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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깨달음] 아름다운 동행

양윤성 교무/원불교 미주서부교구장

얼마 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던 호텔 로비에서 팔짱을 끼고 다정히 걸어가는 중년 부부를 보았다. 그 부부가 유난히 눈에 띄었던 이유는 '팔짱을 낀 중년'(?) 이어서가 아니라 두 분 모두 검은색 색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경의 색상이나 모양으로 보아서는 영락없는 시각장애인이었지만 걸음걸이가 왠지 여유로워 보였다.

카운터에 이르자 남자 분은 색안경을 벗는데 여자 분은 그대로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여자 분의 손에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가 들려 있다. 그제야 사정을 짐작했다. 어색해 보이는 남편의 색안경이 시각장애인인 부인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부담스런 시선을 나누어 갖기 위한 세심한 배려라는 것을.

이 부부를 보며 지난 달 언론에 보도되었던 '세르벨 부부'의 순애보를 떠올렸다. 아내인 니콜의 회갑을 맞아 나선 크루즈 여행은 3시간 만에 악몽으로 끝이 났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남편은 하나뿐인 구명조끼를 마지막 키스와 함께 부인에게 남긴 채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아내는 수십 분을 허덕이다 남편의 '사랑'이 담긴 구명조끼 덕에 섬 주민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부부사이의 신의가 무너짐으로 인해 세계 1 2위를 다투게 된 한국의 이혼율은 이 곳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선전으로 한껏 고무되어 있는 미주 한인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가정의 바탕은 부부이며 군자의 도가 부부에서 비롯된다"고 하셨다. 또한 부부의 도로서 서로 경애하고 알뜰한 벗이 되는 '화합' 정조를 존중하고 세상에 드러난 대악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이라도 관용하는 '신의' 자립하는 정신 아래 부지런히 생활하여 넉넉한 가정을 이룩하는 '근실'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공익'을 말씀하다. 이 중에서도 '대악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이라도 용서하는 신의'를 특히 새겨보셨으면 하고 이는 부부사이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LA에 둥지를 튼 지 이제 열흘 남짓 아직 갓 전학 온 학생의 심경이다. 세상의 학문을 많이 공부하지도 못했고 타종교의 교리에 정통하지도 못한다. 다만 훌륭한 성직자란 '몸담고 있는 종교의 본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스승님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찌하면 지식이 넓어지겠습니까?"라는 다른 종교인의 물음에 대종사님께서는 "그대를 대할 때는 당신 종교의 지식을 얻게 되고 또 다른 교인을 대할 때에는 그 교의 지식을 얻게 된다"고 하셨다.

여러분과의 만남이 지견(知見) 교환을 통해 서로가 공부하고 성장하는 특히 종교가 다른 미주한인사회의 신앙인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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