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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삯꾼이야기] 하나님은 있을 것은 다 있게 하셨습니다

장호준 목사/유콘스토어 한인교회

스쿨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매 4년 마다 기능시험(Proficiency Test)을 쳐야 합니다. 물론 처음 시험을 볼 때처럼 120문제의 필기 시험과 주행코스 시험을 다시 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어 브레이크 점검 시험과 사전 점검 시험 그리고 학생들을 태우고 내려주는 방식(Pick up and Drop off )과 철도 건널목을 건너는 방식(Railroad Crossing)에 대한 기능을 직접 시연하는 시험을 봐야 하는 것입니다.

늘 하는 일이라 뭐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험은 긴장이 되었습니다. 또 4년 전과 다른 변경된 방식으로 시험을 봐야 하는지라 은근히 염려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기능 시험이라고 하는 것이 대략 50분가량 걸리는 것인데 시험 내내 시험관에게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말해 주어야 하는 것인지라 나처럼 영어가 서툰 사람에게 있어서는 스쿨버스 기능 시험이기에 앞서 영어 말하기 시험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시험보기 한 주간 전에 회사로부터 시험 자료를 건네 받았습니다. 무려 열 장 가까이 되는 자료는 시험 준비 자료이기보다는 마치 '시험'이라는 연극 대본 같아 보였습니다. 그것도 영어로 된 대본 말입니다. '이제 서비스 브레이크를 밟고 파킹 브레이크를 해제한 후 공기 압력이 감소하는 양을 측정하며 이 상황에서 공기 압력은 최초 감소한 양을 제외하고 일분간 3psi 이상 감소하여서는 안 되고…'

한 주간 내내 주절주절 50여 분간의 대본을 거의 다 외웠을 때쯤 드디어 시험 날이 되었습니다. 시험장은 전혀 생소한 곳이었지만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회사 직원이 전에부터 잘 알던 '데이나'라는 사람이었던지라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내가 시험 중에 잊어버리고 넘어가는 것이 있거든 네가 기침을 해 줘."

"어? 이제부터는 트레이너가 같이 버스에 탈 수 없게 규정이 바뀌었는데 수잔이 말 안 해 줬어?"

"이런 그럼 나하고 시험관하고 딱 둘이서만 버스에 탄단 말이야?"

"괜찮아 넌 합격 할 거야. 저기 네가 사용할 버스가 있으니 얼른 가서 점검해 봐"

규정이 바뀌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시험관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여 볼 요량으로 시험에 사용할 버스로 달려가 미리 창문과 의자 등을 점검하고 청소를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시험 10분 전 시험관이 내 서류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버스를 운전해서 시험을 위한 위치로 이동을 하는데 계기판을 보니 속도계가 작동을 안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험 중에 '이제 시속 5마일로 운전을 합니다. 시속 5마일의 속도에서 서비스 브레이크를 밟고…' 하면서 속도계를 쳐다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속도계가 작동을 하지 않으니 이건 큰 문제였습니다.

즉시 데이나에게 달려가서 이 사실을 알렸고 데이나는 쩔쩔매며 시험관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당장 버스가 없으니 조금전에 시험을 마친 다른 회사 버스를 이용해서 시험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지라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 버스를 타기는 했지만 타고 나서 보니 내가 한 번도 운전을 해 본적이 없는 버스였습니다.

"데이나 이건 내가 한 번도 운전해 본적이 없는 거야"

"괜찮아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 걱정하지 마."】〉〕27년간 이 일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시험관을 뒤에 앉히고 한 번도 운전해 본적이 없는 스쿨버스에 앉아 드디어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긴장하고 걱정했었던 에어 브레이크 시험은 무사히 통과를 했고 실내 점검까지 다 마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건이 터진 것은 외부점검에서 였습니다.

외부 점검 시험은 바퀴에서부터 지붕까지 그리고 밑바닥까지 일일이 부품을 손으로 만지거나 가르치면서 각각의 명칭을 부르고 이상 유무를 말해야 하는 것인데 그 중에 버스 오른쪽에 서서 연료통을 받치고 있는 받침을 손으로 가르치면서 'Fuel tank cage … (발로 받침을 두어 번 차고)… secure (허리를 굽혀 연료통을 바라보면서) … tank… not leaking'이라고 해야 하는 연료통 점검 순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연료통 점검을 위해 받침을 발로 차려고 보니 받침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무릎을 꿇은 채 버스 바닥을 보니 받침만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연료통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시험관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습니다.

"이 버스는 연료통이 없다."

그랬더니 시험관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버스는 연료통이 뒤에 있어"

마침내 시험은 통과되었고 연료통 사건을 데이나 에게 말하자 데이나가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거봐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잖아"

맞습니다.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습니다. 하물며 버스도 그럴진대. 하나님은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다 있게 하셨습니다. 다만 우리가 찾지 못하고 '없다'고 할 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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