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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명장의 숨결', 이 시대의 바치를 만나다…워싱턴 최고참 한인 스키 강사 조성수씨

스키 열정 가르친지 올해로 17년
"시범만 보여주는 건 좋지 않아"

주황색 자켓을 입은 스키어(skier)가 여유로운 자세로 슬로프를 내려왔다. 한눈에도 스키 실력이 수준급이다. 천천히 다가와 고글과 모자를 벗었다. 그 아래 눈 내린듯 하얀 머리와 웃음기 가득한 주름진 눈이 드러났다. 올 4월이면 68세가 되는 스키 강사 조성수씨다.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는 조씨는 펜실베이니아 스키 리버티에서 방문 강사(Visiting Instructor)로 일하고 있다. 처음 강사가 된게 1995년이니 올해로 벌써 17년째다. 그동안 그에게서 스키, 스노보드를 배운 학생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부모 손을 잡고 스키장에 온 꼬마들부터 함께 스키를 배우러 온 연인이나 부부, 뒤늦게 스키에 입문한 노인 등 다양하다. 기술은 기본, 가르치는 건 스키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이다.
 
“오랫동안 강사를 하다보니 사람마다 잘 맞는 지도법이 다 다르더군요. 학생의 스키 실력이나 배우는 스타일을 먼저 파악한 후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걸 명료하게 설명해 줍니다. 무조건 ‘이렇게 하면 돼’라면서 시범만 보여주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 방법이죠.”
 
40년도 넘은 1970년 미국에 이민와 건축업에 종사하며 바쁘게 살았다. 당연히 스키를 타는 건 아예 관심 밖이었다. 거리가 먼건 둘째치고 값비싼 장비, 리프트 이용료 등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가게 된 스키장에서 평생토록 사랑하게 될 스키와 만났다. 슬로프에서 내려오며 넘어지고 구르는데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조씨는 “일하느라 자주는 못 갔지만 틈날 때마다 스키장에 가면서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그러다 보니 은퇴 후 스키 강사에까지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미스키강사협회(PSIA) 소속 스키 및 스노보드 강사다. 필기와 실기시험을 거쳐 총 3개 레벨 중 스키는 레벨 2, 스노보드는 레벨 1을 취득했다. 유명 스키장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스키 매니아들이 모인다는 콜로라도에서 6년간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워싱턴 일원에 한인 스키 강사들이 있긴 하지만 그가 최고참이다.
 
강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건 조기 은퇴를 한 50대 때였다. 은퇴 후에는 신앙안에서 지역사회를 돕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페어팩스카운티를 통해 교통편을 제공해주거나 집안일을 거드는 등의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남들을 돕는 일도 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재능이 바로 스키였다. 이민 1세대로 영어 구사가 완벽하진 못했지만 다른 스키어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스키를 타는 게 좋았다. 강사로 일하는 지금은 학생들과의 만남은 물론 다른 강사들과 보내는 시간들도 소중하게 쌓아가고 있다.
 
“왜 스키를 좋아하냐구요? 어느날 집으로 배달된 스키 잡지를 손에 받아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뛰더군요. 아직도 제 자신한테 묻습니다. 왜 그렇게 좋은지요. 아마도 탈 때마다 느끼는 자유로움, 그리고 매번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겨울이 가면 스키를 그리워하며 또 다시 겨울을 기다린다. 길을 걸으며, 운전을 하며 때때로 머릿속으로 스키를 타기도 한다. 최소한 75세까지는 계속 강사를 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뒤엔 더 많은 시간을 남을 돕는 일에 쓰고 싶다. 지금도 매주 한인복지센터에서 시민권 강좌,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나를 만난 사람들이 언젠가 나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지금 같은 열정을 갖고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치= 어떤 기능이나 기술을 전문으로 베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순 우리말.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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