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 맞는 표기"…이탈리아 지구본 제작사 조폴리 대표
2차 세계대전 이전 지도 참고해 변경
일본대사관 항의 받았지만 변함 없어
전 세계 지구본 제작 회사 50여 개 중 유일하게 ‘동해’ 단독 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조폴리 지오그래피카사’의 마티아 조폴리(사진) 사장은 단호했다. 수 차례에 걸친 본지와의 전화·e-메일 인터뷰에서 조폴리 사장은 “정확성을 위해 2~3년에 한 번씩 지도 전문가들과 옛 지도들을 살펴오고 있다”며 “‘동해’와 관련해서는 고지도의 대부분이 ‘오리엔탈 시(Oriental Sea)’ 혹은 ‘이스트 시(East Sea)’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조폴리사도 ‘일본해’로만 표기 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동해’로 바꾼 이유에 대해 이처럼 설명한 것.
그는 “현대로 오면서 ‘일본해’ 표기가 대세를 이뤘는데, 아무래도 일본이 한국을 식민화하면서 그 영향력 때문에 표기가 바뀐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조폴리사는 ‘동해’ 단독 표기된 새 지구본을 지난해 10월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공개했다. 고지도 수집가 김태진씨가 조폴리사의 지구본을 발견한 것도 이곳에서다. 이전부터 세계 10대 도서관인 뉴욕공립도서관 맨해튼 본관에 ‘일본해’ 단독 혹은 ‘일본해’ ‘동해’ 병기 지구본만 전시된 것을 안타까워하던 김씨는 조폴리사의 지구본 2개를 주문해, 지난달 27일 도서관에 기증했다. <본지 1월 28일자 a-1면> 또 조폴리사의 지구본은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지난해 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선물해 장관 접견실에 비치돼 있기도 하다.
자사의 지구본이 뉴욕공립도서관 등에 전시된 사실을 몰랐다는 조폴리 사장은 이전까지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동해’로 바꾼 뒤 주이탈리아 일본대사관의 항의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대사관에서 ‘왜 명칭을 변경했는지 알려달라’는 문의가 와서 있는 그대로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조폴리 사장은 이어 “각지의 한인들에게 응원을 많이 받고 있는 반면 일본계의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우리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전 세계 10대 지구본 제작사로 알려진 조폴리사는 1949년 현 사장의 조부인 이탈로 조폴리에 의해 설립된 뒤 3대 째 수작업 지구본을 생산하는 업체다. 업체에 따르면 1년에 2만 대의 지구본을 생산한다. 비싼 제품은 2만 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는 1963년 밀란의 과학기술박물관이 수여하는 ‘토르니오 도로’ 대상을 수상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성공을 한 자국 기업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조폴리사의 지구본은 대부분 해당 국가의 자국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은 ‘Hanguk’, 북한 ‘Choson’으로 표기하고 있다.
강이종행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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