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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부장님 대단하십니다…處世<처세>의 기술

◆살 처(處)에 세상 세(世).

처세란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간다는 뜻으로 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에 직결돼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세상살이다. 요즘엔 본래 뜻과는 달리 남의 비위를 맞춰 알랑거리고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쓴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힘든 세상살이를 이기기 위해 아부와 아첨을 이용하는 세태다.

유별나게 '처세'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 곳은 직장이다. 살아 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할 일도 없는데 팀장따라 자리에 앉아있고 뒷담화에 적극 참여한다. 줄곧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재빨리 갈아탄다. 구닥다리다.

사실 아부를 동반한 처세술은 힘이 세다. 승진도 빠르고 인정도 받는다. 뻔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듣는 귀는 즐거워한다. 어차피 독야청청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바에야 일찍 성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한 거짓말에 거짓이 되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처세를 바라보는 눈은 두 가지다. 아니꼽거나 또는 부럽거나.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사회생활에 아부가 꼭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가장 싫어하는 동료로는 아부형 '찌질이'를 선택했다. 접근하기도 회피하기도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아첨하면 빨리 성공할 수도 있고 일 못하면 아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본디 처세는 모든 인간관계를 담고 있다. 직장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접점이다. 아부를 하든 마음을 얻든 단 두 사람의 말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1)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와 2)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라는 예수와 공자의 가르침이다.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그것을 아는 것이 처세술(The art of living)이다.

직장인 95% "꼭 필요하다"
"원만한 인간관계 위해 활용"
가장 확실한 처세술은 '아부'
삼국지 유비·공자 모두 달인
권력·명예 위한 처세 아닌
'세상사는 법' 깨우치는 학문


◆처세의 현주소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처세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2308명을 조사한 결과 무려 95.5%가 처세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의 73.4%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67.7%) 처세술을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처세술로는 눈에 띄는 업무 도맡기 아부 등으로 상사와 호의적 관계 유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기 술자리 참석 등이 있다. 처세술을 익힌 직장인의 88.1%는 인사고과 업무 휴가 등에서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입김이 세고 효과가 확실한 처세술은 역시 아부였다. 재미없는 말도 크게 웃어주며 업무능력을 추켜 세워준다. 여성의 경우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남성은 상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부를 사용했다. 가장 효과적인 아부로는 일 유머 감각 절대 복종 가족 주위의 평가 순이었다.

직장이 아닌 아르바이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르바이트생 897명에게 일명 '미친 존재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조사한 결과 탁월한 업무능력(25.8%)과 친화력(14.8%) 화려한 언변(6.1%)과 처세능력(4.6%)이 선정됐다.

◆처세 매뉴얼

처세 매뉴얼은 간단하다. 보이는 즉시 생각한 그때 말한다. 입속의 혀처럼 구는 것이 특징이다. 썰렁한 농담을 듣고도 "부장님 대단하십니다." 이유없이 꾸중을 들어도 "네. 시정하겠습니다." 직장인들 모임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내뱉는다.

우선 상사나 호감을 얻고 싶은 사람의 학벌과 인맥을 분석한다. 같은 고향 학교 동호회 출신은 큰 혜택은 없어도 마음의 끈은 연결돼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595명을 대상으로 사내 파벌 존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8%가 학연에 따른 파벌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역에 따른 파벌도 13.8%에 달했다. 아무리 강직한 사람도 같은 종교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부드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장 파급력이 센 처세술 중 하나는 '예스맨'법이다. 특히 직급이 높아질수록 많이 발견되는 예스맨법은 부당한 지시에도 소신껏 '노'하길 꺼려 주위로부터 비아냥을 듣기 쉽다.

손해 보는 짓을 하지 않는 얌체형도 있다. 남들보다 한 박자 빨리 온갖 정보를 입수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이름값을 높인다.

21세기 처세술로 각광받는 은은한 아부는 우선 상대를 무조건 칭찬하진 않는다. 10번 칭찬하면 2~3번 정도 문제점을 입에 담는다. 그 후 상대가 없는 곳에서 그 사람을 칭찬 '누가' 칭찬을 했는지 소문이 퍼지도록 주위 환경을 조성한다.

◆처세의 달인

역사적으로 유명한 처세의 달인은 많다. 삼국지의 유비 제갈량 등은 처세로 목숨을 여러 번 살렸다. 르네상스 시대의 프란체스코 귀차르디니는 군주와 백성 재물과 권력에 관한 229가지의 격언을 남겼다. 율곡 이이는 인간의 처세는 교육을 통해 변한다고 강조했다. 유교의 핵심이라 불리는 공자 역시 처세의 달인이었다. 권력이나 명예를 위한 처세가 아닌 '세상사는 법'에 대한 이치를 깨우치려 학문을 닦았다.

최근 계속되는 불경기와 실업률 상승으로 자기계발서 열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중국 고전을 통한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중국 고전에 나오는 처세에 관한 명언을 몇 가지 소개한다.

"권모나 술수나 음모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고상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쓰지 않는 이들은 더욱 고상하다(채근담)" "가까운 사람을 친하게 할 때는 그 가까운 정을 죽이고 현인을 현인으로 대할 때는 차별이 없게 하는 데서 예가 생긴다(중용 20장)" "이로움에 따라 행하면 원한이 많아진다(이인)" "쓰인다면 힘을 다해 실행하고 버림을 당한다면 잠자코 있자 (술이)" "같은 입장에 설 순 있어도 똑같이 임기응변할 순 없다(논어 자한)."

◆처세와 대중문화

대중문화에도 처세는 빠질 수 없다. 개그부터 드라마 음악까지 인간의 삶과 사는 방법에 대해 논하기 때문이다. TV에서 코미디언 박명수를 보면 그가 웃기는 방식이 처세술과 관련된 블랙코미디임을 금세 알 수 있다. 방송에서 박명수는 스스로 '2인자'를 자청하며 1인자 유재석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친다.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 조건 없는 칭찬과 호응을 보인다. 그 밖에 다른 동료는 안중에 없다. 유재석의 의견에 거스르는 동료는 마치 자신의 적이라 생각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다가 동료가 따라주지 않으면 자신을 한탄하며 비뚤게 행동한다. 직장에서 나타나는 처세술과 비슷하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어떤 드라마든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경계를 확실히 한다. 남편의 진급을 위해 회사 모임에 빠지지 않고(내조의 여왕) 성공하기 위해 직장 상사의 굴욕을 참아낸다(신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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