할 것이 없고 감추인 것이 장차 알려지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라고 말했듯이 나도 살면서 얻은 지혜 중 하나는 잘못을 하고 들켰을 경우는 즉시 잘못했다고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언젠가는 들통나게 되고 그렇게 되고나면 잘못한 행동보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묶여 사람대접을 못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해서 배운 지혜대로 베일리에게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했습니다.



"응 우회전했어"

그러자 베일리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거 들어봐'하면서 컴퓨터에 저장된 음성파일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베일리가 들려준 음성파일에는 익명의 남성이 '교통 고발 센터'에 고발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고발 내용을 들으면서 '도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그 새벽 시간에 할 일 없으면 잠이나 잘 것이지 …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맞아 내가 그렇게 운전을 했었어'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NIMBY'라는 말이 있습니다. 'Not In My Back Yard'라는 말입니다. 내 뒤뜰에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말은 역으로 내 뒤뜰이 아닌 곳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해서 이 'NIMBY'에 빗대어 미국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IDC'라고 비꼬아 말하기도 합니다. 'I Don't Care'라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차를 타든 어떤 음식을 먹든 다른 이들의 삶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미국사람들의 습성을 잘 나타내는 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록 미국사람들의 사는 방식이 'IDC'라 하더라도 미국을 유지하며 움직이게 하는 것은 'IWU' 즉 'I'm Watching You'라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어려서부터 매우 부정적인 모습으로 '고자질'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해서 '고발'에 대해서도 매우 불편해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고발'을 조직이나 구성원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의미로까지 해석하기도 합니다. 해서 한국 사회는 부정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을 처리함에 있어 오히려 고발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까지 되었습니다.

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삶의 지혜인 것처럼 전해 졌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모두가 잘못된 것에 대해 고개를 돌려버린다면 결코 그 잘못된 행위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고쳐질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해야합니다. 그것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민사회 즉 '너나 잘해'가 아니라 '같이 잘하자'라는 말이 통용되는 이민 사회를 만드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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