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린 느낌 정치적 이용만 당해서 화났다"
김경준 기획입국설 물증 활용된 '가짜 편지' 작성 주장 신명씨 단독 인터뷰
다음은 신씨와 나눈 일문일답.
-한국 검찰에서 찾고 있는데.
"며칠 전 담당 검사와 직접 통화했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연락이 왔다. 빨리 (한국으로)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홍준표를 먼저 불러 조사하면 되는데 왜 안 하느냐'고 이야기했다."
-한국에 들어갈 계획은.
"검찰에서 홍준표를 조사하기 전에는 당분간 들어갈 계획은 없다. 하지만 총선 전에는 반드시 들어가 (관련 사실을 추가로)폭로할 계획이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가짜 편지는 왜 작성했나.
"대학시절부터 나를 도와준 양선생이라는 지인이 부탁해 썼다. 양선생에게 이 편지를 왜 쓰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경준이 오지 말라고'라고 하더라."
-가짜 편지 문안은 누가 작성했나.
"양선생이 컴퓨터로 작성해 왔다. 그 내용을 보고 내가 자필로 쓴 것이다."
-가짜 편지라고 폭로한 이유는.
"편지를 쓴 후 한 달 정도 지나고 대선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홍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편지를 공개해 놀랐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양선생에게 물었더니 '편지는 BBK 법률자문팀에서 8번을 검토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았다. 형이 감형될 것으로 알았는데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용만 당해서 열을 받았다."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형의 심경은.
"형은 수감된 상황에서 편지와 관련해 어떤 소통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편지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형은 또 '내 걱정은 추호도 하지 마라. 오직 너의 가족만을 생각하며 올바른 결단을 소망한다'며 '진실만이 너와 나를 속박했던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심정은.
"가짜 편지 작성에 처음부터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 이제는 그 편지를 처음에 기획하고 만든 사람들이 누군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 양선생은 누구에게서 가짜 편지 작성을 의뢰받은 것인지 홍준표는 누구에게서 편지를 전달받았는지 밝혀져야 한다."
☞'BBK' 가짜 편지는?
'가짜 편지'는 2007년 대선 당시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자료로 활용됐던 편지를 말한다.
이 편지는 이명박 당시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불식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정치권의 평가를 받았다.
대선 투표일을 6일 앞둔 2007년 12월13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편지 한 장을 공개하며 이 편지가 이명박 후보 낙선을 위한 노무현 정권의 공작정치의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이 편지가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 씨의 미국 수감 시절 감방 동료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직접 쓴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대목은 김씨를 선거 일정에 맞춰 한국에 입국시키려는 노무현 정권의 공작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신명씨는 지난 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 편지는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폭로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이 당시 관여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신씨는 "지인인 대학 교직원 양모씨가 '수감 중인 형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가짜 편지를 써달라고 요청해 내가 형 이름으로 편지를 썼다"고 폭로했다.
이런 가운데 김경준씨는 '가짜 편지'를 작성한 신명씨 형제를 고소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지난 달 11일 김씨를 소환해 조사했고 19일에는 신경화씨를 불러 조사했다. 신명씨는 검찰이 자신에게 전화해 귀국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김병일 기자 mirs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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