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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고객이란 단 한명의 보스가 있을 뿐"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서로의 입장 고려해 주는 것

서비스는 친절이 아니다. '친절한 태도'를 파는 행위다.

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고객만족은 반복 교육과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진다. 크게 억양.말투.외양 등으로 분류되는 감성 터치와 배려를 녹여낸 품질로 이뤄지는 서비스는 고객의 눈에서 보고 생각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기내식과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사우스웨스트 항공)하거나 매일 색다른 디자인의 로고로 고객의 눈을 끄는 방식(구글)은 고객의 피부에 직접 닿아 지갑을 열게 했다.

가격과 재미가 서비스의 친절 범위를 넓힌 것. 주요 선진국 경제활동의 70% 미국 일자리의 80%가 서비스 산업에서 탄생한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볼 때 서비스는 버릴 수 없는 경영 전략이자 시스템인 셈이다.



2012년은 세계적 불황기다. 생산자는 한정된 소비자를 두고 불리한 경쟁을 해야한다. 지난달 한국 보광훼미리마트가 발표한 소비자 구매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3%가 친절한 서비스 때문에 멀리 있는 편의점까지 가서 물건을 구매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13%에 불과했던 친절함은 2012년 20%로 상승 가격(14%)을 눌렀다.

세계 최대 소매 할인점 체인인 월 마트(Wal Mart)의 창업자 샘 윌턴은 '이 세상엔 고객이란 단 한 명의 보스'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생산자는 밑천이 적게 들면서 친절에 호소하는 영업을 소비자는 같은 가격이라면 친절한 쪽에서 산다는 공식을 확고히 한다.

친절함을 사고 파는 현실이지만 도를 넘어선 서비스는 때때로 부작용을 일으킨다.

소비자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거짓 미소와 백화점식 친절에 구매욕을 잃고 생산자는 대놓고 욕을 하는 고객 앞에서 '감사합니다'를 되풀이해야 한다.

한 소비자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7.7%가 허리를 깊이 숙인 인사를 받을 때 불편하다고 답했다. 감정 노동 대 감정 소비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복적인 친절 교육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 내기 위한 한 단계다. 그렇다면 나름의 서비스 철학이나 거짓 친절임을 들키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을 구축해야 한다. 친절함을 무기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 신뢰가 쌓이면 지갑은 열린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다. 왜 그 아무도 친절한 고객이 되라는 말은 하지 않는 걸까.

서비스의 스펙트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산자도 밖에 나가면 소비자가 된다.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하다못해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 립서비스를 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체 감정노동자(판매원 종업원 등 서비스업계 종사자를 일컫는 말) 4명 중 1명이 억지 친절로 인한 우울증 및 폭언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막무가내로 트집 잡거나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무개념(無) 고객에게 진심이 우러나 친절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은 없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돈 냈다고 조건 없는 친절을 요구한다는 것은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 흑백논리와 이기주의를 인정하는 꼴이다.

서비스의 미학은 존중이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 주는 것. 존중이란 뜻의 Respect는 한번 더 뒤를 돌아본다(looking back at one)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중 없는 친절은 없다.

왜 타인종에게만 친절?

"주말 저녁, 오랜만에 친구들과 고기를 먹기 위해 한 식당에 갔다. 자리에 앉고 여러 번 반찬 리필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 이쪽저쪽 둘러보니 타인종 손님들의 테이블만 북적북적했다. 종업원들은 밝게 웃으며 그들의 주문을 받고, 접시를 치웠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약간 볼멘소리로 너무 늦다는 말을 꺼내자 심드렁한 목소리로 '좀 바빠서요'라며 컵을 쾅쾅 내려놓는다. 묻고 싶다. 왜 타인종 손님에게만 잘 해주는지." (C·31·토런스)

커피한잔에 하루종일…

"커피샵에서 일한 지 올해로 2년째. 정말 별난 손님이 많다. 커피샵에 와서 주문도 없이 2시간 이상 무료 인터넷을 사용하고 가거나 커피 한잔 시키고 아침부터 문 닫을 때까지 컴퓨터 충전하는 손님, 어차피 쓰지도 않으면서 냅킨이나 설탕 많이 가져다가 나갈 때 버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어이가 없다. 일부러 친구들 사이에 껴, 엑스트라 컵만 많이 달라는 손님도 있다. 손님에도 레벨이 있다. 혼자 전세낸 듯 큰 소리로 전화하는 손님, 제발 참아주세요." (S·45·풀러턴)

"어이~ 반찬 좀 가져와"

"예의 없는 손님 때문에 기분 나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기 자르고, 반찬 나른다고 날 쉽게 보는 것 같다. 마치 하녀 부리듯 한다. 딱 봐도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반말을 사용하거나 하는 말마다 욕설을 섞어가며 '이거 가져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먹지도 않을 거면서 사람 수대로 반찬을 따로따로 준비해 달라는 손님들이 있다. 다른 사람과 같은 반찬을 먹고 싶지 않단다. 보통 반찬개수 10개. 4인 손님이면 40개를 준비하라는 건 도저히 무리다." (A·47·LA)

환불하러 가면 안면몰수

"쇼핑하기 참 힘들다. 거짓 웃음 좀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옷 한 벌, 화장품 하나 고르는데 뒤에서 졸졸졸 쫓아오면 집중이 안 된다. 그냥 둘러보고 있다고 하면 얼굴을 찡그린 채 사라진다. 살 때는 환불이 될 것처럼 말해놓고 나중에는 '불가합니다'라는 말만 늘어놓는다. 여러 번 당했다. 아, 그래도 손님이 오면 인사는 해줬으면 한다. 인사도 없이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종업원을 보면 갑갑하다." (H·37·어바인)

주문 해놓고 오리발

"도대체 왜 주문한 물건을 찾아가지 않는지 모르겠다. 장난전화, 거짓 주문하는 손님들의 얼굴이 보고 싶다. 떡집은 전화주문이 대부분이다. 생일·백일·팔순·제사 등등 전화로 맞춤 떡을 주문, 찾아갈 때 돈을 낸다. 주문을 받자마자 원하는 날짜에 맞춰 떡을 찌고, 포장까지 해 뒀는데 찾으러 오질 않는다. 몇몇 몰상식한 손님들은 전화를 회피하거나 '내가 주문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뺌한다. 도덕적으로 말이 안 된다. 범죄 아닌가? 양심은 꼭 지켜줬으면 한다." (C·65·LA)

서비스가 아니라 압박

이른 점심을 먹고 친구와 만났다. 배고프다는 친구는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했고, 난 정중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죄송한데 앉아만 있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종업원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해 민망할 정도였다. 첫 손님은 무조건 주문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뗀 그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친구는 기분이 상했는지 식당을 옮기자고 했다. 먹고 싶지 않은데도 주문을 했어야 옳았나? 서비스가 아니라 압박이다." (J·29·가디나)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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