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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칙연산…내 인생에 음악은 '나눔'

인간 언어보다 더 힘있는 교감…
음악 가장 마지막까지 사람 마음에 남을 수 있는 선물
단순히 듣는 것 아니라 덮어주는 것

인생은 사칙연산이다. 모두가 더하기와 곱하기를 원하지만 잃어버리는 것과 나누는 것도 있다. 독특한 인생 또는 특이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 인생을 들어본다.

음악으로 아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피아노로 계속해서 날카로운 불협화 음정(단 2도)을 치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랬다. 아이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수개월간 단 한 번도 등을 돌리지 않던 자폐아 케이트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피아노로 다가와서 건반을 몇 번 누르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더 듣기 좋은 음이 있다는 뜻이다.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불협화음으로도 마음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케이트는 음악치료사와 함께 피아노를 치면서 자폐 증세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사람의 언어와 교육도 열지 못했던 케이트의 마음을 음악이 열었다.

음악치료사 최성윤(40.사진)씨는 음악을 통해 누군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더하기' 역할을 해준다. 최 음악치료사는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덮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그건 절대 약점이나 병이 아니에요. 그냥 남들과 비교해서 좀 더 '필요한(need)' 부분일 뿐이죠. 음악은 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고 덮어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음악치료는 음악을 통해 나쁜 행동이나 병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꼭 클래식 음악이여야만 마음을 다스리고 진정시키며 정서적인 만족을 주는게 아니다.

좋은 음악이 뭔지 물었다. 최 음악치료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최고의 음악"이라고 했다. 그래서 음악치료에는 다양한 음악이 쓰일 수 있다. 심지어 트로트도 가능하다.

최 음악치료사는 예전에 말기암 환자를 도운 적이 있다. 암환자들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음악을 통해 돕는 것이다. 말기암 환자 이면에는 죽음을 앞둔 두려움 분노 외로움 슬픔 등이 내재돼 있다. 음악은 그 모든 것을 없애주고 죽음을 덤덤히 맞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최 음악치료사는 음악으로 인간의 두려움을 감하는 '빼기'의 역할을 담당한다. 언어가 닿지 않는 의학이 만질 수 없는 부분을 음악은 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알뜰한 당신'이라는 트로트 노래는 최 음악치료사가 절대 잊을 수 없는 노래 중 하나다. 말기암에 걸린 한 할머니를 음악으로 돕기 위해 '알뜰한 당신'을 부르고 함께 악기를 연주했었다. 그 노래는 할머니가 젊었을 때 가장 좋아하던 노래였다.

얼마 후 할머니의 가족들에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최 음악치료사는 '알뜰한 당신' CD를 들고 재빨리 병원을 찾았다. 이미 할머니는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맞은 모르핀 주사로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였다. 그때 최 음악치료사는 말없이 '알뜰한 당신' 노래를 틀어주었다. 할머니는 의식이 없었지만 손가락은 미세하게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거 아세요? 사람이 눈이 안 보이고 정신이 혼미해져도 음악은 마지막 삶의 순간까지 귓가를 맴도는 힘이 있어요.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감각이 '청각'이기 때문이죠.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남을 수 있는 선물입니다."

음악은 모든 요소가 살아 움직이는 유기적인 존재다. 음악을 통해 자발적인 변화를 원하는 게 음악치료의 목적이다. 최 음악치료사는 '즉흥음악연주기법'을 사용한다. 리듬에 음을 곱하면 치료의 답이 생긴다. 이를 통해 최 음악치료사는 인생의 '교감'을 말한다. 먼저 환자에게 여러 개의 악기를 주고 소리를 통해 리듬을 끌어낸다. 리듬이나 피치의 일정한 패턴을 읽어내면 최 음악치료사는 거기에 음을 얹을 뿐이다. 그럼 음악은 두 마디가 네 마디가 되고 네 마디는 여덟 마디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음악은 환자에게 마음을 여는 가능성이 된다.

"환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소통'이에요.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죠. 주변의 가족들도 마찬가지구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고립돼 있는 것을 음악이 끄집어낼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하는 거에요. 저는 거기에 음을 얹는 거죠. 결국 음악적 교감을 통한 대화는 인간의 언어보다 힘이 있습니다."

음악치료사 직업에 만족하냐고 물었다.

최 음악치료사는 "먼저 음악과의 '애증'을 풀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지금은 음악으로 많은 걸 나눈다. 이화여대 재학시절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음악을 순수하게 듣지 못했다. 어떤 음악을 접해도 피아노의 기술과 연주 방법 등을 생각하며 들었다. 음악과 자신 사이의 괴리가 있었다. 그 사이에 놓인 '애증'을 풀지 못하면 음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음악치료라는 직업은 나와 음악 사이의 애증을 풀게 해준 시발점이 됐죠. 지금은 나라에 상관없이 장르에 상관없이 어떤 음악이든 다 좋아하고 다 들어요. 순수하게요. 그래서 저는 이젠 정말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 직업으로 많은 사람에게 음악을 나눌 수 있게 됐잖아요."

최 음악치료사는 이화여대(피아노전공) 뉴욕대(NYU.음악치료)를 거쳤다. 현재 보스턴 지역 웨슬리 대학에서 표현치료 전공으로 박사과정 중에 있다. 학문적으로 더 공부해서 전문성 있는 음악치료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 인생에 있어 음악은 '감상' 아니라 '나눔'이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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