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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같은 제사장] 트라이앵글의 사랑

이유정 목사/예배사역연구소 대표

지난 주말 노스캐롤라이나 트라이앵글 지역에 있는 온누리교회를 다녀왔다. 트라이앵글은 더햄의 듀크, 채플힐의 노스캐롤라이나대, 랄리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등 3개 대학과 기업들이 협력해 만든 동부의 실리콘 밸리다. 이 교회는 영생장로교회 부목사였던 지승남 목사가 6년 전 개척했다. 한인인구 6000명 정도인 이 지역에 한인교회 20여개가 오손도손 모여있다.
 
온누리교회는 120년 역사에 노인 10여명 남은 미국교회 예배처소를 빌려서 40~50여명의 교우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최근 이 교회의 성장에 충격을 받은 미국교회가 견제하는 바람에 예배시간도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로 옮겼다. 주인 교회는 성장을 위해 고심하다 최근 결단을 내렸다. 목회자 사례를 2배로 올려 과거 교회 부흥의 경험이 있는 60대 목사를 새로 청빙했다. 작은 한인교회의 성장에 도전을 받아 몸부림치는 유서 깊은 미국교회의 모습이 새로웠다.
 
주일 오후 1시 예배는 청소년, 청장년과 노년층 40~50명이 함께 드린다. 조만간 청소년 목회자를 따로 세울 예정이다. 예배 시작 전, 아담한 예배당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교우들의 몸놀림이 생동감이 넘쳤다. 이날 시편 51편 17절 말씀을 갖고 ‘예배의 가장 탁월한 재료’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2PM 박재범 예화를 들 때 청소년 몇 명이 적극 반응했다. 청장년층은 아주 작은 도전에도 아멘으로 화답했다.
 
오후 5시 찬양부흥회가 열렸다. 이 교회에는 찬양팀이 아직 없다. 처음에는 키보드 반주자 한 명과 기타만으로 집회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웃에 있는 선한목자교회의 찬양팀이 돕겠다고 했단다. 반신반의했는데 오후 4시 연습 장소에 가보니 이미 일찍 도착해서 손수 가져온 음향 시스템과 악기들을 셋업해놓고 연습하고 있었다. 사전에 보낸 악보와 편곡보로 이미 연습해 와서 그런지 리허설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집회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예배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웃에 있는 네 교회에서 담임 목사를 포함한 성도들이 함께 온 것이다. 이민교회에서 진짜 보기 드문 현상이다.
 
교회의 벽을 넘어 교우들과 함께 발걸음한 이웃교회 목회자들, 교우들의 그 수수한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은혜를 사모하는 자세, 기뻐 뛰는 예배와 찬양, 뜨거운 눈물의 기도, 결단과 헌신, 친밀한 나눔의 교제, 이웃교회를 배려하는 코끝 찡한 사랑, 대형교회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진한 감동이다.
 
집회는 거의 8시가 다 되어 끝났고,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이어서 이웃교회 찬양팀과 온누리교회 찬양팀 관심자를 대상으로 ‘선곡이 곧 신학이다’ 세미나를 했다. 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에 피곤도 잊고 열변을 토했다.
 
다음날 오전까지 푸욱 쉬고, 지승남 목사와 선한목자교회 박일종 목사와 점심을 나눴다. 둘 다 리버티신학교 동문에 총신대원 후배들이며, 척박한 이민사회에서 개척하여 오늘에 이른 개척자들이다. 지승남 목사는 1년이 넘도록 교우 한 명 없이 가족과 함께 예배드렸다고 한다. 그 어려운 시간 때문에 한 생명의 소중함을 배웠단다. 박일종 목사는 시작한지 3년 만에 고속 성장을 경험했지만 그 기간에 예상치 못한 성도의 배신 때문에 자신이 더욱 겸허하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다고 간증했다. 10년만에 디아스포라 교회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 필자의 간증도 나누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찐한 오찬이었다.
 
이들은 나이 40을 눈 앞에 둔 한국교회 차세대 지도자들이다. 한국의 초대형교회와 비할 수 없는 미 중소도시의 작은 이민교회를 섬기지만, 한 영혼을 향한 이들의 눈물겨운 헌신은 하늘 보좌를 움직이는 위대한 사랑임을 확신한다. 이들의 작은 섬김으로 노스캐롤라이나 트라이앵글 지역에 교회의 벽을 넘는 예수의 사랑이 조용히 번져가고 있음을 확인한 뜻 깊은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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