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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다트머스대 총장> 세계은행 총재 된다…오바마 "더 적합한 사람 없다", 방한 직전 한국계 이례적 발탁

다섯 살 때 미 이민…하버드대 의대 교수 출신

김용(미국명 짐 용 김·52)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WB)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한인 총재로 사실상 내정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세계은행 차기 총재 단독 후보로 김 총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김 총장은 다섯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로, 아시아계로는 처음 아이비리그 총장에 올랐다.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쥔 미국의 후보 지명에 따라 김 총장의 차기 총재 선임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새 총재는 세계은행 이사회(총 25명)의 추인을 받아야 선임이 확정되지만, 이사회 투표권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다음주 중 총장 후보 인터뷰를 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다음달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로버트 졸릭 현 총재의 뒤를 이어 7월부터 시작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김 총장과 함께한 발표에서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은행에 전문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며 “김 총장의 풍부한 국제적 경험이 세계은행의 역할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김 총장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강조했다.

이번 지명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인이 세계은행을 맡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 미국은 2차대전 이후인 1968년 세계은행을 설립한 이래 비공식 협정에 따라 총재직을 줄곧 유지해 왔다. 그간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IMF 총재는 유럽에서 추대된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AP통신 등은 “의사 출신(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김 총장이 세계은행의 최고 책임자로 발탁된 것은 놀라운 소식”이라며 “김 총장은 이미 국제기구에서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의료계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를 맡을 경우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들 국가가 세계은행에 갖고 있던 불만도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총재직을 미국인이 독식해온 것에 대한 신흥국들의 반발이 일었다. 브라질, 중국 등 신흥국들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요구해 막판까지 후보 지명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했던 것.

이런 가운데 아시안 인물을 내세움으로써 신흥국의 반대를 피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중남미 등의 빈민지역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의료구호활동을 벌여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아온 김 총장의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로버트 졸릭 총재가 사의를 표명한 지난 2월 이후 각계 인사 10여 명을 신임 총재 후보로 올려놓고 숙고해 왔다. 졸릭은 6월에 퇴임한다. AP통신은 “오바마가 최종적으로 김 총장을 선택한 것은 그가 국제기구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에이즈와 결핵 퇴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등 저개발국가 지원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명문 브라운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2004년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맡아 에이즈와 결핵 퇴치를 위해 노력했다. 세계은행은 1944년 창설됐으며 현재 187개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주요 사업은 저개발국들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철호 선임기자·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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