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9] 무거운 통나무로부터 오는 온몸의 '상쾌함'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게 얼마나 몸을 괴롭게 하는 중노동인지 요즘 절감하고 있다. 이렇게 나무를 해보기 전에는 나무 절단과 통나무 운반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줄 정말 몰랐다. 내가 마음대로 집으로 가져 갈 수 있는 뒷 산의 키 큰 나무들은 뿌리까지 뽑힌 채로 대부분 경사가 급한 곳에 방치돼 있는 것들이다. 그렇지 않은 나무들은 이미 최초로 벌채를 한 사람들이 다 챙겨갔다. 나로서는 일종의 이삭줍기인 셈이다.

나무 길이가 20m가 넘고 설령 절벽처럼 깎아지른 곳에 넘어져 있더라도 그 것들을 토막 내는 작업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문제는 집까지 짧게는 300m 길게는 500m 이상을 끌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무를 아주 잘게 토막내면 얼마든지 가져 나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나무를 하는 것은 기둥을 세우고 보를 만드는데 이용할 통나무를 얻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길이가 너무 짧아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대략 4m 길이로 나무를 자른다.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원래 수고가 20m가 넘는 소나무라면 밑둥치 쪽은 지름이 30cm 이상인 경우도 흔하다.

이런 소나무 한 토막은 정말 야생 곰에 맞먹는 무게를 갖고 있다. 무거운 것들은 족히 150kg이 넘는다. 이런 나무 한 토막을 집 뒷산에서 마당까지 끌고 오려면 2시간 가까이가 걸린다. 굴릴 수 있다면 굴리고 굴리기 어렵다면 낑낑거려가며 한쪽을 들어 조금 이동시킨 뒤 이번에는 반대쪽 끝으로 돌아가 살짝 들어 옮겨 놓는 식이다.

어렸을 때 자치기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자치기 자로 길이를 재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름 30cm 길이 4m 무게 150kg 안팎의 나무를 마치 자치기 때 길이를 재듯 움직여가며 산에서 끌고 내려오는 것이다. 섭씨로 영하 15도가 넘는 한겨울이라지만 속에 반팔셔츠 겉에 점퍼 하나만 입고 작업을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러나 기분은 너무 좋다. 육중한 곰 한마리를 사냥해 돌아오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통나무 토막의 한 쪽 끝을 들어 올릴 때는 손에 깍지를 끼는데 너무 무겁기 때문에 깍지 낀 손가락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갈듯한 통증이 엄습한다. 그래도 뿌듯하다. 장갑 끼는 걸 평소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웬만하면 맨손 작업을 할 때가 많은데 이런 이유인지 최근 들어 손가락 피부가 터지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 잠자리에 피곤한 몸을 누일 때면 터져나간 손가락 마디 마디의 피부가 영광스런 훈장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도시의 친구들은 이런 나를 대개 측은하거나 한심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너무 좋은 걸 어쩔 수 없다. 물론 몸이 상당히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마음은 두말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편안하다. 도시의 친구들과 나의 사고 방식 차이를 보면서 내가 시골 체질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귀국하기 무섭게 발견된 어머니의 암과 연이은 항암치료 1건의 수술을 끝마치고 2건의 대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등을 보면서도 시골로 들어온 뒤 특별히 힘들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과 부대끼며 느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 같은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 산에서 날라온 통나무를 이용해 우선 원두막 같은 정자를 지어 볼 계획이다. 음식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 실내에서 식사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더운 여름에는 원두막에서 밥을 먹고 싶다. 또 나는 더위 엄밀히 말하면 습도 높은 여름 날씨에는 사족을 펴지 못하는데 원두막에서 한여름 밤 피서할 꿈을 꾸면 그 자체로 신이 난다.

뭘 만드는데 놀라울 정도로 재주가 없지만 그런들 대수랴. 설령 장난감 같더라도 또 매우 볼품이 없더라도 뒷산에서 가져 온 무공해 통나무로 만든 정자라면 더 없이 살가울 것이다. 나무를 나르는 과정에서 손등이 깨지고 두 다리 이곳 저곳이 상처투성이 일지라도 상쾌하기만 한 요즘이다. 아침 한기를 뚫고 산에 오르면 저절로 힘이 솟는 데 그 순간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