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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물고기는 가라앉고 달은 숨고

이원익/불사모 회장

중국은 긴 역사를 이어 온 큰 나라였으니 사람도 많았을 것이고 당연히 빼어난 미인도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역사상 이름난 네 미인이 왕소군 서시 초선과 양귀비다.

전한 시대의 궁녀였던 왕소군은 궁중에서 뽑히어 흉노의 우두머리인 선우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오랑캐를 다독거려야 하는 황제는 궁녀들의 얼굴 그림을 보고 그래도 가장 덜 아까운 여자를 보내기로 했었는데 미모에 자신 있던 왕소군은 그림쟁이에게 뇌물을 쓰지 않아 흉하게 그려져 결국 자신이 골라지게 되었다. 나중에 잘못 뽑았음을 알게 된 황제는 노발대발했지만 엎질러진 물 왕소군은 메마른 북녘의 사막을 향해 가다 서글픈 마음에 거문고를 탔것다. 마침 하늘 높이 떼 지어 날아가던 기러기들이 이 미인을 알아보고는 그 가락에 취하여 날개짓 하기를 깜빡 잊었다던가. 여러 마리가 동시에 땅으로 떨어졌으니 왕소군의 다른 이름이 '기러기 떨어뜨림(落雁)'이다.

춘추전국시대 가슴앓이 병치레를 하던 서시는 자주 눈썹을 찡그렸는데 그 모습마저 너무 아름다워 동네 처녀들이 모두 눈썹을 찡그리고 다녔다는 이야기다. 월나라의 중신인 범려는 서시를 데려다가 미인계로 써서 결국 오왕 부차를 멸망으로 이끌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물가에 앉았더니 물고기들이 알아보더란다. 고기 떼가 모두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먹고는 한꺼번에 가라앉으니 그녀의 다른 이름이 '물고기 가라앉힘(浸魚)'이 된 이유다.

후한 때의 초선도 난세에 여포와 동탁 사이에서 미인계로 쓰였는데 어느 날 보호자인 왕윤과 함께 달을 쳐다보노라니까 달이 마주 보기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어 버렸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달 숨음(閉月)'이다.

마지막은 당나라 현종과의 로맨스로 유명한 양귀비다. 그녀가 아직 황제의 총애를 못 받던 초년 시절 신세를 한탄하며 뜰의 꽃을 어루만지자 꽃이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잎을 움츠려 말아 올렸다. 그래서 그녀의 여러 이름 중에 '꽃이 부끄러워함(羞花)'이 더해지게 되었다.

모두들 서글픈 운명이었지만 이처럼 역사에 이름이 남는 것도 전혀 뜻 없는 일은 아니겠다. 그리고 중국 특유의 과장법이라지만 산천초목도 알아본 이들의 기품과 아름다움이 오로지 겉모양에서만 묻어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요즘 특히 고국에서는 너도 나도 겉꺼풀 뜯어고치기 인공미인 열풍이다. 난세에 절세미인이 하나 잘못 나면 나라가 기운다고 했다지만 이토록 집단으로 전 국민이 다른 건 제쳐두고 '얼굴 뜯어먹기'만 작정하고 나서는 것도 문제다. 온 나라가 들썩거리다 결국 참담하게 바람이 빠져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바깥을 가꾸는 만큼 이제 안도 챙기자. 부처님 예수님의 가르침도 우리의 안을 위한 것이다. 안이 먼저 아름다운 선남선녀라면 비록 저 달이 몰라주고 물고기가 무심해 하더라도 중생들의 밝은 마음의 눈이 그들을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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