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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공감대를 만든다는 것

김영중 / LA 수향문학회 회장

지인 몇 명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국을 다녀온 친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며 들려준 이야기다. 미국에서 자란 한 청년이 한국을 방문해 충청도 지방을 내려갔다가 머리를 자르려고 이발소를 찾아 들어섰는데 주인 이발사는 충청도 말씨로 친절하게 "왔 시 유…"라고 반기자 그 청년은 영어로 'what see you?'라는 말로 알아듣고 이발소 안을 둘러보니 사방이 거울 뿐이어서 'mirror'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이발사는 그 청년의 머리를 몽땅 밀어 놓았다는 이야기. 또 다른 얘기는 버스 정류장에서 한 할머니가 길에서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곁에서 듣게 되었다. 한 학생이 친구에게 '야 너 뻐카충 했소?'하고 물으니 '나 아직 뻐카충 안 했는데 하니까' '그럼 우리 마뻐 타고 뻐카충 하러 가자'라고 하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에 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할머니는 학생들이 못 된 욕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길에서 학생들이 욕을 하면 되느냐고 한 말씀을 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우리 욕 안 했다는 대꾸를 했다. 방금 너희들 이상한 욕했잖아? 하니까 "할머니 뻐카충은요 '뻐스 카드 충전'이고요 마뻐는 '마을 뻐스'예요. 마을 뻐스 타고 뻐스 카드 충전하러 가자고 했는데 그게 왜 욕이에요? 할머니는 알지도 못하시면서 괜히 야단하시지 마시고요 뻐정(뻐스 정류장)에서 뻐스나 기다리세요"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우린 이 얘기들을 들으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세대차나 환경차로만 여기며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소통의 단절이다. 대화의 소통은 쌍방통행이 아닌가 네 말을 내가 알아듣고 내 말을 네가 알아듣는 것이다. 다변한 현대사회에서 젊은 세대는 토막 대화를 한다. 그들은 완성문이나 완결문이 없다. 낱말 하나로 전체를 설명한다.



젊은 세대들의 은어는 약자다. 언어의 단편화 현상이 심화되어 새로운 말들이 만들어 진것이다. '신어 조작증'이다. 말하기가 복잡하고 피곤해서 자기들만이 아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쓰기 때문에 기성세대와는 공감대가 형성 되지 못해 의사소통이 되지 못 하고 우리의 고운 말을 사라지게 하며 옛 문화를 잃어버리게 한다.

오늘의 시대는 의사소통의 시대라고는 하나 우리네 현실에서는 대화 부족으로 인한 비극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가족 간에도 오해 고독 갈등 불화를 발생시키며 불행을 만든다. 가족이 함께 있어도 서로에게 집중하는 가족애의 관심과 경청은 없고 아이들은 손에 쥔 스마트폰을 정신없이 들여다보며 혼자 즐기는 세계에 빠져 있어 가족 같지 않은 따로따로의 섬들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우린 옛날에 안 그랬는데 요즈음 젊은 애들은 으레 그래 하고 체념해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쉽게 세대차라고 하지만 단순히 세대차만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각 세대는 타고나면서 제 각기 다른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차원이 다르다.

엄마 배 속의 영양 상태부터 달랐다. 산고도 치르지 않고 쉽게 병원에서 태어났다. 성장 환경도 다르다. 모유보다 우유로 자랐다. 생각도 물론 다르고 옷 모양이나 머리 모양도 다르다. 이건 세대차가 아니라 참으로 화려하고 자유 분망한 세대 아주 딴 사람들인 신종 인간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그들은 부모와 함께 나누고 싶은 대화의 주제가 '문화'라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소통은 일방적으로 이뤄질 수 없기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그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기 위해서는 공감대가 형성 되어야 한다. 문화 공감대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이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이 싫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아파하는지를 듣고 이해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관계 가족관계 에서도 대화가 단절되면 이 현상이 일어난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직된 태도를 견지하면서 소통 운운하는 것은 모순일 것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신뢰하며 그들의 세계를 존중해줄 때 대화 부족의 장벽을 뛰어 넘는 소통의 다리가 놓여 질 것이다.

중년세대는 살아오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진리인양 믿고 있는 선입관 고정 관념의 틀이 너무 많다. 우리는 여기에 얽매여 있다. 사람들은 그걸 기정사실로 믿고 있기 때문에 고쳐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으나 그 틀에서 벗어나야 세상이 달라 보이고 젊은이들의 세상이 보인다.

요즈음 노인들도 스마트폰 열풍을 비롯한 첨단 기기를 배우는 노년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그들은 청년문화를 배우며 청춘을 살고 있다. 그것은 이 땅에 젊은이들과 접근하는 움직임이며 소통의 가교 설치 작업의 시작이다. 공감대를 만든다는 것은 세대 간의 간격을 좁히며 대화가 통하는 행복이 열리는 소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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