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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기자의 감성코드 -1] 질투

'막장 파국' or '분발 성취'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원초적인 양날의 칼

사랑 분노 우울 불안 공포 회피 투사 분리….

인간의 감정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 실체를 콕 집어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그 정체의 근원을 설명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누구나 하루에도 수십번을 오가게 되는 지극히 개인적 감정의 영역들이기에 차분히 성찰해보거나 객관화해 들여다보기 또한 쉽지 않다. '감성코드'는 이런 우리 모두를 위한 코너다. 가장 사적이고도 은밀한 인간의 수백 수만가지 감정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자는 것. 하찮은 수다일수도 있지만 동시에 깊이있는 통찰이자 날카로운 분석이 될 수도 있다. 모두의 감성이 다른 만큼 '감성코드'가 작동하는 방식 또한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에 관한 수다 '감성코드'. 그 첫 시작은 가장 인간적이고도 원초적인 감정 '질투'다.

전세계 남성 저지른 살인
20%가 질투심이 원인
SNS 자주 접속하는 사람들
타인 삶 속 질투 느껴 우울함↑


# 남자의 질투가 더 무섭다?



흔히 질투는 여성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진다. '질투'의 한자인 시기할 질(嫉)자와 샘낼 투(妬)자에도 모두 계집녀(女)자가 들어가 있을 정도. 그러나 진화심리학자들은 영장류 수컷들이 암컷들에게 갖는 소유욕과 독점욕이 질투의 시작점이라 본다. 번식의 본능을 지닌 수컷들에게 '짝이 낳은 자식이 친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야말로 질투를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다만 사회적으로 감정표현이 자유로운 여성들의 질투가 보다 자주 드러나기 때문에 남성들이 질투가 거세된 듯 보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그래서 짓눌려있던 남성들의 질투는 일순간 폭발할 경우 엄청난 공격성을 보인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남성들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20%가 질투심 때문이라는 조사도 있다. 남성과 여성의 질투 양상도 다르다. 수많은 설문 및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주로 배우자나 애인이 다른 이성에게 정서적 호감을 갖고 몰입하는데 질투를 느끼는 반면 남성은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교류에 더 큰 질투심과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 질투는 나의 힘?

그러나 질투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을 진화시키거나 보다 나은 환경으로 옮겨가기 위한 최고의 동기부여가 돼 주기도 한다.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벗어나려는 심리적 동력이 되어 준다는 뜻이다. 본능적으로도 짝을 빼앗길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경쟁 상대를 퇴치하기 위한 조치를 보여 경쟁자로부터 자신의 짝을 지킬 확률을 증가시킨다. 조직안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질투심은 개인을 더욱 분발하게 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끈다. 이는 개인과 조직 모두에 득이 되는 질투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역기능도 있다. 어떻게든 상대를 짓누르고 승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맹목적 질투에 사로잡히게 되면 동료와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음모나 술수로 상대방을 위험에 빠뜨리는 '반칙'까지 저지르게 된다. 때문에 질투는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있어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 SNS가 질투를 유발한다?

최근들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사람의 질투심을 유발해 우울에 빠지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유타밸리 주립대학교 연구팀이 대학생 4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NS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이 나보다 행복한 것 같고 삶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파티나 모임 등에 참석한 즐거운 모습을 사진으로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선택적'으로 공개되는 타인의 생활 단면들만을 보고 질투를 느껴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큰 교류가 없는 친구 사이일수록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프라인에서 친한 친구일 경우 잦은 대화를 통해 SNS 에는 공개되지 않은 고민이나 어려움 등을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대방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 만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되면서 심각한 질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화 속 질투 코드

◇ 영화 '아마데우스' : '아마데우스' 속 살리에르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질투의 화신'이다. 모짜르트의 천박함을 경멸하면서도 그 놀라운 재능을 한없이 동경하고, 그로 인해 끝없는 열등감을 느껴야 했던 살리에르의 모습은 인간이 갖는 질투의 본질에 진절머리날 만큼 접근한다.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탐해, 이를 빼앗거나 짓밟고 싶어하는 질투의 작용 방식을 읽을 수 있다.

◇ 희곡 '오셀로' :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무어인 오셀로의 비극'은 질투와 열등감에 눈이 멀어 파멸에 이르는 남성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사회적 출세와 함께 아름다운 부인을 손에 넣지만, 부하의 계략으로 의심과 질투에서 헤어나지 못해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마는 오셀로에게서 '수컷 본능'으로 인한 질투의 매커니즘이 그대로 드러난다.

◇ 영화 '올가미' :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묘사한 '올가미'는 질투에 관한 가장 섬뜩하고도 극닥적인 묘사를 한 한국 영화 중 하나다. 아들에 대한 과도한 보호본능과 집착이 며느리란 대상에게 아들을 빼앗긴다는 그릇된 상황인식으로 이어지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의 원초적 질투심이 영화 전반을 통해 그려진다.
rachel@koreadail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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