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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육신을 100% 다 활용하는 건 보람된 일

산 등성이에서 최근 또 한바탕 '전투'를 벌였다. 약 한달 전에 통나무들을 잘라서 가져온 벌목 개간지에서이다. 이번 전투 상태는 나무가 아니라 돌들이었다. 바위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돌멩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큰 돌들도 다수 포함됐다.

집 뒷산 개간지에는 개발의 여파로 구석구석 돌들이 적지 않게 나뒹굴고 있다. 그걸 집 마당으로 지난 보름 여 동안 틈틈이 끌고 내려왔다. 작은 돌은 무게가 수kg 정도에 불과하지만 큰 놈은 100kg에 육박하는데 모두 합해서 작은 트럭 짐칸 하나는 족히 채울만한 분량을 옮겨왔다.

돌은 축대를 쌓기 위해서 가져다 날랐다. 현재 집 자리는 계단이 셋인 지형의 제일 위쪽 언덕에 위치해있다. 축대는 현재 집 자리와 다음 계단 지형 사이에 쌓을 생각이다.

"왠 돌들이 이렇게 많으냐." 사나흘 전 할머니가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랐다"며 내게 물었다. 여기 저기 흩어져있던 돌들을 아랫 마당 한 자리에 모아놓았는데 그 양을 보고 놀란 것이었다. "저걸 다 네가 했느냐. 도무지 사람이 한 일로는 믿기지 않는다." 올해 99세로 연로한 할머니는 육중한 돌들을 보면서 젊은 사람보다 더 큰 무게 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돌 나르기는 사실 무척 힘들었다.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지만 심하면 중상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무게가 대략 50~80kg 대로 추정되는 돌들만 해도 30개 이상을 날랐다. 이동 거리는 나무를 옮겨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300~500m 정도 거리였다. 이런 큰 돌은 하나를 나르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린다. 좀 부피가 작고 가벼운 돌들은 손수레를 이용해 운반했는데 강화 플라스틱 재질인 손수레의 짐받이가 찢어져 나갈 정도로 하중이 상당했다.

지름 혹은 가로 크기가 50cm에 이르는 큰 돌은 대부분 밀면서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 그 중 몇 개는 잘못해서 골짜기로 굴려 떨어졌는데 골짜기에 떨어진 돌들을 다시 산 등성이 쪽으로 끌어올릴 때는 말 그대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써도 골짜기의 경사면을 거슬러 돌을 위로 끌어 올리는 건 쉽지 않았다. 한번 힘을 쓰고 나면 가만히 서서 가쁜 숨을 한 동안 몰아 쉬어야 했다.

새벽 잠이 없는 편이어서 주로 이른 아침에 돌 나르기 작업을 했는데 점심 때쯤이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퉁퉁 부어 올랐다. 인대가 늘어난 탓이리라. 경사면을 거슬러 돌을 굴려 올리는 게 훨씬 힘이 들지만 내리막 지형에서 돌을 굴리기도 쉽지 않다. 모서리가 둥글둥글한 돌은 통제하지 않으면 제 맘대로 굴러가 버리고 이렇게 되면 십중팔구 골짜기에 처박힐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그래서 돌을 굴릴 때도 허리를 숙이고 안간힘을 써가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돌을 네댓 개만 굴리고 나면 목장갑에 구멍이 나는 것도 손가락과 손바닥이 브레이크 패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두어 차례는 구르는 돌 모서리 부분에 발가락 부근이 깔리기도 했다. 하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돌이 발목이나 정강이 아래쪽으로 힘차게 굴렀다면 뼈가 부러질 위험도 있다. 힘들면서도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또 무게가 많이 나가는 돌을 들을 때는 허리 손상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가벼운 '과잉행동 증후군'이 있는 나로서는 몸을 쓰는 건 대체로 즐거운 일이다. 복잡한 세상만사를 잊고 온 힘을 써서 몰두할 수 있는 그 순간순간들이 너무 좋다.

3월이 되면서 날이 많이 풀렸다. 올 봄은 한 동안 돌과 씨름해야 할 일이 이래 저래 많을 모양이다. 집 여기 저기 축대를 쌓아야 하는 등 돌이 필요한 곳이 이 널려 있다. 경사 지형에 위치한 제한된 땅을 효과적인 생활 공간으로 활용하고 농사 면적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작업들이다.

2주 이상 계속된 돌 작업으로 앉았다가 몸을 곧바로 일으키기도 어려울 만큼 삭신이 다 뒤틀려 있는듯한 기분이지만 집과 밭 구석 구석을 손볼 생각을 하면 설렌다. 우리 몸은 언젠가는 이승을 한번은 떠나게 돼 있다. 가기 전에 그런 육신을 100% 활용하는 건 보람된 일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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