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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8] '몬태나 꿈' 생각에 들뜬 산골 생활

'리틀 몬태나.' 요즘 꿈에 그리던 몬태나 생활을 하고 있다. 충남 공주의 시골 마을 이스트 밸리(동곡리)에서 미국 북부 몬태나에서나 있을 법한 생활을 흉내 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나 40가구 정도가 사는 이스트 밸리는 작디 작지만 이 한겨울만큼은 정말 내겐 몬태나나 다름 없다. 몬태나는 아이다호 알래스카 등과 함께 내가 미국에 체류할 때 가장 살아 보고 싶었던 곳들이다. 내가 한국 생활에 불만을 토로할 때마다 아이 엄마는 "그럼 다 그만 두고 알래스카나 몬태나로 가세요"라고 할 정도로 나는 알래스카나 아이다호 몬태나를 평소 입에 달고 산다.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끝나고 혹 건강이 허락하면 몬태나나 알래스카 아이다호 중 한 곳에 가서 단 몇 년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그런 소망이 실현될지는 전적으로 미지수이지만.

몬태나에서나 가능할 생활을 하다 보니 아침 저녁으로 아니 하루 종일 신바람이 난다. 저녁 잠자리에 누워서도 어서 내일의 해가 떴으면 하고 고대할 지경이다. 미국에 살 때 몬태나나 아이다호 알래스카 등지에 체류한 기간은 짐작해보건대 모두 합쳐 대략 두 달쯤 되는 것 같다. 겨울철에도 잠깐 머물렀었고 한 여름에도 지나쳐봤다. 알래스카는 말할 것도 없고 몬태나나 아이다호도 상당히 북쪽이라 여름에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특히 고지대는 여름 밤에도 한기가 들 정도로 수은주가 곤두박질하는 곳이다. 겨울 강추위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한국은 수십 년 만에 찾아왔다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데 이 곳 이스트 밸리도 예외가 아니다. 몬태나나 아이다호 만큼 추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섭씨로 기온이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지고 있다. 또 낮 기온도 영하권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하늘은 대체로 맑고 이스트 밸리가 지형상 남쪽을 향하고 있어 추위에도 불구하고 밝고 건조한 느낌이 주조를 이룬다.

실제로 이런 기후는 몬태나와 매우 흡사한데 몬태나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기 무섭게 시작되는 산 생활이 바로 진짜 몬태나에서 사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오전 9시 30분쯤 사냥꾼들이 주로 사용하는 귀까지 덮는 모자를 눌러 쓰고 무릎 중간쯤 오는 장화를 신고 집 뒷산을 탄다. 뒷산은 집부터 고도가 100m도 못 된다. 하지만 평균 경사가 족히 30도는 돼 꽤나 가파른 편이다. 더 이상 신선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밀어 넣으며 살짝 가쁜 숨을 쉬면서 오르막을 탈 때면 어김없이 상쾌함과 기대감이 밀려 온다.

특히 한 손에 들려있는 길이 50cm가 조금 못 되는 톱을 만지작거릴 때면 묘한 흥분이 일기 시작한다. 능선을 타고 내리며 숲을 헤집으면서는 사람보다는 들짐승이 된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숲 속 군데군데에 쓰러져 있는 커다란 소나무들이 나의 목표물이자 '사냥' 대상이다. 묘지 자리 등을 확보하다 보니 뿌리 채 뽑혀 누워있는 키 큰 나무들이 산속에는 한둘이 아닌데 그 중 소나무에 나는 특히 마음이 끌린다.

반듯한 놈을 찾으면 길이 3~4m 정도로 토막을 낸다. 경사면에 쓰러져 있는 가령 길이 20m 지름 40cm 안팎의 소나무들은 말처럼 요리하기가 간단치 않다. 급경사에 누워 있으면 톱질을 할만한 자세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길이 4m짜리 토막이라면 굵은 것은 어림잡아 무게가 200kg을 웃돌기 때문에 톱질이 끝나갈 때쯤이면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육중한 곰이 돌진하듯 통나무가 굴러와 다리를 부러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 고도의 긴장은 짜릿한 전율을 안겨주기도 한다. 살생을 꺼리는 편이어서 살아있는 나무를 베지 않으려 하는데 뿌리가 뽑혀 넘어진 나무일지라도 베고 나면 묘한 살생본능이 충족되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마음에 드는 소나무를 고르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놓는데 드는 시간은 30분 정도이다. 힘쓰는 것으로 따진다면 이 정도는 시작도 안 한 셈이다. 내가 크게 다치거나 불구가 될 수도 있는 나무와 힘겨루기는 정작 톱질이 끝난 뒤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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