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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중생을 거두는 보살의 손길

이원익 / 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거둔다는 말은 본래 널려 있거나 흩어진 것을 한데 모아 들인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벼를 거두어들일 때처럼 가을걷이 곧 추수를 뜻하기도 하고 세금이나 돈 따위를 거두는 것처럼 무엇을 징수한다는 뜻도 되었다.

그리고 상대편이나 경쟁자들로부터 나에게 유리한 어떤 결과나 성과를 올리는 것도 거두는 것이니 가령 시합에서 이겼다고도 하지만 승리를 거두었다고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든 이기든 이런 마무리를 하고 나면 일이 끝나고 멈추어지는 것이니 이 세상 삶을 마감하고 끝내는 것도 다른 말로는 숨을 거둔다고 한다.

같은 말의 둥치에서 나왔지만 좀 다른 쪽으로 큰 가지를 치기도 했으니 아이를 거두는 것처럼 누구의 뒷일을 보살펴 주고 챙겨 주는 것도 거둔다고 한다. 자주 안 쓰지만 몸을 거둔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모양을 낸다는 뜻이다.

이렇듯 몰라서 그렇지 우리말도 어느 나라 말 못지않게 속이 넓고 깊으며 층층이 여러 겹인데다가 피어난 겉모양이 헌걸차면서도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어쩌다 외래종에 너무 둘러싸여 자리를 많이 빼앗기기는 했지만.



오늘은 우리 모두 철모르는 어린아이가 되어 그 우람한 말의 숲 아름답고 뜻 깊은 한 그루 낱말의 그늘을 찾아가자. 그 말 뿌리 튼튼한 밑둥치로부터 나온 가지 중에 하나의 큰 가지가 뻗어 있다. 끝이 네 갈래인 '거두심'의 큰 가지다. 보살이 중생을 거두어 부처님의 길로 이끄는 사섭법의 그 가지 위에 앉아 보자.

하느님이 됐든 진리의 본체가 됐든 뭐든 이 세상을 염려하여 보이지 않는 손길로 인간을 거두고 다스리는 것을 섭리라고 한다. 부처님은 크나 크신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을 거두신다. 내 자식 네 자식 잘난 놈 못난 놈 가리지 않고 섭수하시니 '섭'이란 '거두심'이요 '수'란 '받아들이심'이다.

이 거두심을 받는 그 일체중생이 실은 부처의 씨앗으로서 남을 거두는 주체가 된다. 중생이 부처의 씨앗을 싹 틔워 부처의 마음을 내면 보살심이요 행동에 옮기면 보살행이다. 저 위에 계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우리 중생이 보살이 되어 내 곁의 중생을 건지는 섭리로서 사섭법이란 그 네 가지 실천의 손길이다. 어떤 손길인가?

그 첫째가 베풂 곧 보시섭이다. 중생이 갈망하고 좋아하는 것을 베풀어 중생을 거두는 손길이다. 움켜쥐고 있지 말고 베풀어라. 물질을 베풀고 진리를 베풀고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 주는 무외시를 하라.

두 번째의 손길은 따뜻하고 사랑스런 말씀 곧 애어섭이다. 포근한 말 한마디 꼭 그 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금쪽같은 말씀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절망에 빠진 중생을 거두자.

세 번째는 행동이나 말이나 뜻에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거두심 곧 이행섭이다. 중생에게 널리 이익을 줌이니 바로 홍익인간이다.

마지막이 중생과 함께하는 거두심 곧 동사섭이다. 중생의 근기와 성품에 맞추어 벽을 허물고 스스로 친하게 다가간다. 함께 흙탕에 발을 담그니 바쁘게 일하는 손들 사이에 보태진 내 손이 이들을 어루만져 이윽고 깨달음의 길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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