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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5] 귀향 4개월…설레는 마음 '생애 최고의 순간'

시골로 들어온 지 만4개월 요 며칠 전부터 은근히 기쁘고 설레는 마음에 하루 하루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드러내놓을 만한 기쁨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혼자 생각하면 할수록 즐거우니 이스트 밸리에 삶터를 정한 뒤 요즘이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다.

즐거움을 안겨 준 것들을 고구마 감자 옥수수 콩이다. 농한기라 밭에서 힘쓸 일이 거의 없는 요즘 어쩌다 한끼씩은 이 것들을 굽거나 삶아서 식사를 때운다. 예를 들어 콩을 하루 저녁 정도 물에 불린 뒤 익혀서 갈아 먹는데 맛이 그만이다. 구운 고구마 찐 옥수수도 말할 것 없다.

옥수수나 고구마는 그렇다 치고 직접 해먹는 간 콩의 맛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두유와 직접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달착지근한 첫 맛에서는 시판 두유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운한 뒷맛은 간 콩이 앞선다. 음식 맛이라는 게 개인 취향이지만 몸에 이롭기로 만 따진다면 간 콩에 확실히 좀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고구마 옥수수 콩 등이 안겨준 즐거움은 하지만 단순히 혀 끝에서 감도는 맛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이 것들이 생계 대책에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이다. 작물이 한참 자라거나 수확이 끝나는 여름부터 초겨울까지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굶어 죽을 가능성이 아무래도 낮다. 하지만 겨울을 자급자족하며 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애초부터 짐작했다. 헌데 고구마 옥수수 콩 등이 작물 생육의 공백기를 상당 부분 메워줄 것이라는 점을 최근 들어 몸으로 체험하고 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알아보니 고구마 감자 옥수수 콩 등은 농약이 가장 덜 사용되는 작물들이다. 예컨대 콩은 고추와 재배 기간이 대략 겹친다. 고추는 농약을 많이 사용해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농약도 많이 들어가야 하고 이리 저리 관리에 손도 많이 가는 작물이니 대체로 값이 비싸다. 그러니 수확량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똑 같은 면적에 고추와 콩을 재배했을 때 소득은 고추가 나을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자급자족이 목표라면 소득 개념은 상당 부분 무시할 수 있다. 덜 맵게 덜 빨갛게 음식을 해 먹는다고 큰 일 날 일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영양으로만 따지면 고추보다는 아무래도 콩이 나을 것이기 때문에 고추 재배 면적을 줄이고 콩을 더 많이 키우는 게 일거양득일 수도 있다.

농사에는 왕 초보인 탓에 얼마만한 면적에 연중 어떤 작물을 얼마만큼 심어야 5인 가족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지 지금으로써는 가늠할 수 없다. 현재 확보한 경작 가능한 밭의 면적은 대략 1만 스퀘어피트가 조금 넘는다. 누군가는 4인 가족 기준으로 2만 스퀘어피트 정도는 돼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군가는 1만 스퀘어피트가 조금 넘으면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앞밭에는 지금 마늘이 심어져 있다. 마늘은 겨울을 나면서 자라는 대표적인 작물인데 지난 달 초에 솔잎을 덮어줌으로써 보온 작업을 마무리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눌러서 6000~7000개 정도의 마늘 쪽을 심었는데 마늘 농사는 이스트 밸리에 들어온 뒤 나의 첫 작품인 셈이다.

마늘은 제대로만 자라준다면 먹고도 훨씬 남을 것 같은데 물물교환 개념으로 누군가와 다른 먹을 거리로 바꿔 먹거나 혹은 지인들에게 조금씩이라도 선물로 주고 싶다. 한겨울 차가운 땅에 뿌리를 내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을 마늘 그리고 겨울철 먹을 거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고구마 옥수수 감자 등의 존재는 실로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축복 같기도 하다.

당장 100% 자급자족은 아니더라도 자급자족에 서광을 비춰준 이들의 존재가 차디찬 공기를 가로지르고 앞마당에 내리 꽂히는 겨울 햇살만큼이나 고맙고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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