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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찬란한 노래와 연기…'브라보 도밍고'

LA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음악 애호가라면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연하는 오페라 한 편쯤 보는 것을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꼽을 만도 하다. 현존하는 최고의 성악가로 이름 높은 그가 얼마나 멋진 노래와 연기로 청중을 사로잡을지는 비단 오페라팬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흥미를 가질 법한 일이다.

LA오페라가 다음달 4일까지 공연하는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다. 남자 성악가가 표현해낼 수 있는 온갖 다양한 감정이 응축돼 있는 오페라인데다 도밍고가 다른 그 어떤 역할보다 애정을 갖고 임하는 캐릭터인 만큼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도밍고의 명연이 객석을 완벽히 사로잡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도밍고는 이 역할을 맡기 위해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음역대까지 바꿔가며 새로운 도전에 의욕을 불태웠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바리톤을 흉내 내기 보다는 나만의 스타일로 노래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의지에 걸맞는 저음의 테너에 가까운 매력적 보이스 컬러로 3시간의 대장정을 이끌어간다.

그가 연기한 시몬 보카네그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종류 모든 수준의 풍파를 다 겪는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25년의 세월 간극과 해적출신으로 총독에 이르는 신분의 변화도 소화해내야 한다. 도밍고의 무시무시한 저력은 그 부분에서 빛을 발했다. 사랑을 잃고 절규하는 젊은이의 모습에서 시작해 잃었던 딸과의 극적인 만남 총독의 자리에서 겪게되는 수많은 번뇌 정적에게 딸을 허락하는 부정 죽음을 앞두고 오랜 세월 가슴에 품었던 짐을 털어내는 초탈함 등 수많은 감정이 매번 빼어난 노래와 연기로 표현됐다. 극의 마지막 시몬 보카네그라가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쿵 소리와 함께 도밍고가 무대 위로 쓰러지자 객석 곳곳에서는 '헉'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극에 몰입한 관객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주요배역들도 탁월한 실력을 뽐냈다. 보카네그라의 딸인 아멜리아 역의 애나 마리아 마르티네즈는 시종 드라마틱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열연으로 극에 활기를 더했다. 그의 연인이자 보카네그라에 대한 오해와 질투에 휩싸이는 아도르노 역의 스테파노 세코는 혈기와 객기를 넘나드는 젊음의 위태로움을 멋지게 표현해내며 LA오페라 데뷔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다. 특히 2막에서 보카네그라와 아멜리아 아도르노가 각기 내면의 고통을 토해내며 부르는 트리오는 극 전체를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아멜리아의 할아버지인 피에스코 역의 비탈리즈 코발리조프의 베이스도 서슬 퍼런 기운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매우 흥미진진한 오페라다. 귀에 익은 아리아가 없는 대신 내러티브가 강하고 모든 곡들이 스토리 전개에 기여해 복잡하고도 빠르게 진행된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지만 미리 스토리를 숙지하지 않고 가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공연 전 잠시라도 시간을 내 프로그램에 적힌 시놉시스를 꼼꼼히 읽어보길 권한다.

오는 19일 21일 26일 3월 1일 3월 4일 5회 공연이 남아있다. 티켓 가격은 20~240달러. 인터넷(www.laopera.com)이나 전화(213- 972-8001)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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