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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출산 전 잡는 게 '정답'

난폭한 남편·아내 갈수록 많아져
아이 탄생하면 바뀌리란 기대는 금물
자녀 생긴 후 더 악화되는 게 일반적

"좀 참고 살아라. 아이만 생기면 녀석도 달라질 거야. " 한인 주부 M씨는 신혼 시절 남편의 폭력을 하소연할 때면 시어머니로부터 심심치 않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친정 식구들 가운데도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M씨의 친할머니는 "남자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철이 드는 수가 있다"며 "기다리면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M씨를 달랬다.

그러나 M씨의 남편은 첫 아이가 생긴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우격다짐에 주먹을 휘두르고 물건을 내던지는 등의 가정 폭력을 일삼았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지만 최근 들어서는 남편이 당하는 예도 드물지 않다. 아내의 폭력에 고민하는 일부 남편들 가운데 "아이만 생기면 지금보다는 어쨌든 부부 사이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실제 그럴까. 아이의 탄생이 가정 폭력으로 일그러진 부부 관계를 보다 원만한 상태로 호전시킬 것이라는 믿음은 꽤나 널리 퍼져있다. 한국 혹은 한인 사회에서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미국인들도 자녀를 부부 사이의 윤활유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삐걱거리는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아이 양육을 계기로 달라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가정 혹은 커플들이 미국에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물론 드물게는 아이의 탄생을 발판 삼아 부부 관계를 호전시키는 가정도 있다. 그러나 가정 폭력으로 험악한 관계에 놓인 대다수 커플 혹은 부부들은 아내의 출산 후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등의 심리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정 폭력이 만연한 가정은 아이가 태어난 뒤 여러 측면에서 더 악화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흔하다. 이 대학교 연구팀 등은 출산을 앞 둔 156쌍의 부부 혹은 동거 커플을 대상으로 출산 전후의 가정 폭력 실태를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 출산 후 물리적 폭력 등이 증폭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양육 방식 등에 대한 견해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둘 사이에 새롭게 생겨난 아이가 윤활유가 되기는커녕 둘 사이의 견해 차이 등을 더욱 더 극명하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가사 분담 등도 트러블을 더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이가 생기면 대체로 부부들은 일거리 혹은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늘어난 부담이나 일거리를 분담하는 문제로 더 다투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 폭력은 특히 젊은 부부들이나 동거 커플 혹은 데이트 중인 남녀들에게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시행된 다양한 조사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젊은 연인이나 부부의 경우 최소 22% 최대 55%가 상대방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탄생을 발판으로 부부 혹은 동거 커플 사이의 관계 개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부부 스스로를 위해서는 물론 태어날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출산 전에 가정 폭력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래야만 진정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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