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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 인질극 사태의 '진실공방'

염승은 / 경제팀 기자

'신뢰의 문제'. 얼마 전 새한은행에서 벌어진 인질극 사건을 취재한 이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문구다. 적지 않은 한인들이 김명재씨의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한인은행들에 대한 불신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은행이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를 생각했다.

한인들이 미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을 준 한인 은행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불신을 사게 된 것일까. 주류 은행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한인 사업주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지금의 한인경제를 함께 만들어 낸 공은 어디 갔을까.

금융위기 이후 '신뢰'가 생명인 은행업계가 불신과 탐욕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데빗카드 사용에 5달러 수수료를 받겠다고 했다가 비난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한 은행의 수수료가 전국적인 불매운동까지 번진데는 이 같은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년 새 한인은행 주식에 투자한 수많은 한인들의 소중한 돈이 처참하게 쪼그라 들었다. 특히 미래은행이나 아이비은행에 투자했다면 그 돈은 이미 허공에 사라지고 남은 건 실패한 투자자였다는 오명 뿐이다.

4년째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 사업체를 지키고 싶어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갔다가 거절당해 상처를 받은 한인들도 많다. 은행 자산건전성 대출 신청자의 현금흐름 등의 어려운 얘기는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인사회에 깔려 있던 이같은 인식이 김씨의 범행에 동정론으로 대입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미은행의 대여금고에 소중한 돈을 넣었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김씨의 주장에 담긴 억울함이 사실이라면 이해가 갈 법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총과 사제폭탄을 들고 다른 은행에 찾아가 인질극을 벌인 범죄를 정당화 시키지는 못한다.

자체 조사 결과 김씨의 대여금고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한미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해서 은행 직원들이 짜고 돈을 훔쳐갔다는 아내의 말만 믿고 결국 인질극까지 벌인 김씨의 말을 믿어야 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CCTV가 없었네 은행이 무책임하네 등등의 지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김씨가 선택한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왜 상대적으로 적은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은행들은 왜 문제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은행은 남의 돈을 만지는 업종인 만큼 고객의 신뢰가 생명이다. 그 신뢰를 얻고 지키려면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은행에서 원칙을 깨면서까지 고객 혹은 주변 사람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은행의 말을 믿지 않는 지금의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은행에 사고라도 터지면 쉬쉬하며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고객들의 수군거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다.

지난 14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골드만삭스의 고위 임원이었던 그레그 스미스의 글이 큰 화제다. "제대로 된 조직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 "고객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글이 한인 은행가에도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원칙과 신뢰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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