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깽 꼬레아노 (상) 나는 한인 후예] "멕시코 한인 자랑스럽다"…한인 이민 3세 올센 리
멕시칸 부인이 집에서 김치 담가
자녀들은 무용·사물놀이에 빠져
"후세들에 한글 계속 가르칠 터"
맥시코 애니깽 한인 이민 역사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멕시코에는 한인들의 유산이 남아 흐르고 있다.
1905년 애니깽 한인 이민자들이 농장 지역 메리다(Merida)로 이동하기 위해 도착한 멕시코 프로그레소 항에 살고 있는 루이스 올란 올센 리(62 사진 왼쪽)씨가 대표적이다.
올센 리씨의 모친 이솔명씨는 그녀의 부모가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한지 2년만인 1907년에 이곳에서 태어났다. 애니깽 이민 2세대인 셈이다. 노르웨이 남편을 만난 이씨는 이후 마리아 빅토리아 리 가르시아란 이름으로 살았고 지난 1995년 향년 87세로 작고했다.
올센 리씨는 “나 자신을 노르웨이계로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여전히 ‘코리안 멕시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한인 후손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올센 리씨는 “어머니가 내 처에게 김치 등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전수했다”며 “작고하신 할아버지와 모친의 한국 전통이 우리 부부와 자녀들을 통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부인 마리아 아길라르 데 올센씨는 순수 멕시칸. 한인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녀는 지금도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는다. 시어머니 이솔명씨의 한국 음식 조리법을 멕시칸여성이 전수받은 셈이다. 그녀는 한발 더 나아가 수년전부터 한글까지 배워 지금은 매주 일요일 열리는 한글 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직접 한글로 써보였다. 한글 학교에는 한인 후예들과 멕시칸 학생들 약 120명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올센 리씨 부부의 자녀들도 한국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큰 딸 마리아(34)는 현재 메리다 시내에 있는 한인 이민 박물관에서 매주 어린 학생들에게 한국 무용을 가르치고, 둘째 딸 새이디(32)도 풍물을 배워 어린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막내 케빈도 사물놀이를 하면 북을 친다. 특히 큰 딸 마리아는 한국춤을 인터넷 등을 보고 혼자 터득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올센씨 부부는 “한인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후세들에게 한글과 한국 문화를 가르칠 것”이라고 말한다.
멕시코 메리다=송훈정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