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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A NOVA…삼바 음식은 '나를 흥분시킨다' 따봉!

바나나·유카·와인 등 듬뿍
새콤달콤한 '로맨틱 푸드'
저녁 데이트 장소로도 추천

브라질. 나라 이름부터 화끈하다. 음식도 뭐든 맛있을 것 같다.

솔직히 훠궈나 아르메니안 케밥 에티오피안 인제라 등을 먹으러 가기 전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다. 특이한(?) 맛이 주는 특별한 감정이다. 오늘은 왠지 마음이 가볍다. 브라질이라면 날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

주말 저녁 할리우드에 있는 보사노바(Bossa Nova)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맛있는 집이라는 표시다. 40여 분을 추위에 떨고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식당 내부는 옹기종기하고 테이블은 작다.

재즈를 연상시키는 그림과 장식품들이 한쪽 벽에 붙어있고 웨이터들은 좁디좁은 테이블 사이사이를 움직인다. 무엇을 마시겠느냐는 웨이터에 말에 "브라질 와인"이라고 짧게 답했다. 추천받은 시라(Syrah)는 텁텁한 맛이 살아있지만 달착지근했다. 레드 와인답게 무겁게 떨어지는 끝 맛이 좋다. 메뉴판을 펼치니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끝도 없다. 어차피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 브라질 느낌만을 찾아내기로 결정했다. 음식 이름 밑에 브라질 전통이라는 부연설명을 찾아 케이비(Kibe) 바나나 피자 카마라오 아 브라실레이라(Camarao a Brasileira) 브라질식 등심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기본 빵과 와인으로 허기를 채울 때쯤 케이비가 나왔다. 비엔나 소시지보단 크고 초코렛바처럼 오돌토돌했다. 크기와 두께는 성인 남자의 엄지 정도. 한입 씹으면 딱딱한 곡물 맛이 느껴진다. 약간 짭조름하면서 고소하다. 케이비는 반쯤 삶아서 말렸다가 빻은 밀(Burgur wheat)에 간 쇠고기를 묻혀 튀긴 음식으로 레몬을 뿌려야 제 풍미를 찾는다. 딱딱한 겉껍질이 독특할 뿐 맛은 고기완자와 비슷하다. 씹는 맛이 전체적인 맛을 좌지우지한다.

카마라오 아 브라실레이라와 등심 스테이크는 동시에 나왔다. 카마라오 아 브라실레이라는 긴 이름과는 달리 레몬과 허브로 재운 새우를 구운 간단한 요리였다. 곁들여 나온 플란테인(Plantain) 조림이 독특했다. 설탕과 기름에 오랫동안 졸였는지 플란테인은 검지와 중지를 합친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내 멋대로 맛을 설명하자면 두꺼운 바나나에 연근조림 양념을 묻힌 맛이다. 질척한 달고나의 맛. 플란테인 특유의 달콤하며 새콤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젤리 같다. 주 요리인 새우는 평범했다. 마늘 향이 살짝 나긴 했지만 '아 맛있다'라고 말하기엔 2% 부족하다. 새우를 찍어먹을 수 있는 팥죽과 유카 가루(Yucca Flour)는 솔직히 왜 함께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카사바(Cassava)라는 식물의 뿌리를 갈아 만든 유카는 미숫가루처럼 보이지만 전혀 부드럽지 않은 가루다. 가루 자체는 고운 모래 같고 무맛(無)이다. 새우를 찍어 먹으면 가루와 새우 살이 저절로 분리된다. 팥죽은 설탕을 넣지 않고 끓여 텁텁하고 쓴 맛이 남아있다. 새우와의 궁합은 좋지 않다.

브라질식 등심 스테이크(Sirloin Steak)는 너무나 얇았다. 시즐러 스테이크보다 5배 정도 얇다. 장조림용 고기와 비슷하다. 줄줄이 길게 그어진 선을 따라 썰지 않으면 잘리지 않는다. 종잇장 스테이크에 실망한 마음을 안고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브라보! 이 맛이다. 잠시 스쳤던 실망감은 멀리 날아갔다. 라임과 레몬 포도주로 재운 등심은 부드러우면서도 새콤한 향을 머금고 있다. 새콤하다는 표현보단 약간 시다는 말이 적당하다. 별로 씹을 필요도 없다. 슬며시 흘러나오는 육즙과 상큼한 레몬즙이 만나 최상의 맛을 낸다. 마이너스 포인트는 역시 고기의 크기. 한입 크기로 5~6 조각 썰어내면 끝이다. 사이드 메뉴로 나온 버터라이스나 매쉬 포테이토는 그저 평범했다.

디저트로 주문한 바나나 피자는 고소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디저트로 피자를 먹는 것에 대해 살짝 거부감(?)이 들었지만 맛은 기대 이상이다. 기본 치즈 피자 위에 토핑으로 바나나와 시나몬 가루를 뿌려 굽는다. 시나몬이 덜 익은 바나나의 시큼한 맛을 걷어낸다. 단맛은 확실히 살리지만 너무 달아 머리가 아픈 애플 파이의 느낌은 아니다. 질척거리지 않는다. 꼬들꼬들 씹히는 치즈의 질감과 달콤한 감자 같은 바나나는 의외로 어울렸다. 다시 먹으라면 200% 먹을 의향이 있다.

브라질 음식은 트로피칼 푸드였다. 바나나나 유카 와인 등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과감한 시도가 좋았다. 어떤 음식이든 과일 맛이 담뿍 스며들어 새콤한 맛이 났다. 저녁식사 데이트 장소로 추천할 만 하다. 번쩍번쩍한 할리우드 속 아담한 아지트같은 곳이다.

▶주소: 7181 Sunset Blvd. 90046 (323) 436-7999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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