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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의 감성코드] 제멋에 취해 보이나 초라한 '인간의 이면'

스스로 능력·업적 과신
자신의 실수 인정에 인색
유악한 자신 보호 위한
숨겨진 인간의 방어 태도

"누가 나보다 더 잘 나가 내가 제일 잘 나가!"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던 걸그룹 2NE1의 노래 가사다. 마치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쿨'한 젊음의 필요충분조건처럼 느껴지게 하는 내용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서 '병역비리쇼'를 벌인 강용석 의원은 의원직 사퇴 발언을 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여전히 자신을 '스나이퍼'라 칭하며 총선 출마를 노린다고 발표해 국민의 비웃음을 샀다. "과대망상과 자아도취도 이쯤 되면 병"이라는 말들이 돈다. 선거철이 오자 허경영이란 이름이 다시금 들려온다. 민주공화당이라는 정체불명의 정당 총재면서 나름 가수이기도 하다. 자칭 아이큐 430에 공중부양 축지법을 구사할 줄 안다고 공언해오던 그다. 자신이 발표한 노래를 부르면 키도 커지고 살도 빠진다고 '진지하게' 말한 바 있고 '무중력 댄스'라 이름붙인 자신의 춤을 소녀시대가 표절했다고까지 주장하는 '자아도취의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공주병' '왕자병' '자뻑'…어떤 말로 표현해도 좋다. 결론은 모두 자아도취라는 것. 참으로 재미있고도 무서운 인간 내면의 모습이다. 인간의 자아도취 그 이면엔 어떤 감성 코드들이 숨어 있을까.

# 오만한 나르시스 VS 유약한 방어형 인간

자아도취형 인간의 행동패턴은 전형적이다. 스스로의 능력이나 업적 인기 외모를 과신하고 자신의 결함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그래서 거짓말에도 능하고 말과 행동에 일관성도 없다. '잘 되면 내 덕 안되면 네 탓'인 식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으니 감정 표현도 널을 뛴다. 조직이나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위치나 역할을 과대평가하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시기심 혹은 비합리적인 경멸이 나타난다. 에너지가 넘치고 화려한 인상이 있어 옆에서 지켜만 보자면 유쾌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를 맺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 않고 깎아내리거나 이용하려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아도취형 인간들에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같은 자아도취형 성격과 행동방식이 열등하고 유악한 자신을 감추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완벽하지 못한 자기 자신의 모습이 드러날 경우 비난받거나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현실을 부정하고 상황을 왜곡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투사해버리는 이들의 패턴은 '자아도취성 방어 기제'에 다름 아니라는 해석이다. 공주병 왕자병 환자들이 사실은 남보다 더 낮은 자존감과 초라한 자아인식에 괴로워하는 불쌍한 인간들일 수도 있다는 점 재미난 아이러니가 아닌가.

# 자아도취형 리더의 성공과 실패

"강한 의욕 직관 창의력 공격성을 지닌 리더지만 매우 거만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복잡한 상황을 처리하는데 있어 사전 준비를 한다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빠른 두뇌와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자기 관할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 기업 인사팀에서 이 같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훌륭한 CEO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다'. 최근 인기를 끈 리더십 서적 중 '자아도취형 리더가 성공한다'라는 책이 있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맥코비는 GE의 CEO 잭 웰치가 관리직에 오르기 전 받았던 위의 평가를 인용하며 자기애에서 비롯된 에너지와 저돌적 업무 처리 능력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자아도취형 리더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아도취형 리더들의 치명적 약점 또한 맹렬히 비판한다. 맥코비는 "자아도취형 리더는 자신에게 몰입한 나머지 다른 사람과 대화할 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가혹한 비판을 가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광분한다."며 "'사이코'와 '성공한 기업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밝힌다.

이는 스탠리 빙의 리더십 서적 '크레이지 보스'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빙은 자아도취형 보스들을 '대책없는 안하무인의 나르시시스트'라 신랄하게 몰아붙이며 그들의 비참한 말로를 조롱한다. 그러면서 "안하무인의 자아도취형 보스에게는 '건방지게 대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자아도취형 인간들에게는 '나도 성질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면 잠깐이나마 정신이 바짝 들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독자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이다.

# 돈키호테? 아메리칸 사이코!

문학이나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자아도취형 인간은 누가 있을까. 대표적으로는 탐미주의 문학의 대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꼽힌다. 쾌락의 나날을 보내다 파멸에 이르는 미모의 청년 도리언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나르시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현실의 자아와 허구 속 자아를 혼동해 주변 사람들과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아도취에 빠져 엉뚱한 것에 집착하고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는 '돈키호테' 역시 비슷한 유형의 문학 속 인물로 분류된다. 모든 여자를 유혹할 수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진 남자주인공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위험한 관계'와 그 리메이크작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자아도취형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영화들은 배용준 주연의 한국 영화 '스캔들'에서 조선시대로 배경을 바꿔 또 한번 재해석된 바 있다. 자아도취형 캐릭터를 코믹하게 다룬 영화로는 우디 앨런 감독의 '스타더스트 메모리즈'가 유명하다. "사람들이 당신을 나르시스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주인공이 "나는 나르시스가 아니다. 제우스다"라고 답하는 대사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자아도취의 병적인 단면을 그린 공포 스릴러물로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가 있다. 잘생긴 외모 훌륭한 배경의 남자 주인공이 극심한 자기애에 빠져 자신보다 잘난 이들을 모두 살해해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다.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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