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직업탐구] 커플매니저

하늘이 정한 '인연' 맺어드려요

한국에서는 어엿한 직업으로 분류되고 관련 학과까지 있는데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이제 시작인 직업이 있다. 바로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커플매니저다. 한인 사회에서 낯설지만 한국 표준 직업분류에도 나온다. 이들의 업무는 결혼을 원하는 남녀 고객에게 각자의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상대를 찾아내어 만남을 주선해주는 사람으로 결혼 상담원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객관적인 데이터에 입각해 최적의 배우자와 연결해주는 직업이라고 설명된다. 커플 매니저라는 신종 직업을 알아봤다.

커플매니저의 주요 업무는 상담에서 시작된다.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 찾아오는 고객의 신원을 먼저 확인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기본 정보가 확실해야 그 다음 단계인 컴퓨터 매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다. 매칭 시스템은 학력 신체조건 직업 등의 신상 명세와 인생관 태도 원하는 유형을 감안하여 결과를 내준다.

이 결과를 토대로 커플 매니저는 양측의 성격을 살펴보고 적합한 상대를 선택해 미팅 장소 및 시간을 정해준다. 이 정도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처럼 보인다. 물론 누구든 할 수 있다. 하지만 5년 넘게 커플 매니저로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지금은 대학에서 웨딩 및 이벤트 코디네이션학과로 개설돼 정식으로 전문직으로 훈련받고 있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의 커플매니저학과는 더 많다. 이런 학과가 개설된 이유는 다름 아닌 사회가 점점 커지고 분화되면서 당당한 전문직으로 키워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졸업생 연소득도 대기업 수준이다.

10여년간 한국에서 유수의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로 시작해 지사 경영을 해낸 웨디안US의 그레이스 권 대표는 이 직업의 산증인이다.

"커플 매니저로 일하겠다는 사람이 오면 우선 대학 다니면서 본인이 소개해서 성사시킨 커플이 몇 쌍이나 있는지 물어봅니다. 이 직업도 끼가 있어야 합니다. 표현 그대로 오지랖이 넓어야 합니다. 머릿속에서 이 사람과 저 사람이 잘 맞겠구나 떠올라야죠."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사람을 잘 기억해야 한다. 그레이스 권 대표는 수백명 회원들의 약력과 생김새 취향을 다 기억하다시피 한다. 학교 다닐때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전국 수석은 몰라도 학교 수석은 할 정도가 되지 않겠나 싶다고 한다.

커플을 만들려면 또한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맞아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커플매니저가 될 수 있는 5년 과정중 첫 1년은 교육에 쏟아붓고 이후 1~2년간 상담을 전담하게 한다. 결국 3년은 지나야 슬슬 매칭 작업에 투입될 수 있다.

자격 조건을 듣고 보니 굳이 커플 매니저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에 가까운 카운슬러가 된다. 선남선녀를 만나 상담하지 않고 학생을 만나면 교육 카운슬러가 될만도 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시스템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컴퓨터 매칭 시스템이 기반이 돼야 커플매니저의 노하우가 가동된다.

여기서 커플매니저의 노하우는 이런 거다.

결혼 적령기 대학교수가 왔다. 그는 어떤 신붓감을 원하냐고 물어보면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말한다. 상담자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직업상 성공한 대학교수가 "어리고 예쁜 여성을 소개해주세요"라고는 못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소득 의사가 된 사람이 찾아왔다. 결코 상담자에게 '미모'를 얘기하지 않는다. 상담자는 몇 번 만남을 시켜보고 의사가 원하는 여성을 소개해줘야 한다. 미모의 신붓감을 찾는 것도 노하우가 있다. 신랑감이 미국에 온 지 오래된 1.5세나 2세의 경우엔 글래머스타일을 얼마 되지 않았으면 마른 슬림 스타일을 찾는다고 한다.

그레이스 권 대표에게 기억에 남는 커플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초혼보다는 재혼 커플이 더 기억에 남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 미국 백인사회에도 커플 매니저가 있을까. 전문직의 끼리끼리 그룹에서 활동하는 커플 매니저가 있다. 의사 같은 전문직을 위한 매니저가 몇명 소개에 5000달러의 비용을 받고 배우자감을 소개해주고 있다.

그러면 멋있는 고객과 결혼한 커플 매니저는 없을까. 원래 결혼정보회사 직원이 고객과 결혼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단 회사를 그만두고 만나는 것까지는 말릴 수가 없다. 시애틀의 한 여직원은 보잉사에 근무하는 고객에게 신붓감을 소개해주다가 친해져서 퇴사하고 아예 그 고객과 결혼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커플 매니저라는 직업이 결혼 정보회사의 시스템과 멤버 풀 매칭 능력에 따라서 성패가 갈린다"면서 "아직 미주는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멤버 풀이 크지 않아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 비해 '결혼대상 풀' 제한적

적령기 한인 신랑신붓감은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는 것에 대해서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다고 권대표는 지적했다.

"내가 뭐가 모자라서 비용을 지급해가면서 결혼 정보회사 신세를 져야 하나."

잘났든 못났든 상당수의 한인 선남선녀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교회에서 찾아봐라"인데 교회도 그렇게 선남선녀 풀이 크지 않다.

한국은 대학을 졸업한 여성 군대를 제대한 남성부터 결혼 정보회사에 좋은 배우자감을 찾게 해달라고 등록하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에 비해서 배우자감을 만날 확률이 무척 없죠. 학교나 직장을 다람쥐 챗바퀴 돌듯 사는 삶에서 어렵죠. 허허벌판에 나 혼자 덜렁 떨어져 있는 것과 같아요."

권대표에 따르면 여기에 미국의 문화가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는 개인주의적인 것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친한 누군가가 허허벌판에 혼자 있는데도 누군가를 소개해줄 배려를 안 한다. 남의 인생에 개입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능성 있는 배우자 후보 풀도 부족하고 소개도 안 해주고 안 받으니 영화 같은 연애를 통한 결혼은 어려워진다.

"두 남녀가 매칭이 되서 서로 만나보겠느냐고 의사타진을 해보니 둘 다 싫다는 거에요. 그런데 나중에 밸런타인스 데이 이벤트를 열었더니 그 두사람이 자연스레 만나더군요. 그래서 소개받고 하는 문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죠."

우스갯소리지만 배우자감을 찾으려면 한국에 가던지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웨디안 그레이스 권 대표
자연스럽 만남 통해
알콩달콩 잘 삽니다


그레이스 권 대표(사진)는 한국의 유력 결혼정보회사에서 커플 매니저를 시작한 결혼정보업계의 초창기 멤버다.
부산 지역에서 10년간 일한 후 미주 시장 개척을 위해서 미주지사장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웨디안US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오프라인 사업에 머물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에도 나서기 위해서 준비중에 있다.
권 대표는 "선진화된 미주 시장이 한국에 비해서 오히려 결혼정보 사업 전개가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초창기 시행착오를 끝내고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식 매칭으로 개인을 일일이 소개해주는 것도 좋지만 각종 이벤트를 열어서 참가자들이 보다 더 자연스럽게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 성사율이 높다고 주장했다.
남녀 회원으로 등록하려면 입회비 1500달러를 내야 하고 10명까지 소개받을 수 있다.
▶문의:(213)427-0007
장병희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