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황당…미국도 한국도 왜 미리 알리지 않았나
김문호 차장/경제부 기자
한미FTA 발효 당일 미국의 전자통관시스템 미비로 정상적으로 관세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든 의혹이다.
한국과의 FTA에 그토록 큰 관심을 보여 온 미국이 '고작 전산망 하나 제대로 변경하지 못해 불편을 초래했다'는 게 이상했다. 더 황당했던 것은 한국이나 미국 어느 쪽도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미 FTA는 6년 전 협상 개시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야당을 중심으로 한미FTA에 대해 '불평등 조약'이라며 불신이 크다. 한미 두 나라 정부는 FTA가 '윈-윈'하기 위해 꼭 필요 조약이란 것을 투명하게 실천해야 할 대국민적 의무가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과의 FTA에 큰 기대를 걸어 왔다. 미국이 이전까지 맺은 다른 나라들과의 FTA와 달리 한국의 경제규모를 보면 미국도 큰 득이 있을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정작 FTA 발효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망각했다. 미국은 앞서 다른 나라들과 FTA를 시행할 때처럼 전산망의 관세율 변경 작업에 늑장을 부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미국 관세청이 FTA 발효일인 15일에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전산문제가 있음을 알린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국민 사과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관세사 등 전문가들이나 접속하는 사이트에만 슬그머니 관련 내용을 띄웠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쪽 전산망 구축은 시간상 촉박했다고 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FTA 이행 포고문에 사인을 해야지만 이후로 관세율 코드를 바꾸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일 사인을 했으니 발효일인 15일이면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미국에 나와 있는 한국쪽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들도 알고 있었으며 미국에 '서둘러 달라'는 주문을 거듭 했다고 했다.
결국 이번 문제는 한국쪽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다만 실무선에서 일을 해결하려다 '높은 데'까지 이르지 못하고 화를 키웠을 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한국 국민과 미주 한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으면 어땠을까.
한국에서라도 관련 사실을 미리 밝혔다면 적어도 한국산 물품을 수입하면서 관세혜택을 받겠다고 희망에 부풀었던 수입업자들이 황당한 꼴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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