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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전망대] 안철수와 '애정남'

김근철/한미정치포럼 대표

요즘 한국에선 '애정남'이 한창 인기다. 유명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데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를 줄인 말이다.

그 애정남이 한국 정치를 소재로 다루면 어떨까. 그럴 경우 애정남이 가장 먼저 다룰 소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에도 안 원장은 알쏭달쏭한 말과 행보만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에 대한 궁금증은 '과연 정치에 대통령에 도전할 생각이 있을까'에서부터 풀어야할 것 같다. 기자들은 그동안 안 원장에게 수도 없이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늘 애매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정치할 마음이 없다면 그렇게 답하지 않는다. 그냥 "정치나 대통령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라고 자르면 간단하다. 그런데 그렇게는 안한다.

더구나 최근엔 3000억원에 이르는 자신의 지분을 내놓고 안철수 재단까지 출범시켰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면 이 민감한 시기에 굳이 재단을 출범시켜 온갖 견제와 불이익을 당하고 있을 이유가 없는 거다.

그렇다면 질문은 그가 '여당이냐 야당이냐' 혹은 '보수냐 진보냐'다. 안 원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진보 인사라고 딱히 부르기도 좀 겸연쩍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여권이나 보수정당에 기웃거릴 이유는 없다. '안철수의 힘'은 오로지 높은 지지도에서 나온다. 안 원장은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이기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높은 인기는 기존 정당에 거부감을 가진 무당파 수도권의 반 여당성향의 20~40대 그리고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만약 안 원장이 보수정당을 선택한다면 그의 지지도는 단 하루만에 붕괴될 것이다. 그런 자충수는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형태로 정치에 뛰어들 것인가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기성 정치인들처럼 선거때라고 정당 만들고 지지단체를 급조하고 통합 지분 챙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겐 그런 정치적 기반도 경험도 시간도 잘 해낼 자신도 없다. 결국 지난해 성공한 '박원순 방식'이 남는다. 시민 후보를 자임하고 제 1야당 후보와 통합 경선을 치른 뒤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던 사례다. 안 원장은 이를 그대로 올 대선에도 적용하고 싶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애매한 것은 4월에 있는 국회의원 선거다. 여야 보수와 진보 세력이 생사를 건 혈투를 벌이는데 그가 방관만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나중에 무임승차란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역할은 필요하다. 이 역시 지난 서울시장 선거처럼 지원은 하되 이전투구의 정치판에는 발을 담그지 않는 선에서 자기의 역할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질문은 '과연 이런 구상으로 범야권 후보가 될 수 있을까'다. 답은 올해 중반이후 지지도가 말해준다. 그때까지 안 원장이 '박근혜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남는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나 소속 후보가 자력으로 상대방과 접전을 펼칠 수만 있어도 '안철수의 쓸모'는 크게 떨어질 거다. 그래서 요즘 안 원장은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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